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은 반드시 \"착해야만\" 하나요? 공원은 공공재이...

후라달봉구l2014.06.12l3579

  공원을 통해 돈을 벌고 싶다. 최근 취업 전선에 들어온 이후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그러나 돈을 버는 공원은 어떤 모습일지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조경학도로서 이런 고민을 해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 때를 떠올려보면 ‘예술, 즉 미학적인 측면에서 외부공간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과학, 즉 그 외부공간을 만들기 위해 자연을 어떻게 다루고 어떤 기술 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가치관, 즉 이러한 외부공간을 만드는 입장에서 우리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배워왔다. 이러한 것들이 세분화 되어 각각의 과목에 담겨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조경인으로서의 ‘가치관’이다. ‘예술’과 ‘과학’은 ‘가치관’을 실현시켜 줄 도구다.

그러나 이 가치관이 너무 착하다. 학교에서 선호하는 설계 개념들만 봐도 자연, 생태, 인간, 소통, 커뮤니티, 웰빙, 연결 등 극히 일반적으로 들었을 때 좋다고 인정되는 것들이다. 최근에야 안전이 새로운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것 역시 각종 재해에 따라 등장한 유행이자 착한 것들 중 하나다.

  반면 돈을 벌어들이는 공원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도 생각도 못한다. 입장료를 받는 놀이공원은 나쁜 공원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공원의 ‘공’이라는 글자가 공공에서 기인한 것처럼 공원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녹지로써 제공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원은 착해야만 한다. 공원은 돈이랑 관계없다. 나는 조경이 우리나라에서 천대받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최근에야 공원과 가까운 주거 환경이나 조경이 잘 된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뼛속 깊은 곳의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토지 소유자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임대받을 건물을 늘리고 싶어 하기에 조경면적을 최대한 줄이는 게 이익이다. 토지 소유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조성된 공원 근처의 땅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높이 아파트를 올릴 수 있기에 브랜드 가치를 높일 만큼의 잘 된 조경을 제공하고 싶은 것이다. 한정된 자기 땅에 공원을 지으라 했을 때 선뜻 공원을 지을 토지 소유자는 아무도 없다.

  ‘개발의 반대는 녹지다.’ 이 생각을 가졌을 때 조경학과의 미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을 따라 굴러간다. 최소한의 법적기준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이 땅은 포화상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원으로 돈 벌 생각이 필요하다. 공원에 입장료를 받자는 게 아니다. 백화점에 문화센터가 백화점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기업의 공익활동을 통한 착한 이미지가 기업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작은 단서들로부터 공원의 착한 이미지를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또는 공원 조성이나 관리, 경영적인 측면에서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공원을 기업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싶다. 조경학과가 전자, 기계, 화학공학과처럼 취업시장에서 인기 있을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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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l조경, 수익, 공공재, 공원, 가치관, ,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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