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 시대, 전통조경과 명승의 미래 방향은?

‘자연유산법 제정과 전통조경·명승의 미래’ 심포지엄 성료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3-12-20


‘자연유산법 제정과 전통조경·명승의 미래’ 심포지엄이 11월 3일(금)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렸다. 


문화재청은 최근 ‘국가유산기본법’과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자연유산법)’ 하위법령 마련 중으로 ‘국가유산청’으로의 행정체계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국립자연유산원’을 설립하고 ‘자연유산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점에서 전통조경분야는 어떠한 방향성을 잡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국립문화재연구원과 (사)한국전통조경학회가 공동 주최한 ‘자연유산법 제정과 전통조경·명승의 미래’ 심포지엄이 11월 3일(금)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렸다.


최종희 (사)한국조경학회장은 “학회는 그간 한국 전통조경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그 결과 새로운 미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가유산 체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연유산법’은 ‘전통조경’을 법적인 용어로 처음 사용하고, 전통조경 업역을 확장하고 단단히 다지는데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며 심포지엄을 통해 전통조경과 명승의 미래 비전을 모색할 수 있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김연수 국립문화재연구원장은 “‘자연유산법’이 제정되면서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명승 정책 활성화와 전통조경 보급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특히 명승은 옛 선인들의 자연관과 심미의식이 반영된 자연유산이지만, 그 속에는 철학과 사상 등을 내포하고 있어 복합적인 특징을 갖추고 있기에 이에 맞는 보존관리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전통조경 분야의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최종희 (사)한국조경학회장, 김연수 국립문화재연구원장 



전통조경 대상 명확화 해야


기조연설에는 김학범 한경국립대 명예교수가 나섰다.


김학범 명예교수에 따르면, ‘명승’은 문화재 분야가 제도로 도입된 초기부터 문화재의 중요한 하나의 종목으로 법률적 위상을 가진 용어이다. ‘자연유산법’에서도 ‘명승’은 천연기념물과 동일한 위계의 자연유산 종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가자연유산의 하나인 명승은 자연경관과 역사문화경관, 그리고 이 두 가지를 함께 지닌 복합경관 등을 포함하는 용어로 자연유산법에서 정의했다. 곧 명승은 식물, 동물, 지질, 천연보호구역, 자연경관 등을 포함하는 자연명승과 고정원, 동천, 구곡, 팔경, 별서, 옛길, 마을숲, 전통산업경관 등을 포함하는 역사문화명승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자연유산이다.


그는 “소쇄원은 본래 사적으로 지정됐으나 명승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20088년 명승으로 재분류 지정된 바 있으며, 고정원뿐만 아니라 경승지, 역사문화명승 등이 명승으로 지정됐다. 조경분야의 중요한 대상이 정원과 공원이듯, 전통조경의 중요 대상은 고정원”이라며 전통조경분야의 몇 가지 과제와 방향성을 제시했다.


우선 전통조경의 대상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고정원, 역사문화명승, 자연명승을 포함하는 국가지정 명승, 천연기념물을 포함하는 자연유산과 관련된 전통조경 요소를 전통조경의 영역으로 규정하고, 조성 이후 100년이 지난 공원을 새로운 명승의 지정대상으로 규정해 전통조경의 영역으로 포함하는 작업이다.


이어 ▲현업분야 영역 확대 차원에서 조경설계의 독립적 위치 확보와 조경시공분야의 확고한 위상 정립을 위해 조경식재를 넘어 조경구조물, 조경시설물, 조경건축물 등 비 식재 조경분야로의 확장 ▲학술분야 차원에서 유적과 유구발굴에 전통조경 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학문적 방향 구축을 언급했다.


김학범 명예교수는 “전문분야가 독자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통한 독립적 경계 확보와 더불어 전문가들의 전문성 증대가 중요하다”며 타 분야에서 넘볼 수 없는 독립적인 영역과 위상 구축을 위해 전문가들의 부단한 실력 배양을 강조했다.



