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평론] 황지해_윌리엄 켄트의 풍경화식 정원을 넘어 세밀풍경화식 정원의 창시

황지해 작가의 첼시 쇼 앤 아트(Show and Art) 가든 평론 - 3
라펜트l기사입력2024-04-29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의 경관평론 - 7


황지해 작가의 첼시 쇼 앤 아트(Show and Art) 가든  평론
 : 윌리엄 켄트를 소환해 낸 세밀풍경화식 정원의 창시 - 3


황지해_윌리엄 켄트의 풍경화식 정원을 넘어

세밀풍경화식 정원의 창시





_조세환 경관평론가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III. 황지해_윌리엄 켄트의 풍경화식 정원을 넘어 세밀풍경화식 정원의 창시


황지해-윌리엄 켄트 : 유유상종(類類相種)의 풍경화식 정원가 
  
켄트가 창시한 풍경화식 정원은 자연이, 또는 자연의 모습이 가지는 고유의 영감에서 자유가 충만되는, 즉 그 이전 시대의 인위적, 권위적 질서 개념의 바로크 정원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자연을 개념 짓고, 그 모습을 풍경화식 정원으로 그려낸다. 그럼으로써 정원을 곧 자연에 비유해 내고, 이런 철학과 과정과 방법을 거치며 정원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영혼을 어루만지고, 예술적인 만족감을 주며, 불혹에 도달하게 하는 그 무엇으로 여겨졌다. 

황지해가 첼시 플라워 쇼에서의 3개의 수상 작품들, 쇼와 아트(Show and Art) 정원을 살펴보면 모두 켄트처럼 풍경화식의 모든 것을 본능적으로 흡수하고 그걸 재현하는 데 막힘이 없는 듯 한다. ‘해우소 가는 길-근심을 틀어내는 곳’, ‘고요한 시간-DMZ 금지된 정원’, ‘백만 년전으로부터 온 편지’ 등의 작품은 문자 그대로 특정 지역의 자연의 풍경을 절묘하게 그련내되 다만, 사실적으로 밀도 높게 연출하고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켄트와 상이할 뿐이다. 

또한 켄트가 자연풍경의 정원 내에 특정 지점 또는 장소의 장면을 강조하기 위해 파빌리온, 교량 등 구조물의 오브제를 설치하고 있다면 황지해는 자연풍경 내 해후소, 감시초소, 약초 건조장 등과 같은 오브제를 출현시키고 있다. 그러니 동일한 선상에서 자연을 풍경화식으로 그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두 사람, 당시의 켄트나 동시대의 황지해나 정원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도 공통점도 지닌다. 그러니 이 두 사람이 그려내는 정원디자인은 어떤 인위적 이념이나 관념, 이론으로부터 자유로운 유유상종(類類相種)의 풍경화식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풍경식정원(출처 : cafe.daum.net/britisheculture)


자연풍경식 정원 내 오브제_‘스타파주’(Staffage)

하지만, 하지만 황지해는 타고난 미의식의 천재적 자질을 갖추지 않았거나, 자연에 대한 체험적 느낌과 감정의 인지 능력이 없었거나, 자연을 인위적으로 생각하고 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막힘과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절대 자연의 풍경, 있는 그대로의 자연 그 자체를 켄트보다 더 세밀하고도 밀도 높게 새로운 자연미학의 장르로 연출해 내고 있다는 맥락에서 특별하다. 이 대목에서 또 다시 궁금해 진다. 도대체 그녀는 어떤 존재인가?

“미술가로서 출발했으나 뛰어난 화가가 되지 못했고, 한 번의 정원 또는 조경 교육도 받은 적이 없으나 자연풍경의 모든 걸 본능적으로 흡수하고 그걸 재현하는 데 거침이 없었던 사람. 그런 면에서 영국의 풍경화식 정원을 창시해 낸 켄트를 천재적이라고 평했다”면 과연 황지해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그녀 역시 천재적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아니면 너무 과찬일까?


황지해 작가의 자연풍경식 정원_고요한 시간 : DMZ 금지된 정원
* 자연풍경의 속살을 밀도 높게, 상세하게 디자인해 냄으로써 풍경의 표피를 생명의 가치와 결합시켰다.

