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기본법’ 제정 추진, 조경계에 커다란 지각변동 일어난다

[인터뷰] 최종희 (사)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2-08-29
‘국가유산기본법’ 제정안이 뜨거운 감자다. 지난 4월, 정부가 60년간 사용한 ‘문화재’라는 용어를 ‘국가유산’으로 바꾸고, 이와 관련된 정책 역시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발표하면서 문화재 분야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국가유산의 분류체계를 ‘자연유산’, ‘문화유산’, ‘무형유산’으로 대별함으로써 ‘자연유산’과 밀접한 전통조경 분야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문화재청은 처음으로 ‘제1차 전통조경 보존·관리·활용 기본계획(2022~2026)’을 수립했다. 이 역시 전통조경 분야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전통조경 분야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최종희 (사)한국전통조경학회장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종희 (사)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국가유산과 자연유산

문화재 명칭과 분류체계 개선은 ‘문화재’ 용어가 가진 의미상 한계를 극복하고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준과의 정합성을 맞추는 등 문화재 정책 범위의 확장과 시대변화·미래가치를 반영한 체계 수정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1972년 제정된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른 국제사회의 유산 분류체계와의 정합성과 연계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최종희 회장은 “재화 개념의 ‘문화재’ 명칭에서 탈피해 역사와 정신까지 포함한 유산 개념으로 변경 및 확장하기로 한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가 물려받은 것을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돌려주어야 하는 개념으로, 전통조경 유산을 보존하는 데 있어 단순히 오래되거나 유일한 것이라는 개념을 벗어나 시간과 공간적 확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보다 많은 문화유산이 전통조경, 나아가 조경 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회장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국립공원, 농촌, 어촌, 산촌, 자연환경보전지역을 전부 유산의 개념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등에게는 자연자원(리소스)의 개념이지만 문화재청에게는 후속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With’, ‘Our’ 개념의 유산인 것이다. 이것들이 국가유산의 개념이 된다면 다른 정부 부처 소관의 자원들이 ‘권역 유산’ 개념으로 바뀌면서 보전·관리에 있어 문화재청의 역할이 크게 증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역 유산’은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고도’ 혹은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의 ‘역사문화권’과 같은 개념으로, 역사문화환경을 포괄적으로 보존하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여 권역 유산을 계획적으로 정비함으로써 국제적인 관광자원화와 지역발전을 추구하여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유산법」이 특별법으로 제정 추진되는 만큼 문화체육관광부 관할인 문화재청 역시 국무총리 산하의 ‘국가유산처’로 승격될 전망이다. 따라서 국립공원, 농·산·어업유산,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의 자원이 유산이 되어 국가가 관리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전통조경 보존·관리·활용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전통조경계가 숙원 해왔던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안」 제정도 재추진되고 있다. 「자연유산법」 제정안은 2020년 7월 의원발의 된 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 회장은 자연유산에 대해 “문화유산과 구분되는 자연유산의 존재를 명확히 하고 그 정의와 보호 원칙을 더욱 정교하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원형유지’ 보존원칙을 벗어나 기후변화 등에 대비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한 보호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당했던 전통조경은 그 외연을 확대해 자연유산의 체계적 보호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새로운 미래가치 창출하는데 일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유산법」 제정안에는 전통조경의 정의, 행동체계 등이 담겨있어 전통조경이 명실상부하게 자리 잡을 수 있게 된다.

제정안에 따르면 전통조경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 사고, 행위 양식 등을 바탕으로 역사·문화·사상 등을 담아 수목을 식재하거나 건축물·시설물을 배치하는 등 전통적인 기법으로 외부공간을 조성하는 것’으로 정의돼 있으며, 전통조경의 대상 역시 궁궐조경, 왕릉조경, 서원·향교조경, 민가조경, 사찰조경, 별서조경, 누·정·대 등으로 구분돼 있다.

「국가유산법」과 「자연유산법」이 제정되면 전통조경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문화재청 내 전통조경‘계’가 ‘과’로 통합되고, 천연기념물‘과’는 자연유산‘국’으로 승격이 될 전망이다.

