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완전성 무슨 뜻일까? [라펜트 조경뉴스]

[세계유산] 완전성 무슨 뜻일까?

신현실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선임연구원

라펜트l신현실 선임연구원l기사입력20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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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의 중심에 서다 :

제8편 완전성 무슨 뜻일까?

글_신현실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선임연구원

세계유산과 관련된 용어에 대해 설명하다보면 진정성은 어느 정도 이해하겠는데 완전성은 그 개념이 선뜻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제법 된다.

완전성(integrity)은 완결성이라 번역하기도 하는데 세계유산목록에 등재 신청되면 진정성 외에 이 완전성의 항목도 충족시켜야 한다. 완전성 항목은 원래는 생태계에 해당하는 자연유산에 주로 적용되다가 최근에 들어 문화유산 분야도 포함되기 시작한 가치다.

완전성이란 사전적 의미로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추어 결함이나 부족함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가령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고대의 도자기가 어느 한곳도 흠이 없이 완벽하게 100%의 원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자. 이 도자기는 완전성을 충족하는 것일까? 반대로 도자기가 심하게 훼손되어 있다면 완전성의 가치는 없는 것이 될까?

그런데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곳들을 보면 허물어진 건물 일색인 폐허의 공간도 심심치 않게 있다. 그렇다면 이 유산의 완전성은 어떻게 평가받았을까? 이러한 질문 속에 난관을 겪는 것은 우리가 완전성이라는 단어에만 치중하다 보니 완벽성과 혼동을 일으키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완전성은 자연유산 및 문화유산과 그 속성들의 완전함과 온전함을 가늠하는 척도로 기능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완전성의 조건을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을 가치를 구성하는 요소, 규모, 저해요소의 영향정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표현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의 포함 정도에 대한 것으로 등재기준을 만족시키는 데 필요한 유산내부의 요소들이 관건이 된다.

둘째, 유산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특징과 과정을 완전하게 나타낼 만큼 적정한 규모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문화재를 지정할 때 그 유산의 본질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정구역과 그동안의 변화과정을 포함한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 보호구역까지 포함할 수 있는 규모의 영역을 법률로 지정하게 되는데 이의 준거가 되는 규모에 대한 평가를 의미한다.

셋째, 개발 및 방치로 인한 부정적 영향의 정도로 이것은 완전성에 관한 기술에 표현되어야 한다. 즉 향후 유산의 보존에 있어 위험성이 얼마나 존재해 있는가를 의미한다.

이를 등재기준과 관련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등재기준 (i.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를 대표할 것)에서 (vi.사건, 실존하는 전통사상, 보편적 중요성이 탁월한 예술 및 문학과 직접 혹은 가시적 연관성 있을 것)을 근거로 신청된 유산은 해당 유산의 물리적 재질 및 그 중요한 특징이 양호한 상태여야 하며, 쇠락 과정의 영향은 통제되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유산이 지닌 가치 전체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의 상당부분이 포함되어야 한다. 문화경관, 역사도시, 또는 다른 살아있는 유산의 특성에 필수적인, 해당 유산에 존재하는 관계성과 역동적인 기능도 유지되어야 한다.

등재기준 (vii.최고의 자연현상, 뛰어난 자연미와 미학적 중요성을 지닌 지역을 포함하고 있을 것)에서 (x.과학이나 보존관점에서 보편적 가치가 탁월하고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포함한 생물학적 다양성 보존을 위해 중요하고 의미가 큰 자연 서식지를 포괄할 것)을 근거로 신청된 모든 유산은 생물물리학적 과정과 지형적 특징을 비교적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류가 발전해 오면서 세계 어느 곳도 완벽하게 자연 그대로인 곳은 없으며 모든 자연지역은 현재도 변화하고 있으며 인간과 어느 정도 접촉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전통사회와 지역사회의 활동을 포함한 인간 활동은 종종 자연지역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활동은 해당 지역에서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하여 그 지역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부합될 수 있다. 이 지속가능성은 생태적으로

등재기준(vii)에서 (x)을 근거로 신청된 유산의 경우에는 각 기준마다 이에 상응하는 완전성에 대한 조건이 정의되어 있다.