하지만, 황지해는 첼시 플라워 쇼 수상작을 통해 어떤 측면에서든 켄트와 차별화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절대적 아름다움을 그녀만의 독창적 기법으로 세밀하게 재현해 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을 상기해 보라. 또한 그로인해 그녀의 수상 이후 첼시 플라워 쇼의 정원디자인 트랜드가 그녀의 풍경화식 디자인 스타일로 변해갔다는 것은 나름 동시대 그녀만의 새로운 정원 미학을 창시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필자가 황지해 작가의 정원을 평론하며 윌리엄 켄트를 소환해 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첫째, 황지해가 작가로서 켄트와 유사한 소양적 배경과 함께 형식적 차원에서 일종의 풍경화식 정원을 창시한 켄트 고유의 풍경화식 정원디자인의 양식적 유전형질(Genotype)을 물려받은 듯한, 즉 유유동종의 풍경화식 형식의 정원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다는 맥락에서이다. 

둘째, 좀 더 디테일 하게는 황지해 작가는 어쩌면 이러한 형식적 차원을 넘어 내용적 관점에서 오히려 정원에 품고자 하는 자연의 가치를 켄트의 풍경적 아름다움의 미학을 넘어 자연이 살아 숨쉬는 생명력을 담고자 했다는 점, 무엇보다 자연의 그 생명력을 누구도 추종할 수 없는 세밀함과 정교함으로 묘사해 냄으로써 켄트의 풍경화식 정원을 표현형질(Phenotype)적으로 진일보된 새로운 종(species)의 차원으로 새롭게 전이 또는 진화시켰다는 점이다. 

결국 황지해는 윌리엄 켄트가 창시해 낸 풍경화식 정원(Pictureque Style Garden)과 유유동종(類類同種)의 유전형질을 이어받았으면서도 자연의 생명과 힘을 정밀하고도 세세하게 표상하는 ‘세밀풍경화식7) 정원’이라는, 나름 유유이종(類類異種)의 독창적 정원디자인 양식을 창시해 냈다는 차원에서 켄트와는 차원이 다른 또다른 특출함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황지해의 켄트식 풍경화식 정원, 더 나아가 황지해가 창시해 낸 고유의 세밀풍경화식 정원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를 나눠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는 절을 바꿔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황지해 작가의 자연풍경식 정원 내 오브제(스타파주)_해우소: 근심을 털어버리는 곳)

 
황지해 _유유이종(類類異種)의 세밀풍경화식 정원의 창시
  
황지해 작가가 2011년과 2012년에 첼시 플라워 쇼에서 수상한 뒤 그녀의 디자인풍을 두고  ‘자연식 식재기법’ 또는 자연식 정원의 창시자로 회자되기도 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작품은 자연의 작동 과정(Operational Process)에 따라 마치 자연적으로 발생한 풍경인 것인지─즉, 자연이 스스로 디자인한 것인지아니면 사람의 손이 디자인한 것인지 차별이 안 될 정도로 출중한 정원을 만들어었기 때문이다8). 그 이후로 첼시 플라워 쇼의 디자인 트렌드가 황지해 작가의 자연식 식재 양상으로 크게 변했음을 우리는 이미 앞서 짚어 본 적이 있다. 

얘기인 즉슨, 황지해 작가가 2011~12년에 연속 수상하기 이전까지 첼시 플라워 쇼의 디자인풍이 화려한 화훼 식재 중심의 미적 질서, 또는 인공의 소재를 가미한 사람의 냄새가 풍기는 디자인풍이었다면, 그 이후로 당시 그녀가 선보였던 순수 자연적 느낌이 물씬나는 디자인풍으로 디자인 트랜드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즉, 다소 사람의 손길과 냄새가 풍기는 인위적 가공 느낌의 정원 디자인 풍의 첼시 플라워 쇼의 전통 트랜드를 문자 그대로 순수 자연스러운 풍경이 서린 느낌의 정원 디자인풍으로 대세가 바꾸었음을 의미한다. 

