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는 어떻게 작성할까?

신현실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선임연구원
라펜트l신현실 선임연구원l기사입력2018-12-09
세계유산의 중심에 서다 :
제10편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는 어떻게 작성할까?


_신현실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선임연구원



얼마 전 우리나라에 세계유산 등재 소식이 또 한번 전파를 탔다. 민족 고유의 씨름이 남북한 공동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된 것이다. 더구나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얻은 성과라 더 뜻 깊다. 

세계유산 등재가 주는 경제적 효과와 관광객 증가에 집중하던 국내 분위기는 어느 정도 차분해 진 것 같다. 최근 지자체에서 세계유산을 관리하는 별도 팀을 만들고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별도의 TF팀을 꾸리는 일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하여 OUV를 만족시키는 가치를 찾았다 해도 어떻게 등재신청서의 내용을 꾸미느냐에 따라 등재 당락이 결정될 정도로 등재신청서 작성은 실로 중요하다.

세계유산 관련 단체의 전문가 말을 빌리자면 요즘은 지역의 유산적 가치를 논할 때 너도나도 세계유산 등재를 운운한다는 것이다. 유산의 가치를 전해줄 특징과 과정을 완벽하게 나타낼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규모인지와 관련 등재기준도 무언지 모르는 채 말이다.

이처럼 세계유산 등재추진에 대해 책임 없는 선언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에 대해 심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는 영어나 불어를 기본 언어로 하고 있다. 등재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운영지침을 숙지해야 한다. 세계유산센터와 ICOMOS, ICCROM, IUCN 등 자문기구에서는 세계유산등재신청을 위한 매뉴얼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따라서 유산의 등재 신청을 위해서는 이들을 참조하면 유익할 것이다. 또 운영지침은 지속적으로 보완되므로 최신 경향을 숙지해야 한다.

협약이행지침에는 등재과정, 등재신청서 상의 필수 기재사항, 등재신청서 접수 및 처리에 관한 일정 등을 제시하고 있다 . 애초부터 체계적인 등재신청 방법이 정립되었던 것은 아니였다. 1997년 이전에 등재된 유산의 등재신청서에는 유산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언급이 미흡했는데 심지어 보존을 위협할 만한 심각한 결함도 존재했다. 신청서 분량도 몇 페이지에 불과하고, 유산에 대한 설명 및 등재 신청된 유산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비일비재했다(세계유산포럼, 2009). 

유산의 종류에 따라서 그 가치를 내세우는 방법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다르다. 등재신청의 기본 목적은 해당유산의 구성요소, 그 유산이 잠재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가지는 이유, 그리고 이러한 가치가 어떻게 유지, 보호, 관리, 감시, 소통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실무자를 위한 세계유산 등재신청매뉴얼, 2008:12). 등재당사자 스스로가 해당유산에 대한 가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유산을 어떻게 보존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타국의 전문가들이 유산의 가치를 평가하고 등재시켜 준다면 해당유산의 보존 역시 당사국들이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등재신청서의 당사국 작성은 매우 의미가 있는 작업이다. 

유산 등재 신청을 위하여 먼저 당사국은 자국의 유산목록을 작성하게 된다. 당사국이 작성한 유산목록 중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녔다고 판단되는 유산을 선정하여 잠정목록에 등재한다. 그런 후에야 당사국은 잠정목록에 오른 유산 중 하나를 택해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세계유산 등재의 전 단계는 바로 잠정목록 등재라는 것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계획하고 있는 지자체가 있다면 잠정목록에 먼저 등재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소홀히 하다가는 등재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유산이라 할지라도 아마 수십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등재신청 서류가 접수되면 자문기구는 등재신청 서류를 검토하고 평가준비를 위해 신청 유산을 담당하는 전문가에게 송부하게 된다. 이때 담당 전문가의 명단은 세계유산 등재결정 이전까지 비밀로 해야 한다. 자문기구 패널회의는 토론 내용과 평가 내용을 바탕으로 권고사항을 결정한다. 이때 등재신청서를 서면 평가하는 전문가와 등재실사를 하는 전문가는 소통할 수 없고 서로 알 수 도 없다. 

그 이후 자문기구의 평가와 권고사항이 세계유산위원회에 전달된다. 세계유산 위원회는 회의를 통해 최종 등재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등재신청 등록은 세계유산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 140항~142항에 의거하여 사무국은 당사국으로부터 등재신청을 받는 즉시, 수령 여부를 전달하고 등재신청서의 내용을 확인한 후 신청사항을 등록한다,

사무국은 평가를 위해 등재신청서를 관련 자문기구에 송부하게 된다. 이때 사무국은 자문기구의 요구에 따라 당사국에 추가적인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사무국은 세계유산위원회의 매 회기마다 신청서의 접수일과 완성도 여부를 운영지침 132항에 근거하여 수령한 모든 등재신청 목록을 작성하여 제출하게 된다. 운영지침 132항은 등재신청서의 완성도를 판단하는  근거 즉, 등재신청의 필수요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등재신청을 위한 필수요건은 다음과 같다.
유산의 명시는 유산의 경계에 대한 정의가 분명해야하며 등재를 신청한 유산과 필요한 경우 유산보호를 위한 완충지대를 명확히 구분하고 이에 대한 상세한 지도를 포함해야 한다. 

