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경관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은?

‘문화유산으로서 농촌경관 재발견’ 이코모스 포럼 개최
라펜트l기사입력2019-05-29

 



(사)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사)한국농촌계획학회, (사)한국농촌건축학회는 ‘문화유산으로서 농촌경관 재발견’을 주제로 ‘2019년 2차 이코모스포럼’을 지난 23일(목)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국제적으로 농촌경관과 농촌 지역의 모든 유·무형 자산들을 인류의 유산으로 보전 가치를 중요하게 평가함에 따라 문화유산으로서 농촌경관이 담고 있는 가치를 함께 살펴보고 우리나라에서의 농촌경관 보전관리 실태와 주요 이슈, 변화과정 등을 파악하고자 마련됐다.

성종상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이사(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Rural Landscape가 최근 이슈이고, 유네스코나 이코모스에서 국제기구에서도 이것에 대한 목적과 가치 등 기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문화경관분과 ISCCL에서 7-8년 전부터 준비해오던 논의들이다. 세계유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와의 관계이다. 그러나 마을이 비어가고, 농사를 짓지 않는 등 기술이 전달되지 않는 상태에서 등재된다 하더라도 지속성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며 “이 광속의 시대에 Rural Landscape에 왜 주목해야하는지, 목적과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에 보전과 활용에 대한 방안들이 제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왕기 이모코스 한국위원회 위원장은 “농촌문제는 도시문제와 직결되어있으며, 최근 국가에서도 농촌을 대상으로 여러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근교의 농촌은 도시와 농촌 양쪽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루반(rural+urban)이라 부르며 이 지역의 경관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 또한 문화유산으로서, 경관으로서, 삶의 터로서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것”이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성종상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이사(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이왕기 이모코스 한국위원회 위원장

황길식 명소 IMC 대표는 “대다수가 농업유산을 ‘사업’으로 바라보는 탓에 보조금이 중단되는 3년 이후부터는 관리가 안 되며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세계중요농업유산인 ‘구들장논’을 예시로 들었다.

구들장논은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 이후, 고령화, 농업인구 감소에 의한 휴경지가 증가하고 있으며, 전통농업방식 또한 현대화되고 있다. 또한 기존 논밭을 용도 변경해 펜션, 주택, 창고, 판매장 등 신축건물이 늘어 전체적인 섬 경관이 훼손됐다.

황 대표는 “농업유산은 생계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활동이 이루어져야 하고, 활동자체가 좋은 문화경관을 형성해 그 가치를 방문객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를 하나의 지역개발사업으로 인식한 결과, 센터나 박물관 등을 짓는데 이 예산이 과하게 편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5-10년의 단기적 정책이 아닌 100년 이상 바라보고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농업유산 관리지원조직 및 운영위원회 구성 ▲경작포기방지를 위한 공동경작단 운영 ▲유산지원체계 및 농어업유산 보전관리 지원조례 제정 ▲방문객의 청산도 농업유산 보전기금제도 운영 ▲농업유산 문화경광 형성 기여직불금제 ▲경관관리사업 ▲논생태조사단 운영 ▲교육과정 연계 프로그램 개발 ▲농업유산 축제 개발 ▲농산물 마케팅 개선 ▲투어버스 운영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황 대표는 “우리는 국가중요농업유산이라는 국가적 측면의 보전체계만 갖고 있다. 오히려 시군단위에서도 지방유산, 마을유산, 지역유산 개념으로 보전관리를 한다면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그 공간에 담겨있는 사회적 이야기와 관습, 제례들도 지속적으로 유지·전승시키고 시각적으로 아카이빙 해내가는 것도 실시하고 있다. 농업유산도 물리적 공간 안에서 원형 그대로 완전성과 진정성을 보존해야하는 ‘특별보전관리구역’과 일부 허용하는 ‘일반구역’, 개발압력에 대한 요구를 방어하지 못할 경우 내어줄 수 있는 구역의 조닝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바라보는 농촌과 살고 있는 농촌은 다른 것이다. 농업유산으로 지정했지만 살고 있는 농촌민의 입장에서는 당위성과 가치를 찾는 게 어렵다. 이 사이에 합을 맞추는 것이 이후 지속가능성을 유지해나가는데 단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종상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이사, 황길식 명소 IMC 대표, 신재선 전남대학교 강사, 신지훈 단국대 교수, 김학래 한남대 교수

농촌경관에서의 한옥의 역할에 대한 발제도 있었다.

신재선 전남대학교 강사는 “농촌경관을 이루는 농촌한옥 또한 경관보호를 위해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농촌경관에서의 농촌한옥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농촌한옥의 변형과 멸실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전문가, 일반인, 농촌주민 각각 32.8%, 21.8%, 26.5%로 모두 ‘유지관리 비용의 부담’을 꼽았다. 농촌한옥에 대한 관심 제고와 지원정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신 강사는 “한옥의 경우 주민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살고 있다. 그 변화의 과정들, 상수도가 들어가거나 주방, 욕실을 고치면서 한옥을 변형하는 것에 대한 현상을 옳은 것인가 놔둬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있다. 그러나 삶의 편의와 삶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역이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서 빈집사업이나 빈집은행 등 다양한 정책 및 제도로 지원하고 있지만, 문제는 양호한 건축물에만 국한하고 있다. 이를 일반 건축물에 확장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금 살고 있는 분들이 돌아가시면 더 이상 한옥에 살 사람들이 없다고들 이야기한다. 농촌한옥이 들어갈 수도 없는, 민속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 어떠한 것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기록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로어에서도 “농촌경관을 물리적으로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시대의 아카이빙으로 생각해야 한다. 물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그 속에 존재하는 무형의 것들에 대해 입체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농촌경관의 문제를 우리시대에 기록화하고 보존관리화함으로써 전통지식화 하는 작업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물리적 차원에서 보존관리뿐만 아니라 지속적 관리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신지훈 단국대 교수는 “경관을 보존하고 관리하는데 있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목표는 ‘커뮤니티’라고 본다. 도시든 농촌이든 결국은 공동체의 회복이고 이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측면을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하고 설득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학래 한남대 교수는 “정부에서 농촌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지붕의 슬레이트를 걷어내고 울긋불긋한 컬러강판을 입히거나 시멘트 담장 대신 붉은 벽돌담장을 쌓으면서 오히려 농촌고유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농촌주택 신축 및 리모델링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정비해 우리나라고유의 농촌경관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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