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근 상명대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09-08-04

 

지난 7월 (사)한국전통조경학회(회장 신상섭)는 일본 교토 등지로 해외 전통조경답사를 주제로 일본을 방문했다. 이 방문단에는 학생 및 교수는 물론 문화재청의 공무원들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번 행사를 통해 다양한 업에 있는 사람들이 전통 조경이라는 한 주제로 일본에서 모이게 되었다.
학생에서 학자, 공무원까지 함께 움직일 수 있었던 데에는 전통조경학회의 회장 및 고문단 뿐만 아니라 전통조경학회의 고문인 이재근 교수의 노력이 컸다. 분야의 앞날을 내다보고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해가는 이재근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얼마전 일본에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의 시대적 대표성을 띠는 명원을 중심으로 답사를 다녀왔다. 학회에서 3박 4일간 답사한 교토, 오사카 지역이외에도 추가로 나고야, 이시가와, 나가노, 동경 등을 다녀왔다. 특히 이시가와의 가와자와(김택)에서는 일본의 3대 명원인 겸육원(兼六園)을, 그리고 나가노에서는 일본 명승으로 지정된 다랑이논을 답사했다.


▲교토의명승무린암(서양식정원)와 교토의특별명승서방사(이끼정원)


▲명승나가노다랑이논


▲명승이시가와다랑이논

물론 학술답사였지만 이번 답사는 학술적인 목적이외에도 다른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분야의 유적은 사적이나 중요 민속자료 등으로만 지정되어있다. 조경유적으로 된 것은 더욱 찾기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원 유적 등을 포함한 조경 유적들이 더욱 많이 발굴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지난 답사가 의미 있었던 이유는 관련 분야의 학자와 학생뿐만 아니라 문화재청 관련 공무원들도 함께 다녀왔다는 것이다. 단순 정원을 본 것이 아니라 정책을 움직이는 행사를 진행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소쇄원이나 보길도 같은 곳은 과거에는 전부 사적이었다. 그러나 이들 유적은 사람이 기거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가치가 높은 별서정원이기 때문에 명승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고려되었고 이에 현재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앞으로는 이런 역사적 유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명승으로의 지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국민들도 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사카한국공원(이재근 교수 참여), 특별명승평안신궁(임천정원)


▲최초의 서양식정원(동경신숙어원), 최초의 서양식일본공원(동경의히비야공원)

일본과 우리나라의 조경을 비교하자면
일본의 조경관리와 우리나라의 것을 비교한다면 예산비교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조경관리예산 자체가 우리나라와 비교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예산의 적극적인 확보가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문화재 관광 절차 또한 개선되고 시스템화 되어야 한다. 일본의 문화재 관광은 2~3달 전의 예약은 필수로 운용되고 있다. 철저한 보호를 위한 시스템인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것에 관심을 더욱 가지고 계승하려는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있어야 할 것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1970년에서 2000년 까지 우리나라에서 명승으로 지정된 것은 7개소 밖에 없었다. 하지만 2000년에서 2009년 사이 보길도, 성락원, 소쇄원, 광한루, 백석동천 등을 포함 총 44개소가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현재는 총 51개소가 명승으로 지정되었으며 6개소의 지정예고가 완료되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안주할 수는 없다. 일본 교토 도심 내에 원산 공원이 명승으로 지정된 것처럼 일본은 제도 자체에 정원 또는 공원이 명승으로 지정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또한 정원 및 공원 이외에도 교량, 하천, 폭포, 섬, 해안, 전망지점 등을 명승으로 지정할 수 있는 법적근거도 마련되어 있다. 이런 부분 또한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답사했던 대부분의 장소들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혹은 국가지정 문화재인 특별명승이자 사적으로 뛰어난 보존을 자랑하고 있었다. 조경은 살아있는 유적임을 인식하고 도심내의 공원 및 정원까지 자연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민들에게 자연유산을 심어준다는 의미에서도 훌륭한 정책이며, 결국 명승의 지정은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재근 교수의 연구실과 상명대 캠퍼스를 거닐며

문화재 및 전통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오래전부터 옛것, 전통 등에 관심이 많았다. 또한 그 무엇이든 전통이 뿌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말하면,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전통에 눈길이 더욱 가게 되었고, 과거 조경공사에 있어 디자인을 할 때면 우리의 뿌리를 찾게 되었다. 그것이 시발점이 아닌가 싶다.

