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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원고

변화하는 기후와 생태복원
작성자관리자 작성일2019-10-15조회수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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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기후와 생태복원

[조경시대 원고. 20136]

조 동 길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국립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겸임교수)

 

 

기후변화의 중요성은 이제 온 국민이 알 수 있을 정도의 상식이 되었다. 올해만 보더라도 봄은 거의 상실된 느낌이고, 추운 겨울이었다가 잠깐의 봄과 초여름이지만 한여름 같은 무더위와 빗소리로 요란하다. 기상청에서 예측한 바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현재보다 겨울철은 평균 27일이 줄고 봄과 여름은 각각 10일과 19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으로선 봄철은 줄고 겨울과 여름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북극의 빙하가 급속히 녹으면서 해수면 온도는 낮아지고, 그로 인해 겨울도 매섭고 길어진 탓이라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즉각 생태계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홍릉숲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년에 비해서 박새의 산란과 부화가 올해는 2주나 늦었다고 한다. 2007년부터 조사한 이후 7년만에 가장 늦게 시작된 산란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올 봄은 4월까지도 눈이 내렸고, 잦은 비도 봄철 온도 상승을 꺽는데 한몫했다. 이러한 겨울의 장기화는 지구온난화하고도 관련되어 있다. 산란과 부화가 늦어지는 것은 박새의 새끼가 먹어야 하는 먹이와 관련된다. 잡식성인 박새가 봄철에 산란하면 어린 새끼에게 먹여야 하는 주된 먹이가 나방 애벌레들이다. 이 나방 애벌레들은 봄철의 연한 잎을 먹고 자란다. 그런데 기온이 낮아져 잎이 나오는 시기도 늦어지니 박새가 이를 알고서 늦은 산란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하여 본래 박새는 봄철에 두 차례 정도의 산란을 해야 하는데, 너무 늦은 산란은 2차 산란을 포기하게끔 할 수도 있으리라고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되면 생물종들도 산란과 부화 시기가 일정치 않게 되고, 그 결과 먹이를 구할 수 없게 되는 생태적 엇박자(ecological mismatch)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박새가 산란한 후 먹이가 되어야 하는 나방 애벌레와 나방 애벌레가 먹어야 하는 연한 새잎들이 풍성해질 시기들이 서로 엇박자를 내게 된다. 이렇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종들은 갈수록 개체수가 줄어들게 되고, 그에 따라 멸종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생물종들의 적응과 진화에 대한 지혜가 발현되지 못한다면 생존할 수 없음을 말한다.

이러한 기후변화 현상은 생태복원 분야에서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생태복원은 그 개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훼손된 생태계를 훼손되기 이전의 상태 즉, 과거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과거의 식생대나 환경조건을 파악해야 하고, 그 환경에 적합한 식물종을 선정해서 도입해야 한다. , 과거로의 회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생태적 엇박자가 늘어나는 환경 속에서 과거로의 복원만을 강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근본적인 취지가 훼손된 생태계를 건전한 생태계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생태복원은 기후변화 등 변해가는 환경에 맞추어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생태복원은 미래 지향적이기도 해야 한다.

미국 퍼듀대학교의 최영동 교수가 진행시킨 한 연구는 미래 지향적인 복원의 필요성을 절실히 보여준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네델란드의 한 해안 하구에서는 지난 1954년에 생태복원을 통해서 습지를 성공적으로 복원한 바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생태계가 훼손되어 1980~90년에 들어서 훼손된 생태계를 재복원하기로 계획하였다.

당연히 과거에 성공적으로 실시했던 자료에 기초하여 동일한 복원 기법과 수종들을 활용하여 재복원 사업을 추진하였다. 물론 목표로 하는 생물종들도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설정하였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과거와 같은 방법, 같은 수종들을 활용하여 복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식생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연구자들은 실패의 주된 원인을 기후변화에 의해 늘어난 강수량 때문으로 파악하였다. 지표수에 의해서 유지되는 습지의 주요 기작은 강수량에 의존하게 되는데, 수년 동안 이 지역에서의 많은 강우 때문에 수심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에 따라 목표로 삼았던 식물이 나타나지 않고, 변화된 환경조건에 적합한 전혀 다른 식물이 나타났다고 분석한 것이다.

네덜란드의 복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환경조건은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데, 복원이라는 원칙 때문에 과거로만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과거의 기록에 충실해야 한다는 복원의 원칙을 존중함과 동시에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 대응적응하며, 미래 환경 변화를 예측하면서 복원의 목표와 기본 방향을 설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건설경기의 악화로 일감이 급격히 줄어든 우리 조경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유례없던 불황이라고 보는 조경 시장에 장밋빛 시절이 언제 다시 찾아 올 건인지 잘 모르겠다. 최근 접하는 뉴스를 보면 건설 경기의 부양을 위한 대책보다는 오히려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줄이는 모양이다. 물론 경제 부흥을 위한 예산들도 현 정부의 가계부에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우리 조경 분야까지 피부로 와 닿는 시기는 언제일까 싶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존의 일이 없는 시대라면 새로운 일들을 발굴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한 방식처럼 말이다. 더불어 국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드넓은 세계 시장을 개척해 나가 볼 일이다. 황폐해진 서식처를 뒤로 하고 새로운 서식처는 찾아다니는 철새들처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 다른 수많은 생물종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