이것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윌리엄 켄트가 창시한 18세기 풍경화식 정원의 유전형질(Genotype)이 21세기 첼시 플라워 쇼 앤 아트 정원에서 새로운 유형의 풍경화식 정원으로 ‘표현형질’(Phenotype)의 진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같은 풍경화식 정원이면서도 다른 풍경화식 정원 즉, 유유이종(類類異種)의 풍경화식 정원 디자인 양식이 출현한 것이다.

황지해 작가의 자연풍경식 정원 내 스타파주(Staffage)_100만 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 중 ‘건조창’

윌리엄 켄트가 창시한 풍경화식 정원은 그 시대 정원 디자인의 총아적 존재였다. 그 이전까지 있었던 규칙적이고 질서정연한 인공의 맛이나는 정원에서 벗어나 자연의 풍경을 연출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새로운 정원 디자인의 이상이자 철학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마침내 그 당시 바로크 양식과 같은, 하나의 인공적 질서와 규칙이 있는 정형식 정원의 트랜드를 넘어 종국에는 자연처럼 아름다운 풍경화식 정원(Picturesque Garden)이라는 하나의 역사적 정원 양식으로 자리잡은 것이었다. 


황지해 작가의 자연풍경식 정원 내 스타파주(Staffage)_고요한 시간:DMZ 금지된 정원 중 ‘감시탑’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켄트의 풍경화식 정원은 대규모 스케일의 땅을 대상으로 정원이 조성되는 특징을 가진다는 점이다. 윌리엄 켄트가 창시한 풍경화식 정원의 스케일은 농경지나 목초지 등 대규모 토지를 소유한 귀족들의 땅을 중심으로 펼쳐졌기에 적게는 100헥타부터 크게는 1,000헥타까지에 이르는 대규모 땅을 대상으로 정원이 조성된다. 그런 곳에 농경지와 목초지, 숲과 계곡, 계류와 개울, 연못과 호수 등을 보전, 조성, 개조, 보완하여 전체적으로 마치 하나의 풍경(Picturesque)처럼 아름다운, 있는 그대로의 자연 풍경을 그려내는 대형정원(Large Garden)이 된다. 

그런 풍경 속에 굽이치는 산책로를 지형에 맞게 자연스럽게 그려넣어 산책로를 따라 거닐며 자연의 풍경을 감상하며 정원을 즐기는 유형이다. 또 한편으론 호숫가 등 전망이 좋은 곳, 풍경이 아름다운 곳 등 특별한 지점에서는 랜드마크로서의 장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거나 휴식, 대화 등의 용도를 위해 파빌리온과 같은 스타파주(Staffage)9)와 르푸소아르(repoussoir)10)를 설치한다. 황지해가 첼시 플라워 쇼에서 보여준 정원 디자인은 한 마디로 풍경화식 정원이다. 

켄트가 그랬듯이 그녀 역시 지금껏 우리가 사용해 온 비율이나 좌우대칭, 통일성, 식물의 선정이나 배치 등 인위성에 미적 비중의 관심을 두지도, 연출하지도 않는다. 단지 그녀의 풍경화식 디자인은 산과 들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와 꽃, 바위 등이 그녀의 정원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특별한 규칙도 없는 듯이 그저 무심하게 놓여 있을 뿐이고 또, 자라나고 있을 뿐인 듯 하다. 하지만 이 풍경에서 눈으로 볼 수 없는 ‘자연의 질서’가 보는 이의 감각과, 지각과, 인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또 증명된다. 

황지해의 이 특별하지 않은 특별함이 종국엔 신의 예술처럼 아름다운 풍경으로 귀결되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것이야말로 켄트의 자연풍경화식 정원을 태동케 하는 최초의 디자인 원리인 ‘사와라지’11), 그 자체다. 윌리암 켄트나 황지해의 정원은 공통적으로 사와라지를 공유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역시, 한 통속의 풍경화식 정원 속(屬)으로 규정할 수 있다.  

