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도서

조경기술자의 진짜 역할은 뭘까?
비공개l2001.12.02l1065
바로 며칠전에 나무의 맘을 알고 나서야 조경을 떠나도 후회가 없을거라는 말을 남겼었죠..
하지만 사실 그 나무 때문에 당장이라도 지금 조경을 관두고 싶은게 제 맘입니다.. 물론 지금 맡은 현장을 끝내야겠지만...
조경회사에서 제가 하는 일은 참 많습니다..
설계회사처럼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경시공하려면 기본적으로 내역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가는 머리속에 넣고 있어야겠지요.. 그리고 도면을 읽고, 더 상세하게 뜯어보고 고치려면 CAD도 기본적으로 해야하죠.. 그리고 시공현장이 돌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계약법령 정도도 약간 알아야 싸울수도 있구요..
하지만 제가 고민하는 것은 위의 모든 것을 떠나서 조경기술자의 가장 큰 임무는 나무를 살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바둥바둥 하면서 나무 살려놔도 애들이 밟아버리면 어쩔수는 없죠.. 그리고 발주처에서 어거지로 시공잘못해서 나무 죽은거라고 우기면 어쩔수 없죠... 사람들한테 밟힐걸 알면서 왜 거기 심었냐면 할말 없어지잖아요.. 언제는 도면대로 시공하라고 강요하고서는...
한때는 조경시공기술자의 역할에 대해서 현장이 무리없이 잘 돌아갈수 있도록 행정적인 업무(일명 소장으로서) 또는 현장관리 업무가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한데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공 아무리 잘해도 하자기간 2년 동안 나무 안죽는 현장은 없더라구요..
사실 전 지금 겁이 나서 현장에 나무를 가능한한 적게 심고 싶은 생각입니다.. 즉 필요한 곳만 심어야지 이뿌라고, 푸르름 가득하라고 여기저기 심고 싶지는 않아요.. 특히 관목은... 우리나라 사람들 휀스 안쳐진 곳은 열심히 밟는 재미로 사니까... 어린이 놀이터에 심은 관목은 하자 제대로 하다보면 설계량의 세배는 들어갈겁니다..
일요일 청승맞게 컴 앞에 앉아 이러고 있네요..
조경기술자의 진짜 역할은 무엇일까요.. 흔히 세상의 모르는 사람들이 말하는 나무 잘 심고, 안죽게 하는게 어쩌면 진짜 조경기술자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고민이 생겼어요..
저와 같은 고민을 이미 초월하신 선배님들 의견 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