명승 관련 연구와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발굴 필요해


‘국가유산기본법’ 제정안에 따르면 ‘자연유산’의 하위항목으로 ‘명승’과 ‘천연기념물’이 포함된다. 명승은 1933년 ‘명승고적’으로 ‘보물’, ‘천연기념물’과 동일한 위상을 보였으나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에도 독립적인 지정이 저조했다. 이후 2006년 명승정책이 활성화되면서 지정건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현재 132개소가 지정돼 있다.


자연유산법 상 명승의 유형은 ▲자연 그 자체로서 심미적 가치가 인정되는 공간인 ‘자연경관’ ▲자연환경과 사회, 경제, 문화적 요인 간의 조화를 보여주는 공간 또는 생활장소인 ‘역사문화경관’ ▲자연의 뛰어난 경치에 인문적 가치가 부여된 공간인 ‘복합경관’으로 구분된다. 전통조경은 ‘행위’로 정의된다.


하태일 국립문화재연구원 학예연구사는 그간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원의 전통조경 및 명승 연구의 흐름을 짚었다. 그간 전통조경분야는 실태조사, 정비계획 위주의 정책과 연구를 수행했으며, 명승은 지정 활성화를 위한 자원조사 연구, 경관 DB 구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앞으로는 “지정면적이 넓은 명승의 경관 변화, 유지관리 등의 연구가 필요하며, 세계유산 잠재자원으로서 명승의 가치 발굴 및 국제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립자연유산원이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문화연구원과의 적절한 역할분담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 창출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국립자연유산원 내 전통조경 및 명승 연구 기능에 대한 관학의 지속한 소통과 의견 공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학범 한경국립대 명예교수, 하태일 국립문화재연구원 학예연구사, 김창규 ㈜미래문화제도정책연구원 대표, 안승홍 한경국립대 조경학전공 교수, 이종욱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유산산업학과 교수 



명승, ‘자연유산 보호구역제도’ 완화돼야


김창규 ㈜미래문화제도정책연구원 대표는 자연유산법의 법률체계와 전통조경과 명승의 지위 및 보존·관리·활용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명승과 전통조경의 인식과 위상 강화를 위한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명승은 “지역주민의 참여 활성화 및 자연유산법의 자연유산 보호의 기본원칙에 부합하도록 ‘자연유산 보호구역제도’의 재정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승은 저명한 관광자원이자 국민들이 이용하는 유산이며, 역사문화경관이 지역주민의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돼 지역의 고유경관이 가진 본질적 가치를 지역주민이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하나, 자연유산 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제도는 지역주민의 재산권 규제 및 주민의 생활과 생업에 피해의식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연유산 보호구역 제도는 여타 보호구역 지정제도와 달리 하나의 등급으로 강력한 규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유산 보호구역의 조정과 자연유산 보호구역 지정구역의 이원화 제도로 정비하고,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는 보호지역 발굴과 지원 강화, 합리적인 조사 및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명승에 특성에 맞는 경관자원 조사체계 및 기준개발, 3차원 공간기술 등을 활용한 경관자연 유형개발, 경관자원 등급체계 마련 및 등급별 보전체계 구축 등 명승의 ‘경관자원’ 보전 기반을 조성하고, 문화자원의 연차별 조사 수행 및 시민참여 확대, 문화자원 아카이브 체계 구축, 지자체 등과의 협력체계 구축 등 명승의 ‘문화자원’ 보전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조경 정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통조경 자료 조사 및 DB구축, 현황, 경관가치 연구, 기법, 관련 재료 및 수종 개발, 협력체계 구축 등 ‘정책추진 기반조성’ ▲전통조경 복원·정비기준 및 보존관리방안 마련, 보존기술 개발 및 인력 육성·지원 등 ‘보급·육성체계 기반구축’ ▲유형별 표준설계 작성, 공간 표준모듈 개발 등 ‘표준설계 보급체계 기반구축’ ▲관광콘텐츠 개발, 통합관리 DB 구축 등 ‘세계화 체계 기반구축’ ▲한국전통조경공간 조성관리 매뉴얼, 모델 조성 추진, 해외 전통조경공간 보수·복원 추진, 국제교류 협력 등 ‘조성 및 유지관리 활성화’ ▲공공데이터 개방 및 홍보, 국내 전통조경공간 정보통합관리 플랫폼 구축, 육성을 위한 거점지역 선정 및 신규 수요 창출 등 ‘관광 활성화’를 꼽았다.