하지만 양자 간의 한 가지 분명하고도 단호한 차이점은 대상지의 스케일에서부터 비롯된다. 황지해의 정원 대상은 첼시 플라워 쇼의 경우 대상지의 크기가 12m×20m 수준으로서 240㎡(73평)에 머물고 있으니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는다. 켄트의 정원을 문자그대로 자연의 풍경이라고 한다면 황지해가 대상으로 한 정원은 자연의 풍경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스케일이 적다. 이 상황에서 그녀는 풍경화식의 근본 기제인 사와라지를 어떻게 표출할 수 있을까. 그렇게 적은 스케일을 풍경화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황지해_세밀풍경화식 정원 디자인의 비밀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스케일의 차이는 자연스럽게 풍경을 그려내는 방법에서 외려 양자간 큰 차별성을 드러낸다. 윌리엄 켄트가 그려내는 풍경식 정원은 어쩌면 그 규모 자체로서 자연스럽게 자연의 풍경을 그려낼 수 있는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 큰 스케일 덕분에 숲이며, 능선과 계곡, 개울과 계류, 연못과 호수 등을 이용해 풍경을 자연스럽게 그려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거기에 산책로, 초지, 호수 등 특정 풍경의 지점에 쉬고, 조망하고 장소의 풍경 등 특별한 장면을 연출해 줄 수 있도록 스타파주나 르푸소아르를 배치12)하는 것으로 정원을 조직해 낼 수 있었다.   
황지해 작가의 ‘사와라지’ 연출_해우소 :근심을 털어내는 곳‘ 중 담장 부분
                    

황지해 작가의 ‘사와라지’ 연출_100만 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 중 ‘바위정원’ 부분

반면 황지해의 작고도 작은 스케일의 정원에서는 윌리엄 켄트의 거칠고도 큰 자연을 표상하는 풍경화식 정원처럼 숲, 연못과 호수, 강과 계류 등 큰 스케일의 풍경을 그려낼 수가 없다. 여기서 황지해의 정원은 드디어 윌리엄 켄트와 차별화에 나선다. 황지해가 그려내는 사와라지의 풍경화식 정원은 크고 거친 자연의 풍경을 작고 섬세한 자연 풍경으로 그려낸다. 무엇보다 윌리엄 켄트가 이뤄낸 풍경식 정원─실루엣 중심의 거친 풍경으로서의 자연의 모습을 생명이 작동하는 작고 섬세하고, 미묘하고 오묘한, 자연의 보이지 않는 질서를 밀도 높게 노출하고 연출시키는 모습으로 대체한다. 바로 황지해의 세밀풍경화식 정원 디자인이다.
                     
윌리엄 켄트가 부드러운 실루엣으로 굽이치는 자연의 모습을 양감의 아름다움(Beauty of Mass)으로 그려낸 풍경화식 정원을 창시해 냈다면 황지해의 정원은 처절하게 거칠어 야생적인 풀과 야생화, 수목 등의 작고 큰 소재를 굵기, 모양, 색채, 높이 등을 서로 얽히고 설키게 배열하는 등의 독창적 디자인을 통해 거칠되 섬세하고, 밀도 높게 표현함으로써 자연의 세세한 선의 아름다움(Beauty of Line)을 연출해 낸다. 

그럼으로써 그녀는 마침내 풍경화식 정원은 정원인데 마치 세밀화(Miniature Painting)처럼 섬세하고도 밀도 높게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낸다. 필자는 황지해 작가의 이 독창적 정원 디자인 기법을 특히, ‘세밀풍경화식 정원’(Miniature Picturesque Garden)으로서, 켄트의 자연풍경화식 정원(Picturesque Garden Style)에서 진화된, 동시대의 하나의 독창적 정원 양식으로 명명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황지해 작가의 세밀자연풍경식 정원_해우소: 근심을 떨쳐버리는 곳 중 식재 부분
* 섬세하고도 밀도 높은, 세밀풍경화식의 정원이다.

황지해가 쇼 앤 아트 정원 디자인에서 그려내는 세밀풍경식 양식의 정원에는 윌리엄 켄트의 풍경화식 정원에서 나타나는 스타파주(Staffage)가 늘 함께 등장한다. 하지만 그 스파타주의 스케일은 앞에서 얘기한 정원의 스케일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상대적으로 작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앞서 스타파주 그림 참조) 

예컨대, 첼시 플라워 쇼에서 나타나는 ‘해우소’, DMZ:고요의 정원에 나타나는 ‘감시초소’, 백 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의 ‘약초 건조장’ 등의 시설물은 정원의 오브제로서 환경조각물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풍경화식 정원에서 나타나는 스타파주(Staffage)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스케일은 정원의 황지해 정원의 작은 스케일에 비추어 거대하리만큼 크다.  

