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씨가 이번엔 한겨레신문에서 또...

비공개l2004.03.19l2093
청계천 되살리기 공론화 주도 작가 박경리(한겨레신문) 한겨레신문 기사(사회/지역) 2004년 3월 17일 청계천 되살리기 공론화 주도 작가 박경리 ‘놀이터’로 ‘개발’하는 건 국민 속이는 것 아스팔트 속에 갇혀 있던 청계천을 되살리는 일을 모두가 ‘꿈’ 같은 이야기로 여기던 2002년 1월1일, 〈한겨레〉는 〈토지〉의 작가 박경리(78)씨를 만나 그 꿈 얘기를 들어 지면에 옮겼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그로부터 1년6개월 뒤 청계고가도로 철거를 시작으로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공사 시작 9개월째인 요즘 그것은 ‘복원’이 아닌 또다른 ‘개발’이라는 우려와 지적이 시민단체와 애초 청계천 복원을 제창하고 나섰던 뜻있는 이들 사이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역사와 문화를 되살리기보다, 현란한 조경을 내세운 인공 하천을 새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박경리씨가 꿈꿨던 ‘청계천 복원’도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내세울 것도 내놓을 것도 없어” 언론 인터뷰를 한사코 사양해온 박씨가 〈한겨레〉 기자를 만난 이유도 바로 왜곡되고 굴절되는 청계천 복원에 대한 ‘깊은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지난 11일 강원도 원주의 ‘토지문화관’에서 만난 백발의 노작가는 인터뷰 내내 “청계천을 ‘놀이터’가 아닌 ‘쉼터’로, ‘조경’이 아닌 ‘문화’가 숨쉬는 곳으로 되살려야 한다”는 말을 여러번 반복했다. 문화가 숨쉬는 쉼터 복원에 조경 전문가가 책임자라니… -근황은 어떠신지요 =어제는 혈압 때문에 병원에 다녀왔어요. 그래도 일은 다 해요. 산에 나무 5천 그루를 심어서 가지치기도 하고, 농사도 고추, 배추, 옥수수 등 다 하고 있어요. 창작실(글 쓰러 온 작가들을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준다)에서도 먹고, 자급자족하는 수준입니다. -최근 청계천 복원공사의 내용과 방향에 큰 우려를 밝히셨는데, 박 선생께서 생각하는 청계천 복원의 의미부터 말씀해주시지요. =청계천은 대한민국의 모든 강을 생태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복원하는 시발점이 된다는 것입니다. 청계천은 서울시민의 독점물도 아니고, 우리 대한민국의 강이고 또 지구의 강이에요. 그걸 복원하면 그 뜻과 결과가 전 국토로 전파될 것입니다. -최근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이 ‘조경’만 강조한 채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하셨는데 =우연찮게 청계천 복원 공사 설계도를 봤어요. 대충 장을 넘기니까 ‘조경’ 분야가 무려 27쪽이나 되더군요. 하수처리는 3쪽, 하천이 5쪽, 도로가 5쪽, 교량은 22쪽인데 말이에요. 너무 황당했습니다. 조경은 안 해도 되는 거예요. 세계 어느 나라에서 강에 조경을 합니까 강이라는 것은 태양과 마주쳐야 강물도 살고 생태계도 살아요. 세월이 지나면 풀씨가 날아와서 자연히 풀도 살지요. 인간이 억지로 개구리를 잡아넣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옵니다. 물고기도 살 조건만 되면 와요. 새도 누가 가르쳐서 옵니까 자기가 찾아오는 거지요. 참 신비롭지요. 우리는 조경 문화라는 게 없었어요. 그게 일본에서 들어온 거지요. 우리는 항상 자연과 일치를 추구했어요. 또 그 좁은 공간에 조경을 한다면 ‘놀이터’를 만들자는 겁니까 청계천이 놀이터가 된다면 복원할 필요가 없어요. 놀이터 만들고 조경을 한다면 그건 자연 복원을 막는 거예요. 청계천이 또 망가집니다. 청계천은 ‘쉼터’가 돼야 해요. 게다가 지금 경제적으로도 어려운데 한푼이라도 돈을 더 들일 필요가 뭐 있습니까 공교롭게도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이 조경전문이래요. 청계천을 어째서 조경 전문가가 합니까. 복원이나 토목 전문가가 해야죠. 이건 양심 문제고 염치 문제입니다. 