유산의 설명은 역사와 발전과정 등 해당 유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연속유산은 등재신청 지역으로 제시된 각 지역의 등재유산 관련 내용들을 자세하고 명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등재신청은 해당 유산의 등재신청 근거가 되는 세계유산 등재기준이 제시되어야 하며 언급된 각각의 기준에 대한 별도의 근거 또한 빠짐없이 작성한다. 또한 해당 유산이 등재신청 근거기준을 어떻게 만족시키는지 기술한다.

해당 유산이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될 만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자세히 서술하고 유사성을 지닌 다른 나라의 유산들과의 비교 및 분석을 통하여 해당 유산의 가치와  우수성을 명확히 설명하여야 한다. 이 때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이 얼마나 그 가치를 객관적이고 명료하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이에 대한 국제적 동향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역사적 전후관계에 있어 해당 유산의 위치를 정립하고 이의 차별성 등을 부각하는 등 효과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 진정성 및 완전성에 대한 기술에서는 해당 유산이 운영지침 63-75항에 규정된 자격요건을 어떻게 충족시키는지 증명해야 한다.

유산의 보호를 위하여 해당유산과 관련한 법률이나 규정 등의 내용과 적용방법 등을 기술한다. 

등재 신청할 유산의 지속적인 보존을 위하여 모니터링을 통한 유산의 물리적 상태 및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 위협을 파악하고 이를 기술해야한다. 유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유산의 뛰어난 보편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거나 위해를 가할 수 있으므로 자세히 기술하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문제점 또한 자세히 서술한다.

유산에 위해를 미치는 주요요소로는 침해, 개조, 농경, 채광 등의 개발압력과 오염, 기후변화 및 사막화 등 환경적 압력이 있으며 지진, 홍수, 화재 등 자연재해 및 재난대비에 관한 것이 있다. 또 방문객과 관광산업의 압력, 유산과 완충지대 내에 거주하는 주민의 수도 중요한 위해요소가 된다. 

모니터링은 해당유산의 변화와 추이 알 수 있으며 지속적인 감찰이 가능하여 유산의 보존상태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해당 주요 지표를 선정하여 유산의 보존상태, 검토의 주기성,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을 명시하고 평가해야 한다. 

또 관리체계에 대한 내용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기술한다.
기록자료는 사진 등 등재신청 내용을 실질적으로 증명하는데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하는데 최근에는 유산의 모습을 돋보이도록 항공사진이 선호된다.

담당자의 이름과 주소 등재신청서 당사국을 대표해 등재신청서에 문화재청장 서명이 최종적으로 날인된다.

당사국은 등재신청서의 주요텍스트를 전자파일 형태로 만들어 제출해야하고 제출 후 누락부분의 보충 등이 계속적으로 요구되기도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영어나 불어 등 외국어로 작성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자국 유산의 가치나 특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외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또 등재목표 달성에만 몰두한 나머지 현장의 상황과 괴리가 커지는 것도 문제다. 등재 신청서류에는 가치가 높게 표현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현지실사 자가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당사국과 문화적 차이가 있는 타국의 현지 실사전문가가 민감한 것으로는 옛 것이 훼손되거나 변형되지 않고 그대로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통담장이 새로운 재료와 색깔로 잘 정비되어 있는 것보다 일부분이 무너져 있더라도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면 그게 더 진정성 있게 보여진다는 것이다. 또한 유산 경계지역의 지나치게 현대화되어 고립된 섬처럼 존재하고 있는 모습도 좋게 평가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 향후 유산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법률개정이나 체계화된 정비계획 수립 등도 도움이 된다.

세계유산 등재신청과 등재확정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점은 유산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 세계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는 우리의 자랑스런 유산이 있다면 먼저 어떻게 보존해야 겠다는 방법부터 강구해야 한다. 유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통제, 핵심구역과 완충구역의 보호 및 관리, 관련 법률의 제정과 효율적인 관리체계 구축, 문화관광과 유산가치에 대한 해석 등은 모두 등재신청서에 기술해야 할 중요한 평가항목 중 하나라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참고문헌
(사)ICOMOS 한국위원회(2009). 세계유산포럼2009 "세계유산제도와 등재과정". 문화재청, 경주시
문화재청(2009). 실무자를 위한 세계유산 등재신청 매뉴얼. 문화재청 국제교류과


중국 단하 세계자연유산 등재 신청서 / 출처:Unesco World Heritage Center,2018.12.07


일본 고대나라역사유적 세계자연유산등재신청서 / 출처:Unesco World Heritage Center,2018.12.07


한국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 세계자연유산등재신청서 
출처:Unesco World Heritage Center,2018.12.07
_ 신현실 선임연구원  ·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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