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담긴 정원, 순천만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D-4주변을 둘러보면 나무는 늘 사람 곁에 있다. 앞마당에, 마을 어귀에, 길가에, 뒷동산에. 나무는 사람과 가장 가까이에서 저마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한 나무들이 박람회장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박람회 방문 전, 다채로운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나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구정원 1번 나무(위치 : 나무도감원)
‘지구정원 1번 나무’는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 제일 처음 옮겨 심어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나무는 순천시 상사면 용암마을묘지에서 자라던 수령 90년 된 소나무로 길이가 15미터, 무게가 약5톤이나 된다.
거대한 크기와 길이, 무게 때문에 차량으로 옮길 수 없어서 에어크레인 헬리콥터가 이사를 도왔다. 그런데 나무를 옮기기로 한 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헬리콥터가 아무리 들어 올리려고 해도 나무가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 때, 나무에 막걸리 한 잔을 부어 주자 거짓말처럼 번쩍 들렸다고 한다.
한 곳에 오래 뿌리를 내리고 살던 나무가 종종 살던 땅을 떠나거나 훼손될 때 노여워한다는 말이 있는데, 지구정원 ‘1번 나무’를 두고 한 말인 듯하다.
이 일로 하나의 생명체인 나무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고, 의미 없이 함부로 나무를 뽑아내거나 자연을 파괴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5분 전 은행나무(위치 : 나무도감원)
이 은행나무는 순천시 석현동 주택에서 자라던 나무이다. 집주인이 건물을 짓기 위해 베어 내려던 것을 순천대학교 어느 교수가 발견하고, 집주인에게 박람회장에 기증할 것을 권유했다.
기증을 약속한 집주인이 시간에 쫓겨 그냥 나무를 베어내려던 순간, 정원박람회 관계자가 가까스로 도착해 살려냈다고 한다. 5분만 늦게 현장에 도착했더라면 아마 이 나무는 잘려 나갔을 것이다. 그 후 이 나무는 5분 전 은행나무로 불리게 되었다.
근심 먹는 은행나무(위치 : 나무도감원)
이 나무는 순천 향동에 사는 시민이 기증한 나무로 두 번이나 벼락을 맞고도 100년이 넘도록 한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던 세 그루 은행나무이다.
얼핏 보기엔 세 방향으로 뻗은 한 그루 나무 같지만 사실은 암수가 서로 다른 세 그루 나무가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두 번이나 벼락을 맞고도 탈 없이 100년 넘게 산 이 은행나무는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근심을 모두 먹어 버리고 좋은 일만 일어나게 해 줄 거라는 의미로 근심 먹는 은행나무라고 이름 붙여졌다.
숲 속의 연인목(위치 : 도시숲 )
숲 속의 연인목은 산벚나무와 비목나무가 함께 뿌리를 내리고 자란 나무로 산벚나무가 비목을 안으려고 두 팔을 위로 활짝 벌린 모양을 하고 있다.
두 나무의 수령이 20년 내외로 추정되면서, 서로 비슷한 시기에 만나 뿌리를 내린 모양이 사랑하는 젊은 연인처럼 보인다 해서 연인목이 되었다.
마침 주변에 서 있는 생강나무 한 그루가 다정하게 한 그루처럼 자라고 있는 연인목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듯한 상황이 연출된 것도 재미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포플러(위치 : 약용식물원)
수령 45년 된 포플러 나무는 오산마을, 그러니까 현재의 순천만 국제습지센터 자리에서 자란 나무이다. 2010년 건축을 시작할 때에는 포플러 나무를 그 자리에서 그대로 활용하자, 또 베어서 어린이 놀이 시설로 활용하자는 등 여러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쉽게 결정이 나지 않아 우선 임시로 박람회장 약용식물원 쪽에 옮겨 두었다. 그런데 이듬해 봄이 되자 나무에서 새싹이 돋아났다. 포플러 나무가 현재의 자리에 스스로 터를 잡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를 보면 한 소년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나무가 있다. 나무가 베어지고 빈 그루터기만 남은 상태에서도 기꺼이 의자가 되어준다.
어쩌면 포플러도 사람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늘 그 자리에서 고즈넉한 미덕을 선보이며, 한결같이 있어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닐까 한다.
S자 소나무(위치 : 잔디마당)
이 소나무는 원래 상사호 주변 야산 묘지 주변에 살고 있었다. 수령 50년으로 추정되는데 그 형상이 순천만의 S자 모양을 닮아 특히 눈길을 끈다.
나무 하나를 옮기기 위해서도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S자 모양의 소나무를 옮기는데도 물론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소나무가 박람회장에서 살아간다면 그 의미가 더 특별할 것 같다는 여러 사람의 바람과 노력 덕분에 박람회장의 잔디마당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고 한다.
- 글 _ 서신혜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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