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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일기] 파리 근교, 모네의 정원과 지베르니 마을 -1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4-03-29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373



모로코와 파리편 - 30

파리 근교, 모네의 정원과 지베르니 마을 -1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파리에 다녀올 때마다 서운하고 아쉽게 여겨왔던 곳 중의 하나가 모네의 정원이랍니다.

파리시내 위치한 그 유명한 오랑쥬리 미술관을 찾아 ‘수련’ 연작을 감상하였지요.

그때마다 다음엔 꼭 모네의 정원부터 다녀와야겠다고 반복하여 다짐을 하였답니다.

그래서 이번엔 오랑쥬리 미술관을 비롯한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까지 포기하고 지베르니를 찾게 되었지요.

오래도록 미루어졌던 곳이라 사뭇 기대도 큽니다.





이곳은 파리 근교에 위치하여 교통이 다소 번거롭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는 대부분 열차를 선택하지요.

열차는 시내에 있는 생라자르(Gare de Saint Lazare)역에서 Vernon Giverny까지 약 1시간이 소요됩니다.

기차역에서 나오면 모네의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 마을까지 셔틀 운행하는 버스와 꼬마열차 트레인이 대기하고 있지요.

트레인의 경우 왕복 8유로인데, 아주 편리합니다.




















저는 왕복 트레인을 이용하였습니다.

다리를 건너고 시내를 지나 약 20분을 이동하면 여유로운 지베르니 마을에 위치한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주차장에서 내려 마을 길을 따라 300-400m를 걸으면 정원이 나옵니다.

시골마을이라 조용하고 한적하네요.

이동하는 골목길 주변이 온통 꽃과 정원으로 가꾸어져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처음 마주하는 곳이라 모두가 신비롭게 다가오지요.

아름다운 마을길을 감상하고 기록하며 정원을 향합니다.





















프랑스 인상파 양식의 창시자인 모네(Oscar-Claude Monet, 1840-1926)는 기차 여행중 창밖을 보다 우연히 아름다운 전원마을 지베르니를 목격하게 되었다지요.

그렇게 맺어진 인연의 지베르니에서 인생 절반을 지내며 주옥같은 명화들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마을길은 온통 전원풍광으로 가득하지요.

오직 모네의 ‘수련’ 연작을 떠올리며, 주변을 살피며 답사 활동은 분주하게 진행형입니다. 

여유로운 마을길 곳곳에 아름다운 카페와 레스토랑, 예쁜 가게들이 말없이 유혹하지요.

실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적인 모습들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모네의 정원이 우선이지요.

오늘도 하루 일정을 모두 이곳에 고정하였기에 여유가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골목길의 끈질긴 유혹을 벗으나 정원의 매표소에 도달하였습니다.

5분 남짓한 거리인데, 무려 30분 이상이 소요되었습니다.

저의 답사 특성은 특정 목적지를 소중하게 여기지만, 이동하는 과정과 도보 일상 그 자체가 대상이지요.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열차운행 시간대별로 집중되어 매표소가 다소 혼잡합니다.

다행히 우리는 골목길을 살피느라 시간이 지연되어 매표소의 기다림은 단축됩니다.

지베르니는 마을 전체가 전원 풍광이고 작은 정원들로 가득하여 시골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붐비네요.

대부분 열차를 이용하지만, 전세 버스나 승용차, 자전거를 이용하는 분들도 있답니다.

이렇게 유명한 관광명소라지만, 마을에 있는 공용주차장이 전부네요.

정원 입구에도 광장이나 별도의 여유로운 공간이 없습니다.

우리의 현실과 왜인지 비교가 되네요.

커피숖이나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에는 반드시 엄청난 규모의 주차공간이 필수이지요.

우리도 대중교통이 우선시되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정원이 있는 건물로 입장하였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모네께서 그의 그림과 함께 맞아주시네요.

기념품 코너를 경유하여 정원으로 연결됩니다.

정원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활기가 넘쳐 보이네요.