공사설계 보고 너무 황당 그러면 청계천 다시 망쳐 -최근 “조경만을 강조한 서울시 계획”을 비판한 박 선생의 신문기고에 이명박 시장이 대필 의혹을 제기했는데 =정치가들은 남이 써 준 원고를 읽기 때문에, 이 시장도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문학판 사람들이 볼 때 그 말은 대꾸할 필요도 없는 난센스에요. -사실 박 선생께서 신문에 기고까지 하며 나선 것은 좀 뜻밖이었습니다. =지금 서울시의 청계천 공사를 그대로 둘 경우 그건 결코 ‘복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청계천은 본래 있어왔던 것이고, 대한민국 몸뚱이의 일부입니다. 그 일부를 살려내자는 것이고, 거기 쌓여 있는 우리 조상들의 문화의 흔적을 보존하자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을 이 나라 국민들이, 또 서울 시민들이 이 시장에게 위촉했잖아요. 그런데 복원이 아니니까 말이 생기는 겁니다. 일본에 반가사유상이라는 문화재가 있어요. 우리 신라에서 만들어 간 것이지요. 한번은 수학여행 온 초등학교 학생이 손가락 하나를 부러뜨렸다가, 일본 전체가 난리가 났어요. 모든 언론이 전부 들고 일어났지요. 그런데 여기는 수표다리가 다 뭉개지는데도 꿀먹은 벙어리예요. 우리 문화는 참 자랑스러운 거예요. 수표교는 우리 한국만의 문화유산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렇게 침묵을 지키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물론 이 시장이나 조경에만 매달리고 있는 염치없는 사람에게 문화의식을 물을 여지도 없고요. 청계천은 공장도, 아파트도, 청사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너무 슬퍼요. 언론도 그래요. 청계천도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이걸 묵살하고 있어요. 시장의 임기는 4년이지만, 청계천은 수백년 내려왔고 수백년 갈 것인데도 ‘임기’를 신경쓰다 그 본질을 외면하는 게 난 참 슬프더라고요. -임기중 완공을 원하는 이 시장을 겨냥한 말씀으로 들리는데 =(문화재 복원이) 지금 어렵다고 그냥 끌고 나가면 안 됩니다. 이걸 잘못해 놓으면 이 시장이 죽을 때까지 오점으로 따라갑니다. 이 시장 임기 안에 못 끝내면 중임해서 할 수도 있고, 다음 사람에게 넘길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 기초를 잘 잡아 놓기만 하면 괜찮아요. 청계천 문제는 애초부터 복원하자고 시작한 것이에요. 개발한다고 했으면 누가 (이 시장에게) 표를 주었겠습니까 개발에 넌더리가 난 서울 시민들인데요. 복원하지 않고, 개발한다면 국민을 기만한 것입니다. 복원은 후닥닥 끝낼 일이 아니므로, 자꾸 기한에 신경쓰면 안 됩니다. -서울시는 이탈리아에서 분수를 들여 와 청계천에 설치하는 계획을 추진중인데. =예, 알아요. 갓 쓰고 자전거 타는 거랑 같지요. 그게 문화의식이 없어서 그래요. 그것은 총체적으로 청계천에서는 조화가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식대로 해야 조화가 되는 거예요. 이사장 임기는 4년이지만 청계천은 수백년 흐를 강 -청계천 복원과 관련해 서울시나 이 시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작가는 글을 쓸 때 몇 부가 팔릴 거다, 무슨 상을 받을 거다 생각하며 글 쓰지 않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 시장도 순수하게 사명감과 열정으로 하면 되지요. 처음부터 상을 바라고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사람이 참 독한가 봐요. 산에 나가 돌 줍고 나무 칠 때는 피곤하지 않은데, 사람을 한 번 만나고 나면 내가 죽이 된다고, 힘이 들어서. 하지만 환경 문제만 나오면 내가 모기 소리라도 질러야지. 그게 내가 이 땅에 나온 의무 아니겠어요. 되도록 신문지상에 안 나가고 자유롭게 내 생활에 몰두하고 싶은데, 환경과 청계천 문제만큼은 안방에 앉아 나몰라라 할 수 없어요. 작가 입장에서 하는 게 아니라, 우리들의 생존의 문제니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하는 거예요. -오랜 시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상우 윤진 기자 ysw@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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