등재기준 (vii)을 근거로 신청된 유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어야 하며, 유산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지역이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풍경적 가치가 폭포에 있는 유산의 경우, 해당 유산이 그 미학적 특징의 유지와 긴밀히 연결된 인근 저수지와 하류지역을 포함한다면 완전성의 조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있다.

등재기준(viii. 생명 기록이나 지형 발전상 지질학적 중요 진행과정, 지형학이나 자연지리학적 측면의 중요 특징을 포함한 지구 역사상 주요 단계를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을 근거로 신청된 유산은 자연적 관계에 있어 상호 연관되고 상호 의존적인 핵심 요소를 모두 또는 대부분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빙하기’ 지역이 설원, 빙하 자체와 절단패턴, 퇴적과 군집 형성의 표본(예: 찰흔, 퇴석, 식물 군락 천이의 초기 단계 등)을 포함하고 있다면 완전성의 조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있다. 화산의 경우 마그마 계열이 완전해야 하며 각종 분출암과 분출물이 전부 또는 대부분 제시되어야 한다.

등재기준 (ix.육상 민물 해안 및 해양 생태계와 동식물 군락의 진화, 발전에 있어 생태학적, 생물학적 주요 진행 과정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를 근거로 신청된 유산은 규모가 충분해야 하며 해당 유산이 보유한 생태계와 생물학적 다양성의 장기 보존에 필수적인 핵심 과정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포함해야 한다. 가령 열대 우림 지역은 해발 고도에 있어 일정 수준의 다양성, 지형과 토질 유형의 변화, 구획 체계와 자연 재생구획을 갖추고 있다면 완전성의 조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산호초는 산호초로 유입되는 영양분과 침전물을 조절하는 해초나 홍수림, 기타 인근 생태계를 포함해야 한다.

등재기준 (x)을 근거로 신청된 유산은 생물학적 다양성 보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유산이어야 한다. 생물학적으로 가장 다양하고 대표적인 유산만이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유산은 해당 생물지리적 영역과 생태계를 특징짓는 가장 다양한 동식물을 유지하기 위한 서식지들을 포함해야 한다. 가령 열대 사바나는 함께 진화한 초식동물과 식물의 완전한 군상을 포함한다면 완전성의 조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있다. 섬 생태계는 토착 생물군의 유지에 필요한 서식지들을 포함해야 한다. 다양한 종을 포함하고 있는 유산은 이러한 종의 생존개체군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서식지들을 포함할 정도로 규모가 커야 한다.

이동성 종을 포함하는 지역은 그 위치가 어디든 절기에 따른 번식지와 이동 경로를 적절히 보호해야 한다.

이 완전성의 적용은 세계유산에서 문화유산 등재시 건축물과 같은 단일 개체 위주의 관리에서 벗어나 주변경관까지 포함한 영역이 포함되는 적극적 보존관리의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일개체 위주의 점적 보존관리는 주변 환경의 변화에 언제까지나 안전하지 못하다. 유산의 가치평가 단계에서부터 보다 광역적인 접근으로써 유산의 주변 환경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한 항목이 바로 완전성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 세계유산의 관리에 있어서는 이 완전성의 항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출발부터 문화유산을 중점적으로 해왔던 세계유산이 주요 건축물 위주로 관리되고 있는 점은 큰 약점에 속한다.

세계유산의 관리에서 주요 건축물을 제외한 관람로나 수목 정비, 울타리, 임시 가건물, 하수관로 등의 정비는 협의 없이 가능하다. 명성을 지닌 정원이 아니더라도 유산으로 지정된 외부공간의 경우는 수목이 매우 중요하며 관람로를 통해서도 마을의 전통적 가로체계가 달라질 수 있다. 임시 가건물 등도 경관을 해치는 큰 요소이다. 방문객의 적정수용력 제어도 중요한 요소다.

최근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이의 문제점을 알고 문화유산이 아닌 요소에 대한 공간계획에 대해 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권고하고 OUV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은 세계유산센터와 협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