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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식물일기

적당히 거리를 둔 만큼 자라는 식물과 아이 키우기
라펜트l기사입력2023-01-17
권영경 저│140×200㎜│340쪽│무선
발행일 2022년 11월 30일│ 정가 16,500│출판사 지금이책

“한 두 개의 식물이어도 좋다. 그러나 지금 당장 자연과 연결되는 시간을 만들자. 그들을 살피며 표정을 읽어내는 것. 그것이 연결의 시작이다. 그리고 연결 스위치가 탁! 켜지는 순간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식물을 살피고 돌보는 일이 결국은 나를 돌보는 일임을. 그 시간은 또한 당신을 더 큰 세계로 연결시켜 집 밖의 식물과 자연도 살피게 만들 것이다.”

‘식물일기’는 조경학을 전공한 평범한 주부가 인도네시아에서 식물을 키우며 아이와 함께 길고 긴 팬데믹 기간의 실내 생활을 이겨낸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숲 체험과 환경교육에 관심이 많은 저자이기에 단순히 식물을 잘 키우는 비법을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우리가 지켜가야 할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담고 있다.

저자 권영경은 이십 대엔 학부과정에서 꽃과 식물을 공부하고 삼십 대 땐 대학원과정에서 환경과 조경을 공부했다. 졸업 후엔 숲 체험과 환경교육, 공간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들을 했는데, 결혼 후 남편을 따라 인도네시아로 어린 아이를 데리고 이주하면서 주부로서만 살아왔다. 

자연을 벗 삼아, 아이와 산책을 하고 동남아시아 곳곳을 여행하는 재미로 살던 그녀는 ‘코로나’라는 역병을 맞아 집 안에 갇혀 지내며 생긴 심각한 향수병과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전공을 살려 식물을 본격적으로 키우게 된다. 사진을 찍고 글을 남기는 것에 남다른 감각이 있던 그녀가 차곡차곡 소셜미디어에 쌓은 식물 일기는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뿌리를 덮은 흙을 탁탁 다지며 식물에게 필요한 물, 바람, 햇빛을 챙겨주고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생김새를 구석구석 살피며 답답한 하루하루를 버틴 저자의 모습에서 함께 코로나 시대를 건넌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 세계 모두가 다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집에 갇혀 하나라도 손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애썼던 모습이다.

‘식물하는 엄마’로서 그녀는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챙겨 먹으며 반복되는 집안일의 연속이었던 하루를 돌아보니 결국 식물을 보살피는 행위가 자신을 보살피는 일임을 깨닫게 됐다. 돌봄에 인색하지 않았던 시간이 키운 식물 친구들을 하나하나 포장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일을 통해 내면의 그릇이 무한정으로 커졌음을 동시에 느꼈다. 책에는 그렇게 배려와 공생의 법칙으로 자신의 생명력을 유지한 식물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 아이의 에너지가 동시에 담겨있다.

조경을 공부한 사람 답게 쉽게 키우거나 키우는 재미가 쏠쏠한 식물의 종류, 식물 퇴비, 천연 살충제 만드는 법, 물주기 단기속성 5단계, 언제나 알쏭달쏭한 분갈이법 등 식물 키우기 안내서로서의 면모도 놓치지 않고 있다.

저자는 아이와 함께 식물을 이용한 다채로운 미술 놀이와 산책을 자주 하고, 불편한 자연에서 여러 밤을 지내며 적당히 거리를 둔 만큼 잘 자라는 것은 식물뿐만 아니라 아이도 그렇다고 알려준다. 저자는 식물을 키우며 자주 웃었다고 말한다. 이 소박하고 단정한 식물 일기를 읽은 모든 이들에게 초록빛 여유와 수고로운 느림을 선사하는 웃음이다.

이 소박하고 따뜻한 식물 일기를 읽고 나면, 때론 무언가를 가꾸는 과정을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자연의 시간을 따라 식물을 관찰하고 식물이 자라나는 소리를 듣고, 희생과 인내가 매 순간 필요하지만 언젠가는 독립해서 부모 곁을 떠날 아이의 사랑스러움을 쫓으며 끊임없이 기록한 이 생생한 식물 육아 일기는 함께 어려운 시기를 지나온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졸업 선물이 될 것이다.
_ 이형주 객원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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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키워드l권영경, 식물, 신간,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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