기념품 샵에는 ‘모네의 정원’이라는 단행본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정원 관련도서들과 소품, 모네의 대표작 수련, 문화상품 등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입구 건물의 2층은 모네의 그림 세계와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장이지요.





















드디어 모네의 정원으로 들어왔습니다.

정원은 지극히 평범하지요. 

평탄한 부지에 직선으로 처리한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정원은 초기에 조성된 건물 앞의 평지 공간과 나중에 추가로 조성한 철길 아래쪽에 위치한 연못 주변의 뜰로 양분되지요.

오늘은 2023년 6월 30일.

햇살이 제법 강렬하지만, 답사엔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초여름이라 이미 다양한 꽃들이 피어있네요.

이곳을 찾은 탐방객들은 하나같이 카메라와 휴대폰으로 정원을 기록합니다.

요즘은 어딜가나 카메라를 보기 힘들지요.

하지만 이곳에선 고급카메라들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정원 산책로는 평행선을 유지하며 비슷한 분위기를 몇 차례  반복하여 오갑니다.

전체 공간과 동선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변화가 적고 단순해 보이지요.

일본의 정원과는 매우 다른 공간처리 수법입니다.

공간의 깊이감을 주기 위해 동선 옆의 공간을 모두 차폐시키지요.

그래서 실제 공간보다 훨씬 넓게 느끼게 된답니다.

요소요소에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쉼터도 있네요.

정원의 규모나 시설, 디자인 요소가 특별하지 않고, 그저 잘 가꾸어 놓은 꽃밭 정도의 지극히 평범한 수준입니다.






















건물 2층에서 보면 정원의 모든 공간과 시설, 동선이 한 눈에 모두 들어온답니다. 

정원은 모네가 조성하고 사랑하며 즐겨 이용하였던 곳이랍니다.

그래서 정원에 대한 관심과 유명세는 대단하지요.

즉, 이곳은 정원이 갖는 순수 가치보다 역사적 의미가 더욱 소중하답니다.

공간이 변화없는 평면이다 보니, 덩굴식물을 이용한 터널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추구하였나 싶네요.

여러가지 화훼류와 정원수들로 정원이 빼곡합니다.

원색의 화려한 꽃들이 있어 더욱 풍성하고 사진 효과가 기대되네요.









많은 방문객에 비해 의외로 산책로가 좁고 소박한 분위기입니다.

우리 주변과 너무 대조적이지요.

이 정도의 방문객이 찾는 정원이라면 Deck와 야자매트 포장으로 도배를 하였을겁니다.

흙을 밟을 기회가 전혀 없겠지요.

우리는 안전이나 편익에 관한 과잉 시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초기에 조성했다는 정원을 둘러 보았습니다.

이제 앞뜰을 벗어나, 철길 아래에 위치한 연못 정원으로 내려왔습니다.

과거의 철길은 폐쇄되었지만, 아직 지하통로를 통하여 두 정원이 연결되지요. 

아래쪽 정원이 명화 속의 연못이 있는 곳이랍니다.

개울물이 흐르고 대밭 그늘이 있는 동양풍에 가까운 숲속의 분위기네요.

꽃밭 분위기의 위쪽 정원과는 사뭇 다르답니다.

부지 경계 울타리 너머로 목장도 보이네요.













대나무 숲을 보는 순간, 담양 소쇄원이 떠오릅니다.

넓은 면적은 아니지만, 숲속의 오솔길을 따라 걸으니 마음이 푸근하고 편안하네요. 

이곳 숲속의 연못에서 그 유명한 ‘수련’ 시리즈가 탄생하였답니다.

결국 수련때문에 모네도 유명세가 배가 되었고 이곳 정원도 관광명소가 된 셈이지요.

이곳이야말로 장소가 갖는 의미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교과서 같은 곳으로 평가되지요. 

애타게 그리워하던 모네의 정원과 Giverny 마을이기에 2회로 나누어 소개됩니다.

다음 호에서는 모네의 체취를 느껴볼 수 있는 수련이 핀 연못을 중심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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