“우리는 전통조경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과거의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전통조경의 입지를 스스로 축소시키는 것으로, 앞으로는 시·공간적으로 조경 유산의 범위를 확대해 전통조경이 문화재 개념을 넘어 생태적, 문화적 다양성의 보존, 인류의 복지와 국민 정체성을 높이는 정책의 대상으로 격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공원 국가유산 지정, 문화경관 유형의 추가 등 전통조경 유산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전통조경 보존·관리·활용 기본계획(2022∼2026)

문화재청은 2020년 2월 25일 ‘문화재의 건축물 및 외부공간에 조성된 전통적 조경·경관에 관한 정책의 수립·조정’ 업무를 새로이 문화재보존국 천연기념물과에 신설했다. 전통조경 정의 등 개념 확립과 전통조경 정책영역 및 범위를 확정함과 동시에 국내외 정책환경의 변화와 전통조경의 특성을 반영해 차별화된 문화재청 고유의 전통조경 정책 기준 및 방향성을 설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전통조경 정책추진을 위한 비전, 목표, 핵심전략, 핵심전략별 세부추진과제 마련과 함께 그 추진체계, 관리방안 및 추진 로드맵을 마련해 ‘전통조경 보존·관리·활용 기본계획(2022∼2026)’이 수립됐다.

‘생동하는 전통조경의 가치 조명과 전승’이라는 정책 비전 아래 ▲문화재 품격을 높이는 전통조경 위상 정립 ▲전통조경의 특성을 반영한 보존·관리 ▲국민과 함께하는 전통조경의 전승이라는 정책 목표를 수립했다. ‘전통조경 정책기반 조성’, ‘지속가능한 전통조경 보존 관리’, ‘전통조경 국제위상 제고 및 대국민 향유’ 등 3대 추진전략과 9개 핵심과제를 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전통조경 용어 및 법령 정비’와 ‘전통조경 설계 및 시공 관련 제도개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전통조경 법제 개선’ 과제이다. 전통조경 정의를 규명하고 용어를 정립, 구성요소 등에 대한 목록화 및 명문화하고, 전통조경 설계 및 시공 관련 제도개선을 통해 전통조경 수리 품질을 향상한다는 내용으로, 최 회장은 “전통조경 산업계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전통조경에 관련된 목록화 작업과 각 업역에 대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조경 업역에 관한 문제는 궁극적으로 후속 세대들이 전통조경을 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전통조경 산업계의 현안은 전통조경 설계와 시공을 전통조경 분야에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이하 문화재수리법)」상 문화재수리 조경 설계분야는 조경기술자의 참여가 제한되고 있으며, 시공분야는 공종에 따른 발주가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경 분야 문화재 수리 대상 관련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실정으로, 이는 부실설계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보수단청 부문과의 불필요한 영역 다툼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관련기사)

전국 문화재 실측설계업체 72개사 중 조경기술자 보유업체의 수는 미미하다. 실측설계기술자는 건축사 자격을 가진 자만이 응시할 수 있으며, 실측설계기술자를 보유해야만 문화재실측설계업 면허를 낼 수 있다. 조경설계는 「문화재수리법」 제5조 ‘실측설계 제한’ 규정에 따라 문화재실측설계업자(건축)가 함으로써 조경기술자의 설계 참여기회가 축소되거나 개인의 임시 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제8조(문화재수리기술자) ① 문화재수리기술자가 되려는 자는 문화재청장이 시행하는 기술 종류별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이 경우 문화재수리를 위한 실측설계 도서의 작성 업무를 담당하는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시험에 응시하려는 자는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 자격을 가진 자이어야 한다.
문화재수리 조경시공은 보수단청업(건축)이 도급받아 조경업에 하도급을 주거나 비전문가가 수행하고 있다. 문화재수리업은 ▲종합문화재수리업 ▲전문문화재수리업 ▲문화재실측설계업 ▲문화재감리업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종합문화재수리업에는 업종이 ‘보수단청업’만 존재하고 있으며 조경기술자를 보유하지 않아도 면허를 등록할 수 있다. ‘조경업’은 전문문화재수리업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문화재수리법」 조경설계 제 규정의 개정안을 마련하고, 전통조경 시공 분리발주 강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충식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는 ‘전통조경 보존·관리·활용 기본계획 2차 공청회’에서 ‘조경설계기술자’ 및 ‘조경설계업’ 신설을 제안했다. 조경기술사에게 건축사와 동등한 자격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국토교통부 소관 ‘조경공사 표준시방서’가 건축/토목공사 시방서와 엄연히 구분돼 있듯 ‘문화재수리 표준시방서’ 역시 분리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관련기사)

