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세계유산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신현실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선임연구원
라펜트l신현실 선임연구원l기사입력2018-04-03
세계유산의 중심에 서다 :
제 3편 세계유산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_신현실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선임연구원



유네스코 세계유산들을 보면 인류 공통의 유산이라는 말이 대변하듯 아름답고 경이로운 자연들도 참 많다. 어떤 것은 재료부터 형태까지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세계유산이 될 수 있는 것은 우리 주변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 등재대상은 애초부터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세계유산이 되려면 “탁월한 보편적 가치” : 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탁월하다는 것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또 보편적이라는 것은 인류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말로 풀이된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의 속성은 되도록 간단한 명제일수록 좋다. 그 가치에 대한 설명이 다양하거나 복잡하면 유산의 OUV를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어려워진다.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설명하는데는 진정성(authenticity)과 완결성(integrity)이 중요하다. 세계유산의 개념에 대해 너무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OUV까지는 그런대로 이해하겠는데 여기에 진정성과 완결성까지 나오면 머릿속이 다시 뒤죽박죽되기 일쑤다.

쉽게 설명하면 진정성(authenticity)이란 그것이 진짜인가? 라는 것이다. 어떤 물건이 진짜임을 증명하려면 증거가 필요하다. 바로 증거가 되는 기록이 있냐는 것이다. 

완결성(integrity)은 OUV(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증명할 만한 요소가 해당유산에 얼마만큼 포함되어 있는지, 이 가치를 대표하기에 충분한 크기인지? 이 유산에 위협적인 요소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따지는 척도다. 즉, 유산이 보존할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와 향후 지속가능성에 대한 평가인 것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려면 일정한 등재기준에 부합되야 한다. 등재기준이란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평가하는 10가지 기준이다. 세계유산이 되려면 등재기준 10가지 중에서 하나이상 만족하면 되는데 1번에서 6번까지는 문화유산의 등재기준이고 7번에서 10번까지는 자연유산의 등재기준에 해당된다.

문화유산에 해당하는 등재기준 1번은 유산이 중국의 만리장성과 같이 인간의 창의적 천재성으로 만들어낸 걸작을 대표해야 하고 등재기준 2번은 경주역사지구와 같이 오랜 시간에 걸쳐 또는 건축, 예술, 도시계획, 조경설계의 발전 등 서로 다른 문화들이 교류하며 가치를 교환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유산이어야 한다.

등재기준 3번은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과 같이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나 문명을 보여주는 독보적이거나 적어도 특출한 증거가 되는 유산을 말한다. 등재기준 4번은 돈황 막고굴과 같이 인류 역사의 발전과정을 잘 보여주는 건조물이나 기술, 경관 등의 유형을 대표하는 탁월한 사례이어야 한다. 등재기준 5번은 중국 원양제전의 계단식 논과 같이 인간이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정주지나 토지, 수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여야 한다.

등재기준 6번은 해인사 장경판전과 같이 보편적 의의를 지닌 사건이나 사상, 계승된 전통, 중요한 예술이나 문학작품 등 가시적이거나 비가시적인 가치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유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유산의 해당하는 등재기준 7번은 중국 태산과 같이 자연미가 우수하고 최상의 자연현상을 지닌 유산이어야 하고 등재기준 8번은 미국의 그랜드 캐넌과 같이생명의 기록이나 지형의 발달 등 지구역사의 지질학적 증거가 되는 유산이어야 한다. 등재기준 9번은 일본 시라카미 산지와 같이 다양한 생태계와 생물들의 진화나 발전을 생태학적, 생물학적으로 잘 보여주는 유산이어야 한다. 등재기준 10번은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열대공원과 같이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비롯하여 다양한 종의 생물이 살고 있어 보존이 필요한 자연서식지를 포함한 유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유산의 종류는 문화유산, 자연유산,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가치가 모두 인정된 복합유산으로 구분된다. 일부 사람들은 등재 자원의 가치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등재기준에 모두 못 미치면 복합유산으로 등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복합유산은 이 두 유산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등재기준을 공히 만족해야 하고 등재건수도 가장 적다. 최근 문화유산의 범주안에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경관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광동 단하산 ⓒ신현실


단하지역을 흐르는 금강 전경 ⓒ신현실


세계문화유산 여강고성내 전통주택 ⓒ신현실


세계복합유산 황산 ⓒ신현실

세계유산 등재과정에서 그 나라 사람도 아닌 외국의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나라 유산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그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자국의 유산을 소중히 여기고 적절하게 보호해 왔는가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세계유산이 될 수 있는 것은 이미 그 나라에서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유산이나 보호구역이어야 한다. 이 점을 인식하면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잠재자원의 발굴은 우선적으로 각 나라의 문화재나 보호구역 중에서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유산 등재를 자국의 유산을 승격시킨다고 보는 것이다. 자국에서 유산으로 보호관리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운동선수가 전국규모의 대회에 나가려면 지역예선을 통과해야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보호구역에는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국토부 문화재청 산림청에 해당하는 것만 5개 부처 2,646개소에 달한다. 이중 육상면적은 15.35%, 연안을 포함한 해양면적은 2.05%에 달한다. 우리가 몰랐던 세계유산 등재 잠재자원이 이렇게도 많다. 우리나라 세계유산은 문화재보호법에 등재와 보호관리가 명시되어 있으니 세계유산이 등재되면 문화재와 동등한 취급을 받게 된다. 

세계유산등재를 위해서 잠정목록에 등재하고 등재신청서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미 문화재나 각 부처의 보호구역으로 관리하고 있는 유산을 잘 가꾸고 그 가치를 세계인들에게 전하며 후손들에게 잘 넘겨주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미래의 세계유산을 보전하는 일이다.
글·사진 _ 신현실 선임연구원  ·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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