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설계 자격제도 “필요하다” 전문가들 입 모아

조경협회·조경학회·조경가협회, ‘조경사 제도 도입을 위한 세미나’ 개최
라펜트l기사입력2023-05-30

 

조경설계 자격제도가 필요하다는데 전문가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한국조경협회, (사)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가협회는 ‘조경사 제도 도입을 위한 세미나’를 26일(금)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공동개최했다. 온라인(Zoom)으로도 많은 조경인들이 참여했다.

안계동 한국조경가협회장은 “우리나라 조경 분야는 50년간 조경 산업을 정착시키고 업역을 확대하며,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노력을 해왔으나 조경 분야를 뒷받침하는 법령과 자격 제도는 매우 미흡하다. 설계를 진행하다 보면 재해, BF 인증, 빛공해 등 수많은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조경 심의 제도는 따로 없으며, 조경 설계는 아무나 해도 상관없는 것이 현실이다. 수년 전 검토됐던 조경법 제정 추진과 함께 조경 설계 자격 제도 신설에 대한 논의는 매우 필요한 일이기에 조경가협회 역시 힘을 합쳐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이영주 국토교통부 사무관은 “조경설계 자격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청취하고자 왔다”며 정부에서는 계속 지켜보고 있음을 밝혔다.


환영사를 전하는 안계동 한국조경가협회장


인사말을 전하는 이영주 국토부 사무관

조경설계 자격제도 문제점

이해인 HLD 소장은 “조경 계획 및 설계 행위를 조경교육을 받지 않았거나 실무경험 없이 없어 조경실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기술, 능력을 입증받지 않은 사람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조경기술사나 조경기사 등의 자격은 ‘면허’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 면허 대여로 인한 조경전문가 자격의 진위나 보수교육 등 품질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다. 자격은 조경분야 내부에서 정량적 평가의 기준으로 쓸모가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실질적 지식, 기술, 능력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자격증의 유무와 경력년수가 진입장벽으로서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설계 실력과 신기술 등을 갖추고 있어도 분야 내에서 성공 또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허무주의와 불신을 양산하고, 자격유무와 실제 전문성의 신뢰도 역시 떨어진다.

또한 면허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 더불어 대가 산정, 계약문제와 결합해 조경전문가가 수행할 수 있는 일이 줄거나 하도급 등 이윤 창출과 전문성 발휘 측면에서 굉장히 불리한 조건에 처한 채 일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전문가의 기여도를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는 조경 전문가의 필요성과 수요에 대한 인식이 약화되고, 결국 조경분야의 축소, 나아가 패싱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오히려 다른 분야에서 지식과 기술 없이 자연, 생태, 외부공간을 다루며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이는 시민의 건강과 안전과 복지와 직결된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는 작금에 더 큰 사회적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이 소장은 “조경 면허시험 및 응시자격, 유지 조건을 변경해 조경 계획 및 설계를 할 수 있는 지식, 기술, 능력을 제대로 갖춘 사람만을 조경 전문가로 인정하자”고 강조했다.

명칭에 대해서는 조경기술사와 조경기사를 통합하고, 조경전문가는 ‘조경가’로, 자격 또는 면허를 갖춘 조경전문가는 ‘조경사’로 명확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경은 조경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인 ‘조경사’가 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법 제개정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조경사가 행할 수 있는 전문 업무를 통합적으로 정의하고, 비전문가일 수 있는 관련 전문가의 참여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하며, 자연과 면허를 갖춘 사람의 능력을 입증하고 있는지 등의 여부를 체크해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곧 “자격과 면허의 문제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해치지 않고 전문 실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남진 VIRON 소장은 “조경설계는 건축사와 달리 기술력 기반 등록업종으로 디자인을 검증하는 설계전문 자격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경기술사는 설계에 대한 검정 없이 서술형 이론 평가만 실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사시험 응시자격, 긴 준비 기간, 높은 시험난이도로 조경기술사사무소는 2023년 3월 현재 67개에 불과하고, 엔지니어링사업자 신규 등록시에도 특급기술자(조경기사 취득 후 최소 10년 실무경력 필요)가 필요해 젊고 경쟁력 있는 신진 조경설계전문가의 창업이나 책임기술자로 직접 참여가 어렵다. 이는 곧 자격대여, 하청참여 등 불법, 편법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자격기준의 부재로 인해 건축법상 ‘대지의 조경’이나 도시공원법의 ‘도시공원 및 녹지’ 설계가 건축사사무소에서 조경설계사무소로 하도급을 주거나, 건축사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 처리, 심지어 건축사사무소 직원이 도면을 작성하고 있다. 이는 조경공간의 품질 저하와 부실 시공을 초래한다.

따라서 건축살계분야의 ‘건축사’와 같이 조경분야에도 조경설계분야의 별도 자격인 ‘조경사’가 필요하며, 조경사 자격을 갖춘 조경가가 설계하고, 조경설계 표준품셈에 따른 설계비를 산정해 조경가의 날인이 포함된 도서를 작성한다면 현장 감리업무 등을 통한 설계의도 구현이 가능해지며 결국 조경공간의 품질을 향상 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경사 자격제도 신설 제안

이남진 소장은 조경사 자격제도 신설을 위해 ‘조경사법’을 제정하거나 ‘조경진흥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제개정(안)으로 우선 ‘조경사’를 ‘국토교통부장관이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으로서 대지의 조경, 공원녹지의 설계와 공사감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조경사 또는 조경사사무소에 소속된 조경사’로 제한했다.

