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DMZ를 다시 보다

조동길 논설위원(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19-08-02
DMZ를 다시 보다



글_조동길(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겸임교수)



필자가 지난 해 「화해의 시대, DMZ “세계자연유산”화를 다시 고민한다」는 내용을 기고한 지 1년이 넘었다. 그 1년 사이에도 수많은 남북관계의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화해 분위기 속에서 남과 북이 합의했던 사항들, 그리고 우리 정부에서 평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 필자가 직접 관여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서 DMZ를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1. 철원 두루미류 서식지 관리

필자는 연구 과제 중에 하나로 “철원지역 두루미류 주요 서식지 생태적 관리 방안 마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철원 평야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두루미류가 해마다 찾아오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두루미류의 주요 서식지를 다시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원인 제공 중에 하나가 바로 남북화해 무드다. 정치·군사적인 이유 등으로 민간인 통제 구역이 북상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통제선보다도 북쪽으로 더 올라간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지역 차원에서는 개발의 기회가 늘어난다. 문제는 앞으로의 무분별한 개발을 어떻게 제어해 낼 것인가에 있다. 지금까지는 군에 의해서 민간인을 통제하여 기존의 토지이용 변화를 최소화해 왔었다면, 민통선의 북상으로 다양한 건축이 가능해 지고, 그에 따른 개발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형태가 실질적인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철원지역의 토지 소유자들이 상당부분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고, 지역주민이 직접적으로 혜택을 보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더불어서 군부대에 의해서 상당 부분 유지되던 지역 경제가 어떻게 재편될 건지도 모른다.

환경생태적인 차원에서의 제일 큰 문제는 철원 지역의 두루미류가 제공했을 여러 가지 혜택들이 지속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민통선이 올라가고 그 지역이 무분별하게 개발된다면, 두루미류의 서식지가 축소되거나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서식지 개발이나 위협은 두루미류의 개체 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과거 우리나라 남부 지역에서 개발 정책과 보전 정책을 사용했던 각각 다른 지자체들에 의해서 두루미류의 서식지가 변화한 것은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철원지역에서 두루미류의 보전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함께 이루어 낼 것인가는 장기간의 숙제로 남을 것 같다. 이 숙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이 연구의 목표이기도 하다. 


#2. DMZ 내 GP 복원

“DMZ 내 GP 철거지 산림복원 사업계획 수립 연구”는 지난 2018년 9월 19일에 실시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와 관련된다. 이 합의서에 의해 군사분계선 1km 이내의 GP를 철거함에 따른 자연으로의 복원 사업이다. 이 연구만큼은 실제 DMZ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GP 철거지역이기 때문에 그 입지가 UN사에서 관할하는 DMZ 내부에 해당한다.

그 대상지들 중에 하나로 화살머리고지의 유해발굴지 복원도 포함되어 있다. 복원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작업하기 위해 UN사의 승인 아래, 군 관계자와 산림청, 강원도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볼 기회가 생겼다. 필자가 2004년에 남북연결도로 복원을 위한 사후 환경영향평가 때와 달라진 것은 두 가지였다. 우선 카메라를 들고 갈 수 없었다. 두 번째 경계근무를 서는 군인들이 정말로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있었다. 두 번째의 경우에는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듯했다.

유해발굴사업장까지 가는 현장에는 북쪽과 남쪽의 도로 연결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낸 도로 사면의 복원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높은 절토사면과 금방이라도 흙이 쓸려 내려갈 것 같은 성토사면에서 산림형 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유해발굴사업장은 화살머리고지에 있고, 주변에 GP가 있다. 그리고 화살머리고지 옆으로 난 도로에서는 역곡천도 선명하게 보였다.

정부에서는 지난 4월 3일에 DMZ와 연결된 3개 지역을 평화안보 체험길(가칭 ‘DMZ 평화둘레길’)로 지정해 4월 말부터 단계적으로 국민에게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었다. 그리고 실제 4월 23일에 유엔군 사령부에서는 시범지역으로 고성지역 평화둘레길 출입을 승인하였다. 이후 철원도 평화둘레길 탐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 DMZ를 들어가는 곳은 주 연구대상지인 화살머리고지의 유해발굴사업장이다.

