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꽃처럼 산다는 것은

송정섭 논설위원((사)정원문화포럼 회장)
라펜트l기사입력2016-11-24
꽃처럼 산다는 것은



글_송정섭 회장(정원문화포럼)


쑥부쟁이, 구절초, 감국... 가을 야생화들도 이젠 하나하나 씨앗을 맺고 있다. 자연의 씨앗은 꽃이 피어야 영글 수 있다. 그래서 꽃은 생명이다. 꽃들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별별 노력을 다한다. 자연에서 식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세대를 이어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씨앗이 발아되어 성장하면서 꽃을 피우고 다시 씨앗을 맺기까지는 많은 과정을 거친다. 꽃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우리 인간들이 배워야 할 덕목을 살펴본다.   


상사화의 내리사랑
상사화(Lycoris spp.)는 꽃과 잎이 서로 볼 수 없어 흔히 남녀 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을 빗대어 회자되는 꽃이다. 봄에 잎이 나오는 춘기출엽형(상사화, 백양꽃...)과 추기출엽형(꽃무릇, 붉노랑상사화)으로 대별되며, 꽃꽂이나 화단용으로 우리에게 널리 사랑받는 꽃이다. 하지만 이 식물의 대를 잇는 방식을 보면 그렇게 애처롭고 로맨틱한 것만은 아니다. 화단에서 봄에 먼저 나오는 잎은 전년도에 땅속의 알뿌리에 분화되어 있던 엄마 잎이다. 알뿌리의 엄마 잎들은 봄에 온도가 상승하면서 땅위로 솟아오른다. 이후 햇볕과 온도, 수분의 영향을 받아 급속히 자라게 된다. 그런데 자신도 자라지만 땅속의 알뿌리에 조용히 꽃눈을 만들어 키운다. 5월말이나 6월초 꽃눈들이 완벽하게 자라면 잎들은 역할을 다해 스스로 고사되어 조용히 사라진다. 이후 꽃대는 우람하게 땅위로 솟구쳐 나오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니 사람으로 치면 어머니와 자식간의 관계로써 부모의 내리사랑을 의미한다.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 키웠는데도 때가되면 조용히 물러날 줄 아는 게 세대를 이어가는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내가 너를 낳아 길렀으니 우리 노후를 책임지라는 건 아마도 인간이라는 생물종 뿐일 것 같다. 자연은 내리사랑으로 끝내라고 가르쳐준다.

    
개다래의 호객행위 
개다래는 쥐다래와 함께 우리 산야의 습기가 좀 있는 곳에 흔히 자생하는 반덩굴성 목본류이다. 열매 맛이 좋으며 껍질 채 먹을 수 있어 다래품종을 만들 때 교배모본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요즘 개량된 다래들은 덩굴이 좋아 정원의 파고라나 생울타리로도 종종 쓰이고 있다. 우리에게 점차 친근해지고 있는 개다래의 수분수정 전략을 보면 경이롭기만 하다. 산수국도 워낙 꽃이 보잘 것 없으니 꽃 주변 둘레에 큰 가짜꽃을 만들어 방화곤충들을 유인하듯이 야생의 다래들도 자기들만의 전략을 갖고 있다. 개다래의 꽃은 잎겨드랑이에 피니 밖에서 보면 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수정이 되려면 먼저 곤충들의 눈에 띠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으니 ‘여기 꽃 있다’ 하며 잎에 하얀 무늬를 생성(꽃이 달린 잎만 변함)하는 것이다. 곤충들은 멀리서 이게 꽃인 줄 알고 날아온다. 가까이 와보니 꽃향기도 나고 꿀까지 있는 진짜 꽃을 찾게 되어 결국 꽃의 수분수정이 이뤄진다. 일단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묻으면(受粉(수분)) 잎의 무늬는 임무를 완수했으므로 다시 녹색으로 돌아가 광합성에 동참하게 된다. 개다래가 자연에서 살아남는 놀라운 전략이다. 우리에게 복잡하고 다양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만의 끼, 나만의 확실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여전히 무대뽀 정신으로 사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식물들이 몇 수 위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기도 하다.


나비가 꽃을 선택한다
지구상에 꽃을 피우는 관화식물은 대략 25만종이다. 이들은 대부분 곤충들에 의해 꽃가루를 받아 수정하게 된다. 꽃이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은 바로 후대인 이 씨앗을 잘 맺혔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자, 그럼 여기 꽃과 나비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꽃은 나비를 찾아 날거나 옆으로 이동할 수 없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결국 나비가 꽃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나비도 보는 눈이 있어 아무 꽃에나 가지 않는다. 나비(곤충)가 꽃을 선택하는 기준은 대체로 다음 3단계다. 먼저 자신의 눈에 확 띄어야 하며, 가까이 가보니 향기가 있어야 하고, 꽃에 앉아보니 꿀이 들어있어야 한다. 그러면 이 꽃은 많은 곤충들이 찾아오게 되어 결국 수정되고 무사히 열매를 맺게 된다. 즉 성공적인 삶을 사는 꽃들의 관점은 꽃 자신이 아니라 나비관점에서 자신을 볼 줄 안다는 것이다. 남의 관점에서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삶, 이런 삶을 산다면 결코 실패할 수 없다. 인생사에서도 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내가 하는 게 아니라 남이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꽃처럼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긍정적인 외모와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누구든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대화의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자기만의 개성(향기)이 있어야 사람들이 모여든다. 만나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꺼리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셋째 늘 깨어있는 삶으로써 자기만의 전문성을 꾸준히 향상(향기와 꿀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가야 한다. 만나면 늘 옛날 얘기나 하는 사람은 만나봐야 별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나를 볼 수 있는 삶, 꽃처럼 사는 삶이며,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삶이다. 

매일매일 SNS에 오늘의 꽃이야기도 쓰고, 꽃을 가꾸고 공부하면서, 꽃을 통해 배워보는 삶의 지혜가 쏠쏠하다. 이런 이야기들을 혼자만 알기 아까워 올해 초부터 내장산 자락에 ‘꽃담아카데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꽃에 관심 있는 분, 꽃처럼 살고 싶은 분, 4계절 꽃이랑 자연과 함께 교감하며 살고 싶은 분들의 방문과 참여를 환영합니다.
_ 송정섭 회장  ·  (사)정원문화포럼
다른기사 보기
songjs105@hanmail.net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 사진

인포21C 제휴정보

  • 입찰
  • 낙찰
  • 특별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