조경사 자격시험은 ‘조경사사무소에서 3년 이상 실무수련을 받은 사람’과 외국에서 면허나 자격을 취득하고 5년 이상의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두었다. 실무수련은 4년제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일정 학기 이수한 사람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기존 자격 보유자에게 ‘조경사’ 자격 취득을 유도하기 위해 조경기술사나 조경분야 특급기술자에게 1차 시험 면제권을 부여하고 ▲조경기술사사무소와 엔지니어링활동주체, 조경사사무소 3개 면허에 대해 유예 기간을 두고, 향후 ‘조경사’에게만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는 충분한 공론화와 의견수렴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남진 소장은 조경사 제도 신설을 통해 “중장기적 조경품질 개선 및 국토환경의 품격 개선, 조경가의 위상 제고, 합리적 선발과정을 통한 능력 있는 전문가의 진입기회 확대, 조경관련 제도 및 법규를 국토부로 일원화해 조경진흥법 등과 연계 관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주 LPSCAPE 소장은 해외 조경설계 자격제도와 조경사와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해외는 우리나라에 비해 조경사 자격 취득에 대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으며, 특히 독일과 영국은 교육과 실질적 능력을 중요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경사 자격이 주어짐을 알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 조경사 제도 역시 자격증 취득이 목적이 아니라 조경사를 취득하는 과정이 보다 실질적이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발제 중인 이해인 HLD 소장, 이윤주 LPSCAPE 소장, 이남진 VIRON 소장, 배정한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자격제도와 연계되는 조경학 교육인증제

배정한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교육인증제를 통해 의대를 나와 의사가 되는 것처럼 전문학위, 자격/면허와 유기적으로 연계돼 연속적 체계를 확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경사’ 자격/면허 응시의 필요조건은 조경학 교육인증을 받은 조경학과(전공)의 졸업이기 때문이다.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에 따르면 대학교육에서 인증제도는 전문직 분야인 전문학위과정을 대상으로 각 직능 분야 이해단체들이 주관이 된 인증제도 운영을 통해 인증 기준을 제시하고, 교육기관의 교육 내용을 전문가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조언해줌으로써 전문 자격에 요구되는 교육의 높은 질적 수준을 유지하고, 전문자격제도와 관련해 변화해가는 전문 직종의 실무내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배정한 교수는 “교육인증제를 통해 특화와 다변화에 따라 각기 다른 교과 구성, 조경 없는 조경교육 등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50여개 조경학과를 학문분과(조경학)와 전문직능(조경)의 상호작용으로 조경이 중심이 되는 조경교육과 조경학으로 정상화 할 수 있”으며, “국제적 기준과 수준으로 조경 교육의 내용과 질을 확보함으로써 인구감소에 따른 조경학과 통폐합 문제에도 양질의 입학생 모집과 인증을 위한 교수 충원 및 공간/기자재 지원 등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육인증제 추진을 위해 올해부터 2024년까지 조경학회와 협회에서 ‘조경학 교육인증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각 학교 교육 현황과 국내외 사례연구, 인증 기준과 절차 등을 연구하고, 2025년 공론화와 심화 연구를 통해 2026년 제도화를 실행하는 것을 제안했다.


토론 중인 김아연 서울시립대 교수(좌장), 박명권 그룹한 대표, 최원만 신화컨설팅 대표, 염철호 건축공간연구원 부원장

전문가들 “조경설계 자격제도 필요해” 입 모아

이어지는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경설계 자격제도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염철호 건축공간연구원 부원장은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제정과정과 건축설계분야의 동향을 전하며 “최근에 국민적으로 조경의 중요성이 상당히 높아졌기에 현재의 자격제도가 폭증하고 있는 국민수요에 대응할 수 없고, 조경의 국제 경쟁력 확보 필요성과 조경사 제도로 조경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로 보다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조경 시공과 조경 설계의 관계성도 함께 논의돼야 하며, 관광과 의료를 연계한 새로운 산업과 같이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국가와 사회의 관심을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인증제와 관련해서는 “건축학 인증제 논의 당시 인증제 도입의 가장 큰 이유는 국제 경쟁력 확보였고, 결과적으로 전문인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는 충분히 도움이 됐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인증제 도입 전에는 4년간 설계, 시공, 적산 등을 다 배웠으나 인증제 도입 이후 설계 능력은 뛰어나나 시공이나 전반적인 기초지식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어 우여곡절을 겪으며 계속 개발되고 있는 중”이라며, 건축분야의 쟁점이 조경분야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명권 그룹한 대표는 “조경사 제도는 조경 전문가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학생들에게 꿈과 이상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무나 조경설계를 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경사 제도를 통해 정부의 제도적,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정 단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축사협회는 표준계약서 개정, 설계대가 현실화에 정부 지원을 받고 있으며, 경력관리, 건축사 시험제도 관리 등을 통해 재원확보도 가능하다. 자체적으로 연구원을 만들어 다양한 정책연구 및 개발을 통해 분야 발전에 기여하고 있고, 부설 교육원에서는 윤리교육, 전문교육, 자기개발 등 다양한 실무 교육 프로그램을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어 전문가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원만 신화컨설팅 대표는 “조경사 제도로 인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조경전문가이지만 자격증이 없어 발언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경우가 개선되고, 자격으로 파트너십을 맺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전문가로서 지식이 아닌 실무경험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며, 조경사 취득을 위한 3년간의 실무경력으로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좌장을 맡은 김아연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격제도라는 것은 내부적으로 전문가로서의 지위라든가 권리와 관련된 측면도 있지만 결국 권리와 책임은 함께해 오는 것이며, 이 책임은 결국 국민들에게 어떤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며, 조경공간들이 국토 환경과 경관에 어떤 선순환 구조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러한 대의적인 공감대가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이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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