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배우는 생태복원_5회
홍콩 마이포 자연보호구 및 습지공원인간과 자연의 공생, 홍콩 마이포 자연보호구 및 습지공원
Mai Po Nature Reserve & Wetland Park, Hong Kong
지난 글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과 일본을 대표하는 쿠시로 습지 국립공원의 역사와 생태, 문화, 생태관광, 생태훼손 및 복원 등을 소개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대도시에서의 보전지역을 관리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홍콩 마이포 자연보호구 및 습지공원의 생태적 현황과 현명한 이용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경계(http://www.wetlandpark.gov.hk/)
생태적 기능과 가치
마이포 자연보호구는 홍콩의 북쪽 신지구(New Territories)에 있으며 중국 심천과 인접하여 한때는 마치 우리의 비무장지대와 같이 홍콩과 중국의 국경을 이루던 곳에 있다.
원래는 홍콩 전통의 어류 및 새우양식장과 논이었던 곳으로서 양식장을 서식처로 제방을 탐방로로 활용하는 등 도시화지역의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모범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의 지난 100여년간 넓게 발달한 갯벌을 매립하여 홍콩시장에 공급하는 벼, 어류, 새우, 굴 등을 생산하기 위한 새우양식장, 양어장, 논 등의 인공적 행위에 의한 결과물로 이 곳은 과거 자연생태계를 인공적 시설로 전환한 인공생태계였다. 그러나 1976년 홍콩정부와 WWF 등에 의해 양식장을 매입하여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보호구역으로 설정되었다.
야생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자연보호구. 맹그로브숲은 조류서식처로도 중요하다.
특별 과학 관심지역(Site of Special Scientific Interest) 등으로 지정되어 WWF Hong Kong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며, 마이포 자연보호구를 포함한 Inner Deep Bay 지역은 1995년에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1540ha의 면적에 갯벌, 홍콩 최대의 맹그로브숲과 갈대군락, gei wais(새우양식장), 양어장 등을 포함하고 있다.
gei wai라고 부르는 새우양식장은 강어귀 기수역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울타리처럼 막아 조성된다. 게이와이는 울타리라는 뜻을 지닌다고 한다. 바닷물을 따라 유입되는 새우, 생선, 굴, 게 등의 해양생물은 해안의 맹그로브 등 식생대에서 유입되는 영양물질에 의해 풍부한 자연의 먹거리를 제공받게 된다.
Inner Deep Bay 지역에 발달한 맹그로브
이 곳은 450종의 조류를 비롯하여 생물종다양도가 매우 높은 생태계로서 도요새 및 오리류 등의 이동경로에서 중요한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도요새 서식지 네트워크(1996), 오리기러기 서식지 네트워크(2001) 등으로 지정되어 있다.
보전전략
마이포 자연보호구는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철새이동경로(East Asian - Australasian Flyway)에서 중간 기착지로 매우 중요하다.
대만의 습지와 더불어 저어새가 가장 많이 오는 서식처로서 약 2만-3만마리의 도요새와 검은머리갈매기, 넓적부리도요 등 각종 희귀 조류 들이 찾아온다.
WWF Hong Kong에 의해 야생동물 보호 조례에 따라 보전지역과 이용지역을 구분하고 있으며, 일정한 절차를 거쳐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있고, 입장규칙(codes of entry)을 설정하여 모든 입장객이 이에 따르게 하고 있다.
마이포 자연보호구 입장을 위해서는 AFCD (Agriculture, Fisheries and Conservation Department)에서 발행하는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특히 Deep Bay 갯벌지역 등은 한때 중국과 홍콩의 국경이었던 펜스로 분리되어 제한지역(Frontier Closed Area; FCA)으로 설정되어 있어 출입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출입을 위해서는 홍콩 경찰(Police Force)의 특별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마이포 자연보호구의 철새(자료:국립습지센터)
또한 자연보호구의 입장료를 습지공원에 비해 비싸게 설정함으로써 생태자원의 가치를 반영하고 탐방객에게 최고의 습지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사전허가제 및 비싼 요금과 같은 관리전략으로 마이포 자연보호구의 탐방객은 연간 3-4만명에 이르는데, 새우양식장 구역은 일 최대이용객 285명, 맹그로브숲 구역은 300명 등으로 철저하게 제한한다. 또한 그룹 탐방객도 일최대 30명까지이다. 이렇게 제한함으로써 생태자원의 지속적인 보전과 현명한 이용이 가능해 진다.
마이포습지는 생물다양성 관리 지역(Biodiversity Management Zone), 핵심지역(Core Zone), 사유지역(Private Land Zone), 개방지역(Public Access Zone), 현명한 이용지역(Wise Use Zone) 등으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관리 지역은 체계적 관리를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 교육, 훈련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5개의 세부구역으로 나뉘며, 1~3구역은 일반적 물새와 기타 생물다양성, 교육과 트레이닝을 위한 곳으로, 4구역은 저어새, 5지역은 갈대숲 보전구역이 된다.
핵심지역은 교란되지 않은 표준생태계를 주된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곳에는 개방수면, 갯벌, 담수서식처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여 철저하게 자연형성과정에 의해 유지, 관리되고 있고, 모니터링, 연구, 관리 등의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개방되고 있다.
