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늘린 현설 당선자 ‘업무방해 사법처리?’

포항시 중앙도서관 건축설계공모 지침논란
라펜트l기사입력2012-01-19

 

당선자가 실시설계를 시행함에 있어 공사비(설계비)의 과다 증가를 유발하여 발주처가 당초 예산으로 사업수행이 어려울 경우 공모신청 내용의 허위 사항으로 간주하여 당선에 따른 설계권을 취소하고 사법(업무방해 등)조치 및 행정처분 할 수 있다.”

 

지난 12 7일 게시된 포항시 중앙도서관 건립공사 건축설계 공모지침 속 위의 한 문장이 건축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실시설계 시행 중 사업비 초과분에 관한 책임을 당선자(설계자)’의 과실로만 치부한다는 점과 사업비가 초과되면 당선자를 업무방해죄로 사법조치 하겠다는 발주처의 지침이 문제의 발단이다.

 

설계공모의 지침 한 줄이지만, 건축가의 권리에 대한 인식제고로까지 문제제기가 이루어져 논의를 이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당 논란은 SNS, 특히 페이스북 건축가 커뮤니티를 통해 발 빠르게 전파됐다. 서울대학교 K교수가 주축이 돼 문제제기, 공론화, 대안마련등 일련의 과정을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그리고 건축인들은 실무정보를 함께 나누며, 구체화된 해결방안 모색에 동참하였다. 그 같은 정보공유 과정 속 완주군 상관 주민자치센터 현상설계 공모 지침에도 포항시 건과 동일한 지침이 삽입돼 있는 것도 발견되어 논의범위를 넓히고 있다.


△논란이 되고있는 포항시 중앙도서관 현상공모 지침



"공사비 증가, 발주처 책임 크다"

포항시, 완주군의 지침과 관련해 한 건축인은 발주처의 책임회피적 발상이다. 발주처는 설계비와 설계기간의 적정성부터 검토해야 한다. 즉 사법조치란 극단적인 문구를 삽입하기 이전에, 발주처 스스로의 문제를 직시하고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또 다른 건축인도 사실 실시설계 과다에 의한 공사비 증가에 대해서 건축가에게 문제 삼는다는 건, 처음부터 발주처에서 예산에 맞지 않는 과한 설계 안을 뽑았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과욕' 자성의 목소리
한편, 포항시의 지침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생각해 보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함께 터져나왔다.

 

페이스북에는 냉정하게 이러한 내용이 왜 삽입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간 현상설계 당선작들이 제시된 공사비를 훨씬 초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설계안은 공모전에 응모하는 건축사사무소가 공식적으로 제출하는 공문서의 일부이다. 즉 제출자가 책임지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발주처가 설계자에게 '업무방해죄'라는 형태로 책임을 씌우는 것은 과한 처우라며, 당선사의 책임을 강조하는 의견이 개진됐다.

 
현상공모 특수성, 디자인-공사비 괴리 수반된다 

그럼에도 페이스북에 의견을 달은 많은 건축인들이 현상설계 공모라는 특수성에 대한 발주처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턴키나 PM/CM 위탁이 아닌 현상설계 입찰방식이라면 공공성과 창의성이 중요시되므로 예산을 검증하기 위한 장치를 별도로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사비 문제는 현실에 기반을 두고 짠 예산과 꿈을 그려내는 계획 설계의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것 같다. 그동안 공모전에 제출된 안이 예산을 초과하지 않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문제제기도 이루어졌다.

 

다른 건축인은 현상설계시 제시된 공사비를 감안하다 보면 디자인하는데 제약이 많이 발생한다. 결국 디자인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하고 공사비에 개의치 않은 경쟁작에 밀릴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러다보니 현상설계 당선을 위해서는 공사비 고려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당선을 목표로 진행하는 디자인과 공사비 사이의 괴리에 대해 부연했다.

 
건축계 SNS 슈퍼개인의 발견은 '성과'

건축인들은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관련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의견을 취합한 후, 정부와 지자체 민원게시판에 문제와 대안 제기하며, 새로운 소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향후에는 건축인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논의로까지 진전시킬 계획이라 전하고 있다.

 

건축가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건축연구소 K대표는 부당한 처우에 이렇게 빠른 시간에 해결점에 도달토록 한 것은 SNS로 연결된 슈퍼개인의 출현때문이라고 밝혔다.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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