한가지 의견이 있다면 우리나라 문화재를 다루는 문화재청의 명칭 개정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재청이 아니라 국가유산청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할 수도 있는데 문화재란 뜻은 재산 즉, 재물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살아 움직이는 것은 문화재보다는 자연유산이란 명칭이 더 합당한 것 같다. 만약 그렇게 변경이 된다면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구분하여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2009문광부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된 도서(이재근 교수 참여)

얼마전 문광부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된 "전통문화환경에 새겨진 의미와 가치", "원림" 등에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수도서에 선정된 이유가 무엇이라 보는지?
국가나 국민들의 기호가 이제는 옛것을 찾고 자연유산에 대해 관심이 증가했다고 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의 뿌리에 관심을 아니 가진다면 그 후대에는 진정한 역사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이번 유네스코에 선정된 조선왕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유네스코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조선왕릉 18개소가, 능으로 보면 40기가 한 번에 지정된 것이다. 의미가 큰 것은 조선왕릉의 유네스코 관련 연구를 조경이 주도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커다란 의미이다.

이만큼 조경의 지위는 점차 오르고 있기 때문에 전통에 관한 연구 또한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는 경상북도 177개소 별서명승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는데, 추후 경상남도, 전라남북도, 충청남북도, 수도권 등 전국에 있는 천여곳의 명승지를 다니며 범위를 넓혀가며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학과 건물 입구에 조성된 전통담장

캠퍼스를 둘러보니 학교 곳곳에 손길이 많이 묻어있는 것 같다.
오래전부터 학생들에게 좀 더 아늑하고 좋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꾸준히 좀 더 나은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조경학과 건물 앞 벽면은 천안의 과거와 미래를 담고 있는 벽면으로 2001년 8월에 조성되었다. 이 장소는 원래 대자보를 붙이던 공간이었는데 전통을 주제로 한 현대공간으로 재조성했다. 상명대 조경사업 중 많은 부분이 동문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이 공간의 배롱나무 또한 상명대 동문이 기증한 것이다.

특히 작년에 완공된 한누리관 및 어문대학 광장의 경우 환경조경학과의 김치년 겸임교수와 함께 한누리관에서 정문입구까지 연결된 설계와 시공에 참여했다. 

이 공간은 백두산 천지에서 한라산의 백록담을 잇는 의미를 가진 공간이어서 백록천지란 이름을 부여했다. 여름에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기도 하며, 계류로 조성된 이 공간은 자동화시스템을 적용시켜 관리의 어려움을 덜기도 했다.

어문대학 광장의 경우 여름에는 물을 채워 시원하게 사용하고, 겨울에 물이 얼면 스케이트장으로, 또한 아무것도 채우지 않은 빈 공간일때는 야외 수업 등의 용도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이외에도 운동장스탠드, 기숙사 앞의 생태공간 역시 김치년 겸임교수와 함께 설계와 시공을 도맡아 진행했다.



학교를 둘러보다 보니 연구실에 있던 글귀와 같은 것이 석벽에 새겨져 있던데.. 뜻은 무엇인가?
상명대 뒤에 자리한 왕자산에서 흘러나오는 자연계류를 이용한 조경 공간도 있는데, 이에 영감을 얻어 운동장 한 쪽에 안서동천이라 불리는 공간을 조성하기도 했다.

안서동천은 작은 폭포수가 있는 곳이다. 더운 여름 학생들이 운동 후 이곳에서 시원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곳의 석벽에 "안서동천(安棲洞天)"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 연구실의 글귀를 탁본한 것이다. 본인의 친필이기도 하다.

"안서동천(安棲洞天)"의 뜻은 안서동에 무릉도원을 연출하자는 의미로 학생들에게 작지만 안락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짓게 되었다.


▲지난해 완공된 계류. 마지막 사진은 계류의 마지막 구간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 내내 이재근 교수는 여행을 다녀왔던 지난 시간들을 이야기하면서, 그 여행이 힘이 되었고 그로 인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근 교수를 통해 발전하는 한국의 전통조경과 상명대 환경조경학과를 기대해본다.


▲운동장 옆 안서동천. 이재근 교수의 친필로 탁본

<관련기사 보기- 전통조경학회 , 일본 전통조경 답사>

<이시가와 다랑이논 동영상 보러가기>

강진솔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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