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게서 도시를 구하라 ‘대구 vs 쿠알라룸푸르’
[그린라이트 ①] 대구-쿠알라룸푸르 녹지정책 비교7월에 들어서며 푹푹찌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가 고온을 기록하고 있을 때마다 관심이 집중되는 도시가 있다. 여름철 폭염, 무더위와 관련된 뉴스에 가장 먼저 오르내리는 대구다.
대구는 지형적으로 분지인데다 급격히 진행된 도시화가 도심의 복사열을 가두었고, 결국 폭염의 도시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이에 상응하듯 올 5월에는 37.2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동안 대구는 이런 폭염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씻기 위해 노력을 경주해왔다. 특히 녹지정책이 눈에 띤다. 최근 몇 년간 나타난 지표를 보면 1, 2차에 걸쳐서 시행된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이 더위를 줄여주는데 실효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제1차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은 324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들여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1년간 진행되었다. 그 사이 1천만 그루의 나무가 식재 되었으며, 두류공원, 팔공산자연공원 등 굵직한 공원들이 계획 조성되었다. 기존의 도심공원에서는 재정비 사업이 진행되어 1995년 84,000그루 수준이었던 공원 내 수목들이 2006년 12월에 와서는 169,000그루로 200% 증가했다. 동대구로, 달구벌대로, 신천대로 등에 가로녹지를 조성하였고 도시미관 회복을 위해 담장 허물기운동과 도심 수경시설 조성 등이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집중적인 투자는 오랜 시간을 요구하지 않고도 단시간 내에 눈에 띄는 결과를 창출해 냈다. 대구시와 기상청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대구의 여름 최고기온은 이전 30년보다 평균 1.2℃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다른 시·도는 2℃ 증가한 것으로 보이며,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의 타당성을 증명해 보였다. 대구시는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한국조경학회 주관 제 1회 조경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07년부터는 5년간 제2차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이 진행되었다. 3317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으며, 1차 때보다 200만 그루 늘어난 1200만 그루의 나무가 식재되었다. 이전 사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녹지 공간 창출, 가로녹지 조성이 주가 되었다. 눈에 띠는 것은 단일 공간이 아닌 녹지간의 연결, 띠녹지 조성 등이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13.7km에 달하는 명품가로 숲길, 국가녹색길 등이 조성되었으며 대구스타디움 등 10여 개소에 가로연결을 목적으로 띠녹지가 조성되었다.
1,2차에 걸친 사업을 통해 대구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라는 이미지를 불식시켰고, 나아가 녹색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는 도시녹화 선진도시의 이미지가 부각되어 중국 산동성 건설청 등 해외기관에서도 일부러 찾아오고 있다. 현재 대구시의 모습은 1996년 사업이 시작될 때 내 걸었던 ‘세계적인 숲의 도시’ 라는 기치가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다.
우리나라에는 뚜렷한 계절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대구의 무더운 여름도 길어야 두 달에 불과 하다. 달리 보면 두 달을 나기 위해 위와 같이 많은 정책과 투자가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그 속엔 다양한 기후도 혼재되어 있다. 계절의 변화도 없이 일 년 내내 대구의 여름 같이 무더운 나라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인도차이나 반도 끝자락에 자리 잡은 말레이시아다. 말레이시아는 전형적인 열대우림 기후의 영향을 받아, 뚜렷한 계절의 변화 없이 일 년 내도록 무더운 여름이 지속된다.
통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연중평균온도는 섭씨 24~33도로, 일 최고기온은 거의 매일 섭씨 33도가 넘는 온도를 기록한다. 우리나라에선 일 최고기온이 섭씨 33도가 넘으면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데, 우리의 기준대로면 쿠알라룸푸르에는 매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져야 하는 셈이다.
