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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시선] 영국의 커뮤니티 그리고 거버넌스

남진보 논설위원(목포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2-09-14
영국 공원녹지의 위기와 흥미로운 대응 (4)
영국의 커뮤니티 그리고 거버넌스




_남진보 목포대 조경학과 교수



‘거버넌스’라는 말이 언제부터인지 사회, 경제,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조경영역에서도 2010년대 전후로 자주 등장한다. 거버넌스는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할지에 대한 학문적인 용어 통일이 되었다고 보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거버넌스를 협치(協治)로 번역되기도 한다. 정치학적으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행위자들 간의 외부 권위나 내부적인 자기조절/자기통제 메커니즘에 의한 조정과 관리로 정의하기도 한다. 작은 정부, 주민/시민참여, 공동체 등의 의미로 조경영역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다양한 정의 중에 개인적으로 본인의 연구영역을 고려해 보았을 때, 가장 무난한 정의는 ‘목적이 비슷한 이해관계자들의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즉, ‘주민참여’, ‘시민참여’ 등의 ‘참여’라는 키워드 등장 시 대부분 함께 등장하는 거버넌스가 같은 의미로 쓰이지 않는 것에 동의하며, 이는 참여의 정도가 진화되었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럴 때 주옥같은 이론이 나와주어야 한다. 바로 Arnstein의 ‘A Ladder of Citizen Participation’ 이론이다. 


Arnstein의 ‘A Ladder of Citizen Participation’ 이론 모형
출처: Arnstein, Sherry R. (1969) A Ladder of Citizen Participation, Journal of the American Planning Association, Vol. 35, No. 4, pp. 216-224.

1969년에 소개된 이 이론은 정말 지금 생각해 보면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이론으로, 대담함 그 자체이다. 이 이론에 대해서는 워낙 잘 알려져 있기에 추가적인 설명은 생략한다. 현대사회, 즉, 2022년도의 시민, 주민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거버넌스는 7단계를 상회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들어가서 영국 공원녹지에서의 커뮤니티/거버넌스로 넘어가겠다. 영국 공원녹지에서의 거버넌스는 ‘주민’, ‘시민참여’라는 단어보다 ‘커뮤니티 참여’라는 단어가 우세하게 쓰인다. 그렇다면 커뮤니티 참여 중심의 영국 공원녹지의 커뮤니티/거버넌스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그러나 이를 고민하기보다 언제 수면 위로 떠올랐을까의 이야기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영국 커뮤니티의 배경 또는 역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Dig for Victory’ 일 것이다.


‘Dig for Victory’ 포스터 / 출처 : Mary Evans Picture Library

‘Dig for Victory’ 캠페인은 세계 제2차대전 당시 영국의 농림부(the British Ministry of Agriculture)에서 실시한 냉혹한 배급제도(harsh rationing) 시대에 자급자족을 위한 캠페인이다. 이 시대에는 엄청 유명한 런던타워(the Tower of London) 주변에서도 자급자족을 위한 농작물을 경작하였다. 이를 통해 농작물, 자급자족을 위해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이 캠페인 이후 영국의 커뮤니티 활성화가 시작되었다는 주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동의하는 바이나, 실제 영국에서의 커뮤니티, 즉, 공원녹지와 관련하는 커뮤니티는 1900년도 초에 ‘Growing for town-dwellers –the rise of Allotments’라는 공동체가 기록에 남겨져 있다. 


‘Growing for town-dwellers –the rise of Allotments’ 단체 사진 / 출처 : https://www.incredible-edible-todmorden.co.uk/home

또한, 빅토리아 여왕 시대 바로 직후, National Trust Act 1907를 살펴보면, 영국의 커뮤니티는 더욱 먼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역사적 기록은 훗날 또 다른 기록이 발견되면 정정이 되기에 영국 공원녹지 커뮤니티/거버넌스 내용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여기서 거버넌스라는 의미를 사용하기에는 커뮤니티들의 의사결정 참여 정도가 빈약하였기에 거버넌스라는 개념을 언급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다음 호에서 적극적 거버넌스로 이야기하기로 하고, 커뮤니티의 영국 공원녹지 등장 배경에 대해 살펴보자.