사유지 지역은 람사르습지 주변에 분포하며 소유권은 인정되지만 관리 및 이용에 제한이 되고있다.
개방지역은 일반 이용객이 접근하여 마이포 습지의 야생동물 등 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관리되며,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람사르습지의 생태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명한 이용 지역은 새우양식장 어업 행위 등 습지와 기타 생태자원을 람사르 프로그램의 관리 목적과 목표에 따라 관리하여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이용을 추구한다.
새우양식이라는 인위적 행위와 습지라는 자연생태계가 공존 공생할 수 있는 전략으로서, 새우 수확이 끝나는 11월 이후에는 물이 빠진 양식장이 마이포 습지를 찾는 백로류와 해오라기, 저어새 등에게 새우, 물고기 등의 먹이를 제공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홍콩습지공원은 신시가지와 자연보호구의 완충지역으로서의 기능을 가짐
습지공원
보호구역과 인접한 습지 지역의 양식장과 농경지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생태계 훼손이 가속화되고 환경적 악영향이 발생하게 됐다. 대체 전략으로서 홍콩 정부에서 사유지를 매입하여 보호지역과 인접하여 습지공원을 조성하여 2006년부터 개방하고 있다.
이곳 습지공원에서는 마이포 자연보호구를 표준생태계(reference wetland)로 설정하였으며, 마이포 지역 습지 구조와 기능에 따라 조성되어 기본적인 습지의 정보와 생태자원을 제공하고 시민들의 생태적 학습 의욕을 만족시켜주고 있다.
마이포 습지공원은 홍콩 최초의 본격적 녹색관광지로서 약 61ha에 이르며, 일반인이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다. 공원의 관리운영은 홍콩 농어업보전국(Agriculture, Fisheries and Conservation Dept.)에 의해 이루어진다.
우_전경(http://www.wetlandpark.gov.hk/), 오른쪽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부분이 자연보호구이며, 도시지역이 심천.
공원 입구의 습지 교육센터는 길이 100m에 3층 규모로서 태양광을 직접 받도록 중심부는 상부에 유리로 된 창을 내었고 건물 옥상에 비오톱을 조성하여 하늘에서는 마치 습지의 일부로 보이게 된다.
습지 인식 증진을 위한 각종 교육프로그램과 자원봉사 활동, 체험활동, 그림그리기 대회, 사진공모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습지공원은 훼손된 습지의 보상전략임과 동시에 주변의 도시지역인 Tin Shui Wai 지역으로부터 보호지역에 미치는 환경압을 완화하기 위한 완충지역(Buffer Zone)으로서의 기능이 중요하다.
생태관광
홍콩의 생태관광지는 주로 갯벌을 중심으로 분포되며, 마이포 보호구는 그중 대표적인 생태관광지이다.
마이포에서는 WWF 주관으로 교육센터와 현장학습센터, 조류관찰대, 탐방데크 등을 설치하여 탐방객에게 야생환경과 학습 관찰 기회를 제공하고, 생태교육, 탐방안내, 교육훈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새우양식장 지역에서는 매년 11월-3월에 수확 체험활동이 진행되고, 연못과 주변 양어장에서는 지속가능한 양식 활동도 체험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조류탐사, 레저투어, 자연보전 기금 모금을 위한 다양한 행위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Hong Kong Bird Race와 같은 조류탐사 대회, 사진 출사 및 워크샵 등이 진행된다.
어린이 생태학습
마이포 자연보호구는 지역주민과 지자체, 환경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어 전통적인 새우 양식장인 gei wai와 맹그로브숲 등을 활용하여 새우 양식과 더불어 철새 등 야생동물의 천국이라는 공생의 전략을 선택한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또한 홍콩습지공원은 세계수준의 생태관광지로서 위상을 설정하고 있다(HKTB 2007). 사전허가제로 출입이 제한되는 자연보호구와는 달리 습지공원 출입객은 연간 12만명에 이르는데 주중에는 2,500명, 주말이나 휴일에는 8,500명의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한편으로 그룹 탐방객은 별도로 온라인을 통해 출입티켓을 확보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습지공원 애플리케이션
또한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제공함으로써 습지공원의 기본적 특징과 생태학습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여 전세계 이용자들에게 습지의 인식 증진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때 마이포 자연보호구 주변에 골프장으로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승인되지 않았으며, 마이포 주변의 사유지의 개발도 10% 수준으로 제한되고 있다.
또한 새우양식장의 경우 생산성보다는 생태계 보호라는 측면에서 보조금을 지불하면서까지 전통적 방식의 양식장을 유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요 생태자원 보호지역이 대도시권으로 확대되고 있는 바, 홍콩 마이포 자연보호구 및 습지공원의 사례를 통해 자연생태계와 인공생태계의 조화를 꾀하고 시민의 이용 욕구를 만족하면서도 생태자원이 훼손되지 않고 기능과 가치를 유지하는 현명한 이용 지혜와 전략적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연재필자 _ 구본학 교수 · 상명대
-
다른기사 보기
ecoculture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