최저가 낙찰제 폐지, 건설업계 ‘혼란’ 심화
‘종합심사제’ 윤곽드러나… 업계 초긴장변별력강화, 입찰참가업체수 제한 ‘의혹 증폭’
기재부 “게임의 룰, 자기한테만 유리할 수 없다” 강조
“입찰참가자가 너무 많다. 변별력을 강화해 적당한 수준으로 참가업체를 제한해야 한다. PQ를 100~300억원까지 확대적용해야 한다”
국가재정연구포럼이 지난 8월 21일 주최한 ‘공공공사 입·낙차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한국토지주택공사 현도관 경영지원부문장이 이러한 발언을 하는 순간 토론회에 참석한 건설업계는 경악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최저가낙찰제 입찰방식이 폐지가 예정된 가운데 종합심사제도의 세부 운영방안 윤곽이 드러나면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청회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유섭박사가 ‘공공공사 발주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종합심사제도 세부운영방안을 내놓았는데 그동안 국회와 기획재정부 및 관련 단체가 수차례 논의한 결과로 사실상 정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심사제 운영방안에 대해 이유섭 박사는 “공정거래 기업, 성실 시공업체에 수주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제도 운영을 통해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종합심사제 주요 개선방안으로는 100억원 미만은 적격심사제를 유지하고, 100억원~300억원 공공공사에서는 가격+공사수행능력을 합산점수로 평가하는 ‘종합심사제Ⅰ’ 방식과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 최저가낙찰제는 가격+공사수행능력+사회책임을 합산 적용하는 ‘종합심사제Ⅱ방식’이 도입될 예정이다.
논란의 핵심은 공사수행능력 평가, 가격평가, 사회책임평가 부문이다.
공사수행능력 평가부문에서는 배치예정 기술자가 해당업체에 일정기간 재직하는지 여부를 점수화했으며, 시공역량에서는 동일공종그룹의 시공평가 점수를 활용 및 공사의 난이도 및 규모에 따라 입찰 등급제를 운영예정이다.
가격평가부문에서는 균형가격 개념을 도입했다.
균형가격 개념은 경쟁시장에 수요와 공급의 일치점에서 결정되는 가격을 의미하며, 입찰자의 일정범위를 제외한 입찰가 평균으로 산정한다.
또한 입찰가 평균가격이 추정실투입비 이상일 경우, 이를 균형가격으로 설정한다.
이와함께 물량내력서 제출 등을 통해 설계변경을 최소화하여 예산절감을 유도할 방침이다.
사회책임 평가부문에서는 고용, 공정거래, 중소업체 참여, 건설안전 부문을 도입했다.
토론자로 나선 대한건설협회 한창환 정책본부장은 “이번 종합심사제도 도입 배경은 2년전 국회가 ‘최저가 확대철회 촉구’를 한 가운데 최저가제도의 폐해에 따른 심각성이 드러나면서 최저가를 폐지하고 종합심사제를 도입하게 됐다고 본다. 종합심사제는 시범사업을 통해 보완수정하여 도입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2년전 건설경기가 어려웠는데 현재는 더욱 어려운 실정으로 종합심사제는 300억원 이상에만 적용해야 하며 100~300억원 공공공사에서는 적용을 유보해야 한다”면서 “글로벌스탠다드를 우리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지 무모하게 추진하게 된다면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현도관 경영지원부문장은 “LH는 시공품질, 국책사업 수행, 입찰 투명성 등 3가지 기본이 있다”면서 “가격을 통한 경쟁, 기술력에 의한 경쟁을 통해 우수한 업체를 선정하는데 매우 힘겨운 상황으로 종합심사제를 도입한다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입찰을 실시해보면 과도하게 입찰 참가업체가 너무 많다. 입찰심사하는데 행정력 낭비가 굉장히 심하다. 따라서 변별력을 강화하여 참가업체를 제한할 필요가 있으며, PQ또한 100~300억원 공공공사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안시권 건설정책국장은 “수주 집중화를 방지할 필요가 있으며, 보유 공사량을 평가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 신영철 소장은 “힘들다는 소리를 참 많이 듣고 있다. 제도개선을 통해 일반종합건설사들만 유리해주도록 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건설현장 최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건설근로자의 임금을 확대 보장해줘야 한다. 미국에서도 불경기에 최선의 대책이 근로자의 임금보장이었다”고 밝혔다.
가톨릭대 김명수 교수는 “최저가낙찰제도는 예산절감이라는 목표가 사실상 실패했다. 현재 정부와 건설업계는 시각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은 수주산업인데 건설업계는 크게 2가지 수주양상을 띄고 있다. 자기능력에 의한 수주와 수주를 위한 수주 즉 2가지가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종합심사제는 변별력 강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누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곽범국 국고국장은 “시범사업을 통하여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연말까지 국가계약법령 등 규정을 개정하여 종합심사제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게임의 룰이다. 자기한테만 유리하게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소업체가 영원한 중소업체가 아니다. 중견업체, 대형업체로 발전 가능하다. 건설업계는 협회를 통하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주었으면 한다. 편중되지 않도록 제도를 신중하게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청중의 한 관계자는 “턴키시장은 대형업체, 적격시장은 지역업체의 수주영역이다. 그런데 이번 종합심사제 도입으로 인하여 국내 건설업계의 주축인 중견업체는 사실상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실적, 기술자 배치, 사회적 책임 등 평가요소들은 어느 누가 봐도 초대형 건설업체를 위한 평가요소다. 중견건설업체는 살아갈 방법이 없다. 중견업체는 입찰을 보지 말라는 것인가. 제도를 신중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글 _ 김덕수 기자 ·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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