이 지역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필자의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다투고 있다. 무엇보다도 유해발굴사업장이기 때문에 완전한 자연으로 되돌리는 것보다도 한국전쟁과 전사자들에 대한 어떤 기념비적 공간도 마련해 주어야겠다는 생각, 이 공간들을 어느 정도 분할하고 무엇을 더 중요시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예전 같은 사고였다면, 완전히 자연으로 되돌렸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주된 생각이겠지만, 현실 세계의 이해당사자는 너무 많고, 현장 여건도 특수하다. 아직도 큰 방향들은 미정이고, 고민 중이다.


DMZ 통문 앞 안내판


#3. 경기도 DMZ 생태평화지구 조성

필자의 연구원에서는 “DMZ 생태평화지구 조성 방안 수립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남북 간의 관계 완화에 따라서 경기도에서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과 진행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것이다. 핵심 사항은 각 지자체 마다 생태평화지구를 어느 지역에 어느 정도의 규모로 만드는 것이 가장 적정할 것인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화공원을 구상하는 내용이다. 필자의 의도대로만 방향이 설정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본적으로 필자의 방향은 온전한 보전 속에 최소한의 필요한 입지에만 발전을 위한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숙박이나 관광 등을 지원하기 위한 배후 시설들은 기 개발된 도시화 지역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파주시와 김포시, 연천군이 주요 연구 대상지인데, 각 지자체마다 요구하는 방향들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적극적인 개발을 희망하는 곳도 있을 것이고, 잘 보전된 자연과 생태가 미래의 자산이라는 것을 알고 보전에 집중할 지자체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경기도에서는 DMZ 일원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이행 중에 있다. 문화재청과 공동으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그리고 연구의 대상이 되는 경기북부지역 중 하나인 연천은 지난 6월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올해 이루어진 이번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은 DMZ 일원을 강원도와 경기도 지역에서 함께 지정했다는 것과 함께 연천군은 전체 행정구역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연천군은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연천군의 담당자는 잘 보전된 생태가 미래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것에 거의 확신을 한듯하다. 필자와 마찬가지로….


현실의 여건과 고민

DMZ와 그 주변 지역은 통일 후를 대비하여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미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철원지역 두루미류 서식지만 하더라도 남북화해 분위기와 그에 따른 대책들로 인해 두루미류의 서식지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남북화해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접경지역의 땅값이 상승했다는 보도는 개발에 대한 기대 심리에 의한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의 시기를 통일로 가는 과도기로 볼 수 있을 것인데, 벌써부터 개발에 따른 자연 서식지에의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통일이 된 이후에는 훨씬 더 강한 개발 압력과 광범위한 서식지 위협들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DMZ와 그 일대를 개발 압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DMZ는 환경부 소관의 자연환경보전법에 의한 유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을 뿐이다. 민통지역은 군사 관련 법들에 의해서 현재와 같은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통일이 된다면, 민통지역은 더욱 더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따라서 DMZ와 민통선을 함께 묶어서 보호지역으로 설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적인 수준으로 볼 때 생물권보전지역보다는 세계자연유산으로의 지정이 더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유산은 관리에 있어서 생물권보전지역보다 훨씬 더 강력한 규제와 보호 대책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국내법으로도 미래를 대비한 보호 대책을 미리서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에서 자연환경을 규제하는 강력한 수단 중에 하나는 생태자연도이다. 생태자연도 1등급에서는 어떠한 개발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한 규제도 많은 허점을 갖고 있듯 현행법만으로는 상당히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현행법에서가 아니라 통일 이후를 대비하여 DMZ와 CCA 지역의 자연환경보전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와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신규 법은 특별법의 형태로서 법적 지위를 높여야 한다. 다른 어떤 개발 관련법보다도 상위에 있어야 온전한 보전과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땅이지만 휴전 후 66년이나 지난 자연의 보금자리다. 이 자연유산이 통일 이후의 후세대들에게까지도 온전하게 남겨질 수 있기를 여전히 강력하게 기대한다.
_ 조동길 대표이사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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