최 회장은 “명승 및 천연기념물뿐만 아니라 사적 및 지자체 기념물 등에 공통으로 적용할 조경 기준이 부재한 상황으로, 전통조경 실무는 고유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요구되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며 “한국전통조경학회는 전통조경 주관부서로서 신설된 전통조경계와 함께 전통조경 문화재 수리대상을 목록화하고 전통조경 시방서를 작성하는 등 문화재수리기술자 업역 관련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가유산법과 자연유산법 제정 이후에 진행될 내용이며, 학회는 문화재청의 요청에 의해 경과조치 또는 사전조치로써 전통조경분야 문화재수리 설계 대가기준을 작성하고 있다. 


전통조경의 비전

국가유산으로의 전환이 급물살을 타면서 법체계와 정부조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유산의 범위와 이에 따른 사업들 역시 급속도로 확장될 전망이다.

동시에 자연유산법 제정으로 전통조경의 법이 생기고, 정부조직 내 전통조경과가 신설되고,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연구원으로 승격되면서 자연문화재 연구실은 전통조경 연구실이 되고, 문화재청이 설립한 교육기관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와 관련 기술자격제도, 그리고 이에 맞는 대가가 작성된다면 전통조경분야에 법, 제도, 교육, 산업 등의 얼개가 갖추어진다. 국토교통부 내 조경만 담당하는 부서가 없고, 업역 다툼 역시 치열한 상황에서 전통조경의 산·학·관의 연계는 고무적인 일이며, 이에 발맞춰 조경인들의 이해 및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 조경자격에 문화재 수리 기술자격을 더한다면 유산의 가치가 있는 대상을 설계, 시공, 감리, 관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조경회사는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특히 실측설계를 위해서는 조경기술사 자격이 필수가 될 전망이기에 그만큼 조경기술자 자격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재청의 ‘문화재지표조사’가 기존에는 땅 밑에 있는 매장 문화재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제는 해외에서처럼 지상의 경관고고학지구에 대한 지표조사도 실시될 전망이기에 ‘실측설계업’의 업무도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환경, 인문환경 분석을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조경분야가 가장 적합하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그에 따라 최적의 분석을 통한 구상과 전략, 실행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조경분야 또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전통조경과가 신설되면, 부서의 사업범위를 명확화하기 위해 전통조경공간에 대한 기록화 사업을 통해 아카이브 구축이 수반될 것이며, 이 또한 실측업에서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법제상으로는 실측설계기술자는 건축분야만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경분야, 특히 조경기술자와 문화재수리기술자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발 빠른 준비가 요구된다.

이 밖에도 국가공원, 공원, 정원 등 조경의 결과물들이 문화유산으로서 국가유산의 범위 안에 편입된다면 조경공간이 ‘미래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공간’의 개념이 더해지면서 그 가치와 자긍심도 더욱 커질 것이다.

최 회장은 국토교통부의 조경을 비롯해 환경부의 생태복원, 산림청의 정원, 문화재청의 전통조경 등 다양한 영역에 조경이 퍼져있는데, “이제는 조경 유산의 시각으로 전환해 서로 간 효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조경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하나의 플랫폼이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체계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정기적인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우리 스스로 전통조경의 영역을 지나치게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이제는 세계적 트랜드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전통조경·문화경관 등 그동안 간과되었던 영역으로의 확장을 통해 전통조경의 새로운 가치 구명이 필요한 시기이다. 한국전통조경학회는 문화재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전통조경 유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민의 문화유산 향유 기회를 높임으로써 문화복지를 실현하고, 전통조경의 공공성과 지역사회 기여를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청와대 개방과 전통조경

청와대가 개방된 후 시설개방 관리업무의 주체가 어느 곳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우선은 문화재청에서 임시로 맡아 진행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청와대 권역은 역사적 현장으로써 대한민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기에 문화재청이 맡는 것은 적절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와대 권역을 지속적으로 보존 및 활용해 국민에게 문화향유권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관리 방향이 정해져야 하며, 이러한 과정은 매우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번 흘러간 시간은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자리 잡은 공간은 한민족의 역사가 압축되어 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려시대에는 남경의 이궁이 있었던 자리이고, 조선시대에는 경복궁의 후원이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조선 총독의 관사가 존재했던 공간이다. 그리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부터 경무대를 거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머무르는 청와대가 됐다. 고려를 시작으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청와대는 최고 권력자의 통치공간으로서 존재해 왔으며,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역사의 희로애락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중첩되어 남아있다.