쿠알라룸푸르의 평균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월별)
두 달 뿐인 여름의 대구와 열두 달 지속되는 무더위의 쿠알라룸푸르. 더위를 줄이기 위한 쿠알라룸푸르만의 특별한 정책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뜻밖에 쿠알라룸푸르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책은 대구의 녹지정책과 대동소이하다. 태어나서 자란 환경자체가 달랐던 쿠알라룸푸르 시민들이 이미 더운 날씨에 무감각해졌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쿠알라룸푸르에는 현재 Greener KL이라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도시 복사열의 절감이라는 미시적인 목적을 넘어, 궁극적으로 세계의 살기 좋은 도시 상위 20위에 들겠다는 목표아래, 2020년까지 진행되는 녹지정책이다.
현재 추진 중인 정부주도의 재개발 사업과 일반기업의 재개발 사업은 전체 부지중 30% 이상을 녹지로 조성되도록 규제하고 있다. 40.5 ha에 이르는 옛 공군기지로부터 정부청사, 미디어 시티 등의 대형 재개발 사업들이 녹지면적을 증대시키는 큰 비중과 역할을 맡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의 1인당 녹지면적은 12㎡다. 이를 2020년까지 1인당 14㎡로 끌어올리기 위해 도시에 매년 10만 그루의 수목을 식재하고 있다. 수관폭이 넓은 수목을 위주로 식재해 녹지축을 형성하였으며, 이를 통해 도시의 이미지 개선효과까지 가져오고 있다. 이용되지 않던 옥상은 새로 녹화하여 15만㎡ 이상의 추가적인 녹지를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수직 및 오버행잉 된 구조물 등을 활용해 약 20% 녹지 표면적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쿠알라 룸푸르의 가로수는 수고가 높고 수관폭이 크며 일년 내도록 도시에 푸른 이미지를 준다
동시에 새롭게 대형 공원 조성에 투자하기 보단, 기존 공원들을 녹색길(Green trail)로 연결하여 도시 전체를 하나로 링크하겠다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공원에서 진행되는 대형 행사를 개발하고 유치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는 도시에 그린시티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활동을 통해 직접적으로 국민총생산(GNI)을 증가 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결을 통한 공원통합시스템은 공원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크기의 공원에 적용될 것이며 가로수 길과 오픈스페이스, 공원을 녹색길(Green trail)을 통해 연결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도시의 방문자나 거주자들이 녹색길(Green trail)을 벗어나지 않고 도시 전체를 돌며 감상할 수 있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열대우림 기후의 영향으로 녹지를 조성하는데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목의 생장속도는 빠르고, 일 년에 몇 번 씩 꽃을 피우며 크게 자란다. 산지는 밀림으로 덮여 있으며, 동 말레이시아의 경우 80%의 면적이 밀림으로 덮여있다.
쿠알라룸푸르 북서쪽에 자리잡은 FRIM에서 말레이시아의 산림을 체험할 수 있다
이런 천혜의 조건이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 녹지조성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여유를 갖도록 만드는 환경적 요인이 된다. 이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사계절 기후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수목생장 요건을 감안해야 한다. 기후통계를 분석하고 도시화로 인한 도심열섬현상 등을 대비하기 위한 노력이 비단 폭염으로 악명 높던 대구시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다.
세계 20위 이내의 살기 좋은 도시, 세계적인 숲의 도시. 쿠알라룸푸르, 대구 각 각 내걸은 기치, 방향은 다르지만 두 가지 목표 모두 현명한 녹지정책을 통해 달성해 낼 수 있다는 공통분모는 주목할 만한 키워드이다.
공동기획
김승태 녹색기자(Dewan Bandaraya Kuala Lumpur Landscape&Recreation)
이윤호 녹색기자(경북대 조경학과)
라펜트 조경뉴스에서는 녹색기자단(그린라이트)의 기획기사를 지속 전개해 나갈 예정입니다. 녹색기자단(단장 김봉진)은 실무자, 학생, 지역 모두를 아우르고, 계층과 나이의 장벽을 허뭄으로써 조경분야 소통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공동기획 역시, 실무자-학생의 조합을 통해 운영되는 녹색기자 내부 멘토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입니다.
- 공동글·사진 _ 김승태 녹색기자 · Dewan Bandaraya Kuala Lumpur Landscape&Recre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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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글·사진 _ 이윤호 녹색기자 ·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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