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재현, 역사적 층위에 대한 태도

월간 환경과조경 2014년 3월 309호|환경과조경

 

열린 가능성이 있는 장소, 열린 숙제가 주어진 설계공모

남산 회현자락 3단계 조성사업은 이미 완공된 1, 2단계와는 다른 방식의 복원과 공원 조성을 위해 2013년 5월, 문화재, 역사, 건축, 도시, 조경 등의 분야가 참여한 자문위원회가 구성되었다. 특히 회현자락 3단계 구간은 조선시대의 한양 도성뿐 아니라 조선 신궁의 기록과 흔적, 한국전쟁 이후 개발시대의 흔적들과 서양식 공원의 기억, 가까운 과거 정권기의 기념 식수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동안 역사적 층위가 겹겹이 누적된 장소다. 단순한 복원과 재현을 넘어 남산의 장소성을 살려 지속가능한 문화를 담는 장이 되어야 한다. 당초 입찰 방식으로 설계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대상지의 특성과 중요도에 비추어볼 때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할 수 있는 설계공모 방식이 적절한 것으로 결정되었다.

공모의 명칭은 ‘남산 회현자락 한양 도성 보존·정비 및 공원 조성(3단계)’이다. 한양 도성의 보존·정비와 동시에 시민들이 이용할 공원 조성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한 대상지에 구현해야 한다. 즉 보존과 이용이라는 두 개념의 공존 전략이 공모의 가장 큰핵심이다. “남산 회현자락 3단계 구간은 중첩된 역사적 층위가 쌓여있는 곳으로, 특정 시대만의 복원이 아닌 중첩된 시간과 기억,추억을 담아낼 수 있는 창의적인 설계안을 제안받기 위해 기본계획(안)에 대한 설계공모를 시행하고자 함”이라고 명시한 지침서상의 공모 목적은 발주처 관계자 및 자문위원회에서 수차례 논의해왔던 핵심 내용을 잘 담고 있다. 대상지에는 한양 도성의 유구외에도 조선 신궁의 흔적이 옹벽이나 기단 등으로 남아있다. 1969년에 조성된 분수대는 발굴로 인해 철거가 불가피하지만, 공공조경가 자문회의에서 서양식 화단과 분수대 역시 조경사적으로 유의미한 가치를 지닌 유산으로 논의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성곽의 보전과 전시 방법 외에도 어떤 흔적을 남기고 버릴 것인지, 남긴다면 어떤 재현 방법을 통해 기억하게 할 것인지, 즉 누적된 역사적 층위에 대해 참가팀들의 입장과 태도를 비교해 보는 것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밖에도 발굴 완료 후 그 결과에 따라 향후 문화재 지정과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 중이라는 점, 지형 회복뿐 아니라 현재 발굴된 성곽의 레벨이 3~4m 지하에 위치한다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서영애 ·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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