“현재 청와대 앞의 경복궁은 사적으로 지정돼 있으며, 뒤의 백악산 일원은 명승으로 지정돼 있다. 청와대는 두 국가유산 사이에 나란히 존재하고 있지만, 동시에 섬과 같이 외로이 존재한다. 경복궁과 백악산 그리고 청와대 일원을 하나의 국가유산으로써 연결한다면 경관 – 유산 – 문화관리시스템(Landscape – Heritage – Culture Management System) 적용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청와대 안에는 노거수들이 있으며, 반송 1주, 회화나무 3주, 말채나무 1주, 용버들 1주가 ‘청와대 노거수 군’으로 묶여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예정이기에 더더욱 국가유산으로서 관리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문화재청에서는 청와대 관리체계 수립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국에서 조경직들을 주축으로 추진단을 조성해 관리하고 있다. 청와대 경내 조경은 오랜 시간 동안 최고의 전문가들에 의해 조성되고 관리되어 온 곳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전통조경에서는 청와대의 조경을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고 그를 보존·관리·활용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통조경과 NCS

최 회장이 몸담고 있는 배재대학교 조경학과는 2019년부터 NCS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800시간의 밀도있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조경학과 중 모집 인원이 많은 대학 중 하나로, 지난해에는 입학경쟁률이 6:1을 넘어갈 정도로 지원자가 많다.

조경 NCS는 ‘조경설계’, ‘조경시공’, ‘조경감리’, ‘조경관리’ 4개로 구성되어 있고, 조경기사 시험은 타 분야에 비해 과목 수가 한 과목 더 많아 학생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조경사’ 과목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학회 차원에서는 조경사에 대한 NCS의 신규 분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경기사 시험과목에서도 제외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조경에 대한 정체성이나 자연을 대하는 태도, 조경인으로서의 사회문화 정체성을 제고해주는 측면에서 역사교육은 굉장히 중요하며, 조경유산을 더욱 광범위하게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 회장은 사회가 변화하고 기술이 고도화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재료와 소재’ 그리고 ‘역사’에 대해서만큼은 조경인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가 불분명할 때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생각해보라’는 이야기가 있듯, 역사에는 철학이 담겨있기에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역사를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전통조경학회의 역할

“대외적으로 많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직면하고 있는 시점이다. 국가기술 자격시험 과목 조경사 폐지와 같은 당면한 위기는 극복하고,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전통조경 관련 업무 신설과 같은 기회는 적극적으로 활용해 무엇보다 전통조경의 영역을 확대하고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데 한국전통조경학회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회는 이러한 기본적인 방향을 바탕으로 전통조경의 신진 연구자들을 발굴하고, 전통조경이 대중들 삶 가까이에서 숨 쉬며, ‘IFLA 세계조경가대회’ 참가 등을 통한 세계 속의 한국전통조경의 빛나는 전통과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국가와 사회발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포부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업을 수행한다.

첫째, 양호한 전통조경 논문 투고 환경을 조성하고, 전통조경 연구 및 전문인력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토양 마련, 둘째, IFLA 세계조경가대회 참가 등을 통해 글로벌 의제 대응을 위한 전통조경의 기반 확립, 셋째, 국내와 국외를 아우르는 주제별 전통조경 답사 프로그램(2022년 왕릉 답사 등)기획을 통한 전통조경의 저변 확대와 대중화, 넷째, 전통조경 문화재 수리대상 목록화 및 전통조경 시방서 작성, 국가기술자격시험 조경사 과목 유지 등으로 전통조경의 영역을 공고히 하고, 다섯째, 새로운 연구와 연구세대를 반영하는 한국조경사, 서양조경사를 집필하고, 전통조경 관련 실무 교재 출간한다.

최 회장은 “우리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고 배려하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왔다. 조경인 여러분이 각 분야에서 조경의 영역을 공고히 하고 저변을 확대해 나가시기를 바란다”며 “올해는 임인년(壬寅年), 강인함과 용맹함을 상징하는 검은 호랑이의 해이다. 계속되는 코로나 위기에서도 모든 조경인들이 호랑이처럼 강건하게 어려움을 이겨 내시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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