영국 공원녹지에서의 ‘커뮤니티’가 아닌 ‘거버넌스’를 사용하기 위한 전제인 의사결정 참여의 기준은 ‘The Localism Act 2011’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지역 커뮤니티 그룹이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즉, 커뮤니티 그룹이 하나의 독립체로 지원단체가 아닌 주체로 의사결정에 대한 권한이 강력해 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의사결정 참여에 대한 권한과 더불어 책임에 대한 의무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2011년 이전에 커뮤니티의 배경은 1970년대 초반 경제침체와 신자유주의 등장에 대한 대안이자 큰 그림이었던 것이다. 2010년 이전 신노동당에서의 ‘Best Value’ 기조에서 커뮤니티는 본인의 웰빙을 위한 참여, 자원봉사의 개념이 강하였고, 커뮤니티는 자원봉사자의 모임으로 지자체에서 활동을 위한 지원도 상당하여, 커뮤니티들이 재원마련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신노동당에서의 커뮤니티 육성의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정책적으로도 커뮤니티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Sustainable Communities Act 2007’를 선보이며, 체계적인 커뮤니티 활성화에 틀을 마련한다. 영국이 얼마나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졌는지는 중앙정부 구조에도 담겨있다. ‘Department of Communities and Local Government’를 보면, 커뮤니티가 약 20개 부처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이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중앙정부 부처의 이름이 바뀌기는 했으나, ‘Ministry for Housing, Communities and Local Government’, 현재, ‘Department for Levelling Up, Housing and Communities’로 커뮤니티가 중앙부처에 항시 자리 잡고 있다. 2010년 이 시기를 전후로 즉, 보수-자유 연립정부의 ‘Big Society’ 정책적 아젠다와 더불어 ‘Friends of’, ‘trust’, ‘user groups’ 등으로 불리는 영국의 공원녹지 커뮤니티들이 생겨나게 된다. 이어, 2010년 영국 전역의 커뮤니티들의 중앙 연맹체인 ‘The National Federation of Parks and Green Spaces(NFPGS)’가 2010년 탄생한다. 


‘The National Federation of Parks and Green Spaces’ / 출처 : https://natfedparks.org.uk/

NFPGS의 역할은 상당하며, 단체의 목적도 명확하다. 그 중 ‘an active Friends Group’은 인상 깊다. 적극적 프렌즈 그룹(커뮤니티)을 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How strong is your community groups?’에 대한 테스트와 설문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강력한 커뮤니티에 대한 패러다임을 이어가면서 2010년 이전의 투자 결실을 상당히 경제적으로 긍정적으로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영국의 공원녹지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이다. 영국 전역 공원녹지에 약 6,000여개(NFPGS에 가입된 커뮤니티에 한함)가 넘는 커뮤니티가 NFPGS에 가입되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그 얼마나 흥미롭고 활성화된 활동인지 부러울 뿐이다. 영국 공공공원 및 녹지에 대해 공공부문의 책임이 100%가 아닌, 책임에 대한 공유문화에 커뮤니티가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Covid-19 이후 힘들어진 삶의 팍팍함에도, 예산삭감으로 힘들어진 공원녹지 관리 상황에서 공원녹지들을 지켜내고 있음에는 커뮤니티의 책임에 대한 공유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국내에도 공원의 관리 비용 증가로 걱정이 늘어나고 있다 하니 더욱 부러울 뿐이다.

이번 글에서는 영국의 커뮤니티 이야기 위주로 전개하였다. 그러나 영국 커뮤니티 주도 적극적 거버넌스(Active Governance)에 대한 이야기는 시작도 안 했다. 영국 커뮤니티의 흥미로운 활동 그리고 적극적 거버넌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호에 담기로 한다.
_ 남진보 교수  ·  목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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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am@m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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