그러면서도, 황지해 작가가 도입하고 연출하는 스타파주(Staffage)는 그녀의 세밀풍경식 정원의 주제에 걸맞게 매우 토속적이고, 무엇보다도 자연의 힘에 역동적으로 적응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스러져가는 아름다움, 즉 이지러짐의 미(美)를 연출13)해 낸다는 맥락에서 윌리엄 켄트의 풍경화식 정원의 스타파주와는 분명하게 차별화된다. 


황지해 작가의 세밀자연풍경식 정원_고요한 시간: DMZ 금지된 정원 중 소폭포 정원  

적어도 첼시 플라워 쇼에서 보여주고 있는 황지해 작가의 세밀풍경화식 정원(Miniature Picturesque Garden)은 풍경 그 자체든 또는 풍경의 포인트로 도입되는 스타파주(Staffage)든 모두가 섬세하고 밀도 높은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방향으로 수렴되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켄트가 그의 풍경화식 정원에서 스타파주(Staffage)를 다만 전체 풍경 중 특별한 한 장면을 강조하기 위한 풍경의 구성요소로 도입하고 있다면, 황지해는 그녀의 세밀풍경식 정원에서는 스타파주, 그 자체를 풍경의 주제로서, 또 풍경을 압도하는 중심요소로서 도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14).

그러나 황지해 쇼 앤 아트 정원 작품의 독창성은 단순히 이러한 세밀한 풍경적 묘사 차이에서만 켄트식 풍경화식 정원과 차별화된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녀는 이 세밀풍경식 정원 디자인을 통해 진정 그녀가 내면 깊숙이 품고 있는 정원 디자인의 철학과 가치, 태도 등 그녀 만의 또다른 정체성을 제대로 표출하고 있는 숨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자연의 가치와 생명력 존중에 관한 황지해의 또 다른 서사다. 과연 그럴까? 장을 바꿔서 이야기를 계속해 보자.  


 

7) 세밀화(細密畵)는 세밀한 묘사로 정밀하게 대상을 그린 그림을 의미한다. 이슬람국가나 중세 서양에서 발전한 화법인데, 미니아티르(Miniature)라고 해서 식물, 사람 등을 세밀하고 정밀하게 묘사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세밀풍경화식(Miniature Picturesque Style) 정원은 자연을 세세하고도 정밀하게 즉, 세밀하게 그려내는 풍경화식 정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8) 이런 사연으로 황지해 작가를 ‘신의 손’(God’s Hands : GH)을 가진 정원 디자이너라는 의미로 ‘신의 손’이라는 애칭이 붙은 듯 하다.

9) 신전처럼 의미와 상징성이 강한 건축물과 조형물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같은 사람들의 느낌과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설치되는 건축물이나 조형물을 말한다. 풍경화가들이 쓰던 기법으로서 그림에 인물이나 건축물 등을 자그맣게 그려 넣어 장면에 생기를 불어넣고 그림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첨가하는 것일 뿐 그 자체로 의미는 없다.

10) 장면 속에 인물이나 사물을 배치하는 것은 스타파주와 같지만 원근감을 강조하고 그림에 틀을 만들기 위해 첨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 황지해 작가의 ‘해우소:근심을 털어내는 곳’ 작품에서 해우소 앞쪽에 있는 항아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11) 사와라지는 영국의 풍경식 정원의 태동에 영향을 끼친 중국식 정원을 표상하는 용어로서 무질서하며 아무런 규칙이 없어 보이면서도 너무도 자연스럽게 보여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장면을 의미한다, 즉, 자연의 무질서한 아름다움, 그 자체를 상정한다.

