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장릉 경관 훼손, 관할구역 중심 경관정책이 원인

국토부의 역할과 컨트롤 위한 중앙직공무원 부족
라펜트l기사입력2021-12-26

 

서울고등법원은 김포 장릉의 경관을 훼손하고 있는 아파트 공사의 재개를 12월 10일 허용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16일 법원 결정에 불복하면서 해당 사안을 대법원까지 갖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포 장릉 사건에 대한 지리한 법정 다툼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건의 원인이 국토부의 역할 부재와 지자체들의 관할구역 중심 행정의 결과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포 장릉은 김포시에 위치하고 있지만, 인천시와 직선거리가 200m를 넘지 않는다. 장릉이 김포와 인천, 경기도와 인천시의 경계에 위치한 문화재인 동시에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문화재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각 지자체들의 소통 채널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대규모 택지개발과정에서 장릉이라는 문화재의 가치보존을 위해 인천시, 경기도, 김포시의 긴밀한 업무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김포 장릉과 관계된 3개 지자체는 검단신도시 개발 당시 장릉에 관한 협의가 대부분 생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검단신도시 개발 시작 단계부터 최근까지 개발 내용을 경기도나 김포시에 알리지 않았다. 또한, 장릉의 관리 책임이 있는 김포시와 경기도 역시 인천시에 해당 내용을 문의한 적이 없었다. 

이러한 이유는 3개 지차체가 수립한 경관계획의 내용을 확인하면 알 수 있다. 

인천시 경관계획은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2020 경관정책기본계획’에서 우수사례로 꼽혔지만, 계획의 완성도가 무색하게도 행정구역 경계와 고작 200m도 떨어지지 않은 장릉에 대한 내용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인천시에 있는 문화재의 경관관리계획만 세웠을 뿐, 장릉과 같이 관할 지역이 다른 지역 문화재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인천시의 ‘2030 경관계획 보고서’에는 인접 문화재인 장릉에 대한 사항이 들어있지 않다.

김포시 역시 관할구역 중심의 경관계획을 수립하고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에 발표한 ‘2020 도시계획 3차변경’에 실린 ‘경관계획의 기본구상’에서 장릉을 역사문화경관으로 구분해 중점 관리대상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해당 계획에 역사·문화 경관에 대해서 “역사문화경관자원 주변지역에 고층형의 건축물 입지를 가급적 억제”해야 한다는 사항을 명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릉-계양산 통경축은 경관관리지역으로 취급되지 못했다.


김포시의 ‘2020 도시계획’에서 장릉의 통경선은 장릉 자체가 가진 남측 통경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김포시가 지난해 발표한 ‘2030 경관계획’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장릉-계양산 사이의 통경축은 산림 및 구릉 경관형성 구역으로 설정됐고, 별도의 관리 지침이 세워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김포시청 관계자는 “장릉산 자락은 인천시와 경계에 있기 때문에 인천 쪽에서 장릉산 조망을 고려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주로 김포시 내에서 특히, 48번 국도에서 장릉을 바라봤을 때의 경관 내용을 주로 다뤘다. 타 시군까지 연계해서 하기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며, 경관계획의 문제점을 제시했다.

장릉은 계양산을 바라보는 통경선이 확보될 때 그 가치를 온전히 보전할 수 있는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장릉-계양산 통경선은 경관계획의 대상이 되지 못한 것이다. 


김포시의 ‘2030 경관계획’에서도 장릉의 남쪽 통경선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전국 지자체의 경관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의 ‘경관정책기본계획’에도 지자체 간의 의사소통 가이드 라인은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관정책기본계획’에 대해서 “(기본계획은) 말 그대로 정책에 관련된 사항이다. 기본계획에서는 국토경관의 현황, 기본 목표, 미래상, 관리 등만을 담는다”라고 했다. 

그리고 두 개 이상 지자체가 함께 협의해서 경관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 발굴된 것은 아직 없다. 지자체에서 서로가 협의해 같이 경관계획을 수립하는 경우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이에 따른다면 국토부의 ‘경관정책기본계획’에는 각 지자체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다룰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가 지난해 1월에 발표한 ‘제2차 경관정책기본계획’에서 발표한 정책과제 

도시 경관은 해당 지자체의 관할구역을 벗어날 가능성이 매우 큰 자산이다. 특히, 김포 장릉은 경관 자체가 세계유산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이고, 관리될 경관자산이 상대적으로 쉽게 지자체 경계를 넘을 수 있다.

국토부 등 중앙정부 차원의 전문가 부족, 관할구역 중심 경관정책이 김포 장릉 경관 훼손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문화재 경관자원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정책과 관계 당국의 안일한 인식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장릉 참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글_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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