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세 개의 라운드 테이블

학생, 교육자, 밀레니얼 연구자들의 토론 주제는?
라펜트l기사입력2022-09-02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사흘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KDJ)와 그 일대에서 열리는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가 이틀째에 접어들었다.

둘째 날 오후에는 세 개의 라운드 테이블이 열렸다. 학생 라운드 테이블, 교육자 라운드 테이블, 밀레니얼 연구자 라운드 테이블이 각각 열려 열띤 관심과 참여로 진행됐다. 

‘학생 라운드 테이블’은 전국 조경학과 학생 대표단의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국내외 조경학과 학생들이 즐겁게 서로의 꿈과 현재의 생각들을 표현하고 나누는 것에 목적으로 기획됐다.

‘참여의 벽’, ‘레크리에이션’, ‘Republic Landscape 주제 토의’ 총 3가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한국뿐만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필리핀, 터키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30여 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서로 친해진 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의를 진행하면서 이번 라운드 테이블의 목적인 ‘네트워킹’을 이루는 성과를 낳았다.


‘교육자 라운드 테이블’은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교육자들과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로 진행됐다.

강릉원주대 김태경 교수(한국조경학회 수석부회장)의 환영사로 시작해, 서울시립대 이재호 교수, 강릉원주대 김유진 교수, Istanbul Technical University의 조경학과 학과장인 Hayriye Eşbah Tunçay 교수가 호스트를 맡아 진행했다.

토론의 주제는 설계 스튜디오에서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데에 있어 지역적 특수성에 대한 고려하는 것과, 연구와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튜디오 방식,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미디어 세대들의 설계 특성 관찰 등 다양한 교육자들의 경험이 공유됐다.

또한, 비대면 수업 방식의 장단점, 조경의 영역 및 확장성과 관련해 specialist 혹은 generalist로서의 조경가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밀도 있는 토론이 이루어졌다. 

김태경 수석 부회장은 환영사에서 우리는 이전보다 더 많은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지난 50여년 간 시행 속에서 겪은 착오를 통해 수정과 보완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아연 IFLA 특별위원장은 학생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보다는 교육 과정의 개선점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며, 학생들은 특히 평가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평가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전진현 부산대 교수는 학제간 융합(interdisciplinarity)이 강조되지만, 정작 실체가 없는 상태로 학생들에게 관련 과제가 던져지고 있는 것에 대해 경계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건우 한양대 교수는 스튜디오 수업 결과물에 오픈소스 이미지들이 쉽게 복제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studio ethic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으며, 강영은 경상대 교수는 연구와 설계가 복합된 스튜디오 진행에 있어 어려움과 계획과정을 매뉴얼화 시키고, 설계과정에서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WUL(International Workshop on Urban Landscape)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협업 스튜디오를 진행하기도 했던, 아시안 여러 학교(Tokyo City University, Chulalongkom University, Technological and Higher Education Institute)의 교육자들과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 속에 마무리됐다.



‘밀레니엄 연구자 라운드 테이블’은 앞으로 도시의 조경을 만드는데 있어서 주목해야 할 요소가 무엇일지 살펴보고 나라별 특징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독일, 에스토니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폴란드, 한국의 연구자와 실무자가 모여 열린 토론을 진행했다.

먼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과 그로 인해 조경 분야가 고민할 주제로서 도시 자연 조성을 통한 도시민의 정신 건강의 보전이 있었다. 이런 자연적 요소를 도시 안으로 삽입할 때 고려해야 할 특징이 도시별로 서로 다르게 나타났는데, 무엇보다 조경가와 도시에서 조경 프로젝트 조성을 담당하는 공무원, 혹은 정치가의 관계에 대해 주목했다. 

그린 인프라를 도시 단위로 적용하는 데 있어 시민의 인식과 활용이 중요한 한편, 실제로는 인프라 구축이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그린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예를 들어, 공유 자전거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던 몇 년 전에 비해 도시별로 공유 자전거가 급격히 늘어난 배경에는 이와 같은 인프라를 사용해본 사람들이 해당 기능을 옹호하고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대중교통 시스템이 마비되자 자전거 활용이 극대화되며 도시에 임시 자전거 도로가 생겨난 필리핀의 사례도 소개됐다.
 
특히 정치에 있어서는 예산 확보를 위한 조경 공간의 타당성 획득 논리가 국가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으며 이는 정책적 차이뿐만 아니라 조경 공간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중요한 요소라고 모두 동의했다. 예를 들어, 국내의 경우 배리어-프리 설계가 필수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는 모든 공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공간의 설계뿐만 아니라 기존 공간의 재생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새로운 공간의 경우 업데이트된 다양한 기준의 적용이 비교적 손 쉬운 반면, 기존 공간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리노베이션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경우가 적었다. 이는 특별한 공간보다 일상생활에서 조우하는 조경 공간에서 극대화되며, 결국 도시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시민 의식의 중요성, 그리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조경 교육이 전반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음을 확인했다. 처음으로 돌아가, 이는 결국 조경 분야 전반에 걸쳐 일관된 정치적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나아가 각 국가의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통해 보다 다양한 생각과 의지를 공유하는 것이 추후 조경 분야가 계속해서 힘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 의견이 공유됐다.

세계조경가대회의 주요 일정 중 하나인 학술논문발표회는 첫날에 이어 2층에서 열렸다. 전 세계 22개국의 조경학자와 조경가 120여 팀이 참여해 최신의 정보와 연구를 공유했다. 기후 변화 대응 조경 계획과 설계, 회복탄력적 환경 설계, 도시 쇠퇴 등 최근의 전 세계적 이슈뿐만 아니라 용산공원, 한국적 도시 재생 등 다양한 주제의 학술 논문이 발표돼 대회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글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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