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북한에도 세계유산이 있을까?
신현실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선임연구원라펜트l신현실 선임연구원l기사입력2018-11-01
세계유산의 중심에 서다 :
제9편 북한에도 세계유산이 있을까?
글_신현실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선임연구원
분단상황 속에 북한을 보면 그들의 폐쇄된 공산주의 사회체제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국가로 단정하기 쉽다. 그러나 북한이 1991년에 유엔에 가입했고 161개 국가와 수교하고 있으며 해외 53개국에 대사관 및 영사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또 세계유산에도 관심이 높아 1998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했으니 우리보다 10년 남짓 늦은 것에 불과하다. 최근 급속도로 무르익은 남북 화해분위기에 비해 그동안 북한에 관한 정보가 부족했던 것은 기정 사실이다. 그러면 북한의 세계유산은 어떤 것이 등재되어 있을까?
2004년 고구려 고분군이 북한 최초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2007년 개성 역사유적지구를 등재 신청한 바 있고 2008년 등재신청이 반려되었으나 2011년에 재신청하여 2013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뒤를 이어 ‘아리랑 민요’와 2015년 인류무형유산인 ‘김치담그기 풍습’을 연이어 등재시키기도 했다. 고구려유적은 중국에 의해 등재되기는 했으나 사실 북한의 유산에 속한다. 세계유산 외에 함경북도에 위치한 칠보산은 백두산, 구월산, 묘향산에 이어 2014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생물권보호지역으로 등록됐다.
북한의 세계유산 등재는 남한의 문화재청과 같은 민족유산보호지도국(舊, 문화보존총국)이 총괄한다. 현재 북한은 문화유산 부문에 민족유산보호지도국과 조선민족유산보존사의 권한과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민족유산 보존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단군릉의 발굴을 계기로 김일성 주석의「민족문화유산을 옳게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을 더욱 개선 강화할 데 대하여(1993.12.10)」라는 교시의 정신을 입법화 한 기본법적 성격을 가진 「문화유물보호법」을 제정할 때만 하더라도 중국의 문물제도를 본 따 역사유적 및 역사유물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2012년 8월에 문화유물보호법을 폐지하고 문화유산보호법을 채택하면서 ‘민족유산’ 즉 ‘국가유산’ 개념을 확대 적용했다. 이는 국제적 규범을 인식한 세계유산체제로 변환하기 위한 정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전까지 다루지 않았던 무형문화유산과 천연기념물 분야를 포함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최근 북한의 문화재에 대한 관심은 기존의 역사유적 중심에서 무형, 자연문화재로 그 범주를 넓혀가고 있다. 문화재를 담당하는 ‘민족유산보호지도국’에 2012년 이후 무형유산을 담당하는 전문부서가 생겼으며 2015년에는 문화유산보호법을 다시 민족유산보호법으로 고쳐 문화, 자연, 무형유산의 틀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을 완성하였다. 비로소 북한의 문화재 관련법도 세계유산에서의 분류체계를 적용할 수 있는 법체계를 가지게 된 것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역과 무형유산에 대한 홍보도 정치선전 일색으로 채웠던 노동신문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또한 남과 북이 북한의 세계유산 보존관리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그 사례가 바로 얼마 전 재개된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사업이다.
세계유산 위원회 홈페이지에 소개된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의 설명을 보면 고구려 고분군은 몇 기의 독립적인 분묘가 합쳐져 30기가 고분군이라 한다.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후 7세기까지 중국 동북부와 조선반도 북한지역에 집중적으로 가장 강력하고 큰 제국을 이룬 고분군이다. 고구려 제국 후기에 고분으로써 다양한 벽화와 장식으로 이루어진 고구려 문화의 유일한 유적이다. 오늘날까지 중국과 조선반도에서 약 10,000기 정도의 고구려 고분을 발견하였고 그중 약 90기의 고분에서 벽화가 발견되었다. 그 중 반수이상이 유적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는 대부분 고구려 제왕, 왕실 구성원 혹은 귀족의 분묘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벽화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당시 생활상을 반영하고 있다. 등재기준 Ⅰ,Ⅱ,Ⅲ,Ⅳ에 해당한다. 라고 그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또 하나 북한의 세계문화유산은 바로 개성이다. 북한의 개성시에 있는 역사유적들인 왕건왕릉, 개성남대문, 개성성, 숭양서원, 표충비, 선죽교, 고려성균관, 만월대, 개성첨성대, 칠릉떼, 명릉떼 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개성은 송나라의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에 잘 나타나있듯이 한반도의 중심이자 고려 문화의 정수였다. 고려는 수공업과 상업이 발전한 나라였으며 수도 개성은 극동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한 무역중심지의 하나였다.
고려의 청자와 비단, 부채와 종이, 인삼들이 개성에서 교역되어 중국과 일본은 물론 멀리 중동에까지 확산되었다.
북한 개성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보면 등재기준 Ⅱ와 관련해서 고려 이전에 한반도에 존재한 다양한 국가들의 문화적, 정신적, 정치적 가치들과 그러한 가치들이 5세기 넘게 인접 왕국과 ‘교류’되었던 흡수·융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등재기준 Ⅲ 에서는 동아시아에서 불교에서 유교로 넘어가던 시점에 철학적 연결고리가 된 통일 고려사회에 대한 훌륭한 ‘증거’가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북한주민들의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전에 비해 많이 완화되었다고 한다. 개성시는 북한에서 제일 인기가 높은 관광코스라고 한다. 조선국제여행사 등 관주도의 소수 여행사가 독점하고 있으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왕건왕릉, 선죽교, 표충비, 만월대 등 코스가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앞으로 금강산 관광재개도 기대되지만 북한의 세계유산 관광코스도 하루빨리 남한의 동포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해 본다. 그 다음 수순은 분명히 한반도의 통일을 기념한 세계유산 공동등재가 될 것이다.
개성남대문 ⓒ신현실
선죽교 ⓒ신현실
표충비 ⓒ신현실
고려왕건릉 ⓒ신현실
만월대 ⓒ신현실
고구려고군분 ⓒ신현실
참고문헌박상철, 김창규(2004). 북한의 문화재보호관계법제. 한국법제연구원박성진(2016). 유네스코에 등록된 남북한의 문화유산. 국립문화재연구소통일부 통일교육원(2018). 2018 북한 이해.
- 글·사진 _ 신현실 선임연구원 ·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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