12) 산책로와 능선을 따라 군데 군데 대형 수목의 식재, 소형 건축물, 그늘집, 아름다운 다리 등을 배치

13) 한국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14) 이것은 아마도 정원의 ‘스케일’의 차이에서 오는 귀납적 얘기의 결과로서, 또 아니면 첼시 플라워 쇼 대회 자체가 쇼(Show)와 아트(Art)성을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그러기에 정원 디자인 목적의 차이에서 오는 연역적 얘기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황지해 작품 주요 약력>
2011년 영국 첼시플라워쇼 아티즌 가든 부분 최고상 및 금메달 동시수상
- 해우소 : 근심을 털어버리는 곳(Hae Woo So : Emptying your Mind : Traditional  Korean Toilet)
2011년 영국 글라스톤버리(Glastonbury) 해우소 재현
2011년 해우소 그린피스 기증
2012년 영국 첼시플라워쇼 RHS 회장상(전체 최고상) 초대 수상 및 쇼가든 부문 금메달 수상
- 고요한 시간 :DMZ 금지된 정원(Quiet Time : DMZ Forbidden Garden)
2012년 네덜란드 벤로 플로리아드 2012 한국관 정원 조성
- 뻘 : 어머니의 손바느질(Mudflat :Sewn by Mother’s hand_Suncheon Bay)
2012년 일본 가드닝월드컴 한국 대표(세계 10대작가 초대전 in Nagasaki, Japan)
2012년 광주비엔날레 초정 작가 조형부문 2개소
2012년 올해의 조경인상 수상
2012·2014·2016년 영국 런던플레저가든공원 ‘Quiet Time : DMZ Forbidden Garden 전시
2013년 프랑스 롱스 한국정원 조성 : 플로리아드 전시작 뻘: 어머니의 손바느질 프랑스에 영구 보존
2013년 프랑스 MUNICIPAL, restaurant, mural art.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갯지렁이 다니는 길뻘 공연장 조성
2013년 ’제4회 KBEE 런던‘ 초청작가 0.001_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Old Billingsgate
2014년 첼시플라워쇼 작품 재현 - 광주생태호수원
2014년 3월 5~9일 런던 미니어처 가든쇼 독도(트라팔가광장 스트랜드 갤러리)
2014년 9월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개최 유공 - 국무총리 표창
2015년 서울정원박람회_평화의 공원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_모퉁이에 비친인 태양(위안부정원 국민성금 조성)
2016년 MMCA 국립 현대미술관서울관 도롱이벌레” installation
2018년 서울식물원 작가정원 seeds_움직이는 씨앗
2019년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관 옥상정원 Vessel
2021년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관  원형정원 프로젝트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2022년 IFLA 세계조경가대회 installation ‘태양의 뜨개: 골바람의 딸
2023년 중국 GBA 그레이터베이센젠플라워쇼 금메달 수상 ‘Butterfly Dance’
2023년 영국 첼시플라워쇼 쇼가든 부문 금메달 수상 
2023년 첼시플라워쇼 출품작 ‘지리산 약초타워’ 찰스 국왕의 개인별장 샌드링엄 캐슬에 영구 보존
        

<필자: 조세환 약력>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환경디자인분과 위원장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재)환경조경발전재단 고문
(사)한국전통조경학회 고문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고문
(사)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 고문
(사)한국조경협회 고문
 




<편집자주>

조경분야에서 공원, 생태, 정원 등 환경관련 작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조경의 문화화 및 확산 맥락에서 관련 작품들에 대한 평론은 비교적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라펜트 <경관평론>의 첫 번째 코너에는 건축가 손명문이 한옥을 설계하고, 작가 황지해가 정원설계한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에 대한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의 경관평론이 게재됩니다.  평론은 모두 2편으로 구성되는 데, <제1편>은 건축가 손명문의 한옥건축 평론 관점(링크)에서, <제2편>은 작가 황지해 작가의 정원 작품에 대한 평론이 개제됩니다. 특히, 제1편은 경주문화원에서 2023년 12월 31일에 발간하는 「경주문화」 제29호에 동시에 게제됐음을 알려 드립니다.


<경관평론> 코너는 구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해당 코너에 경관평론을 기고하실 분들은 lafent@naver. com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사진 _ 조세환 명예교수  ·  한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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