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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 한겨레 2005/06/18 기사

비공개l2005.06.20l2365
한겨레 2005년 6월 18일 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5/06/005000000200506171930083.html [뚝섬] <하> 초록 숲 ― 빌딩 숲 ‘문화발전소’ 상생 서울숲에선 서울이 보였다. 담장 없는 공원은 20년 전에 지은 성수동 낡은 주택들과 등을 맞대고 있다. 경마장 트랙의 흔적이 공원의 기본 동선으로 남아 있다. 볼 기회가 별로 없는 뚝도정수장과 유수지가 공원 안에 불쑥 솟아있다. 또 성수대교 같은 거대하고 복잡한 토목 구조물들이 공원을 ‘절단’하며 위 아래로 지나간다. 성수중학교 운동장이 공원 속을 파고든다. 삼표레미콘 공장의 육중한 시설도 계속 시선을 따라다닌다. 무표정한 고층아파트 건물들도 배경을 이룬다. 서울숲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하얀색 보행 가교를 걷다보면 쉴 새 없이 지나가는 강변도로의 차량들도 한눈에 잡힌다. 그런가하면 저 멀리 응봉산이 지붕처럼 원경으로 펼쳐져 있다. 거대도시 서울을 이처럼 압축적으로 경험하며 새롭게 볼 수 있는 곳이 서울숲이다. 서울숲은 도시를 피하는 공원이라기보다는 도시를 만나는 공원이었다. 그간 서울시는 서울숲이 “고라니와 사슴 같은 야생동물이 뛰노는 도심 속 생태공원”이며 동시에 “한국의 센트럴파크이자 서울의 하이드파크”라고 표방해왔다. 만일 그렇다면 서울숲은 녹색으로 단정하게 화장한 도시 속의 ‘섬’ 같은 공원일 뿐이다. “공원 같은 아파트 단지”라는 분양 광고와 “숲 같은 생태공원”이라는 홍보 문구는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서울시는 4조원 이상의 개발 이익을 포기하고 이곳을 시민들의 쉼터로 만들었다. 하지만 서울숲은 4조원 이상의 유무형의 이익을 서울에 가져다 줄 것이다. 공원과 도시가 역동적인 영향을 서로 주고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 서울숲 근처엔 ‘서울숲까페,’ ‘서울숲주점,’ ‘서울숲부동산’ 등이 들어서고 있다. 숲이나 야생동물도 반갑지만 공원 때문에 도시가 변화해갈 지점이 더 흥미롭다. 많은 사람들은 ‘공원’과 ‘녹색의 섬’을 일치시킨다. 하지만 최근 공원설계의 세계적 추세는 공원이란 회색 도시를 등지고 푸른 담장을 둘러친 낭만의 자연이 아니라 도시의 문화와 일상적으로 교섭하며 도시의 성장과 진화에 참여하는 문화 발전소라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서울숲을 설계한 조경가 안계동(동심원조경 소장)씨는 이 공원을 만들며 “진화, 네트워크, 재생”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공원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숲사랑모임’이란 민간조직이 참여해 서울숲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서울시와 관리·운영을 함께 한다. 이렇게 시민들의 참여가 보태져서 서울숲이 “보기에 아름다운 생태숲”보다는 “도시와 만나고 대화하는 역동적 공원”으로 진화해 가길 기대한다. 배정한/단국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조경비평가 jhannpae@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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