전통정원 명승 정책 활성화 방안


안승홍 한경국립대 교수는 “전통조경 명승 정책 활성화를 위해 전통조경과 명승의 확대와 보존·활용방안을 마련하고, 문화재수립 정비도 제도적 여건을 확립하며, 세계유산 등재 기준 및 정책 지원을 꾀해야 한다”며 전통조경기본계획(링크)에 따른 추진과제를 소개했다. 


우선 조경전문가가 조경설계를 직접 수급하고, 조경시공의 분리발주가 강화될 수 있도록 전통조경 설계 및 시공관련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설계는 건축과 통합발주되고 있으며, 시공도 분리발주가 아닌 보수단청업으로 발주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가칭)조경실측설계업 신설과 ‘문화재수리 설계승인제도’와 연계, 종합 및 전문 문화재수리업종 분류 조정 등을 추진한다.


또한 ▲조경유산 기록화와 문화조경수리보고서 작성시 준용할 수 있는 조경분야에 특화된 ‘수리설계도서 작성기준’ 마련 ▲조경수리 특수성 반영한 전통조경 표준시방서 및 품셈 제작 ▲관리·연구인력 확충 및 지원방안 마련 ▲전통조경 수리기능 인력 육성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 마련 ▲국내외 한국전통정원 조성 및 보급모델 개발 ▲조경유산 유네스코 등재 확대 등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자연유산, 디지털 콘텐츠 구축 중요해


이종욱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유산산업학과 교수는 디지털 큐레이션, 건축유산 정보모델링(H-BIM), 3D 디지털 아카이브 등 유산 분야에서의 디지털 기술 활용 사례와 식물정보제공 웹 어플리케이션이나 자연유산 3D 에셋 등 자연유산 콘텐츠 구축 현황을 소개했다.


아울러 “한반도 특유의 자연경관을 반영하는 인공지능 데이터 세트를 구축하고, 시뮬레이션 및 디지털 트윈과 같은 모델링 작업을 위한 3차원 형태의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연유산을 활용하는 K=콘텐츠 제작 지원이나 자연유산 관련 교육 및 정책 활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토론 


전통조경과 명승의 미래 제언


종합토론은 한갑수 강릉원주대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됐다.


이원호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학예연구관은 보호지역과 관련해 “국제사회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보호지역 목표 설정과 효과적 성취를 위해 ‘자연공존지역(OECM)’이라는 새로운 보전수단의 도입을 이끌어냈다. 보전성과가 지속적으로 가능해야 하고, 생물다양성의 효과적인 현지 내 보전, 생태계 서비스 체제에서 확산해 사회, 문화적 가치가 인정되는 것에서 그 가능성을 찾고 있다. 천연기념물과 명승은 국가지정문화재로서 OECM 지정기준을 충족하니 충분히 활용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조경분야는 K-Garden이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고 있으며 전통조경, 현대조경에서의 정체성 문제는 중요한 가치가 됐다. 다양한 부처에서 한국정원 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전통조경 행위와 공간에 대한 보편화된 기본적 해석과 사례가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 특히 산림청의 ‘정원진흥기본계획’에 대해서도 문화재청이 전통조경의 정체성을 명확히 제시해줘야 계승과 현대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며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국적 모를 해외조성 한국정원 문제나 한국성 논란의 과오는 타 부처뿐만 아니라 우리의 과오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용훈 ㈜그룹21 대표는 “명승에 대한 국민적 인식 및 홍보 부족으로 명승의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으며, 지자체 관리가 부실해 관람이 불편하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책으로 ▲관리대행자인 지자체에 예산 지원 ▲명승 안내판 정비 ▲탐방로 정비, 관람대 신설 등 편익시설 확충 ▲명승 수리시 문화재수리업 조경업체, 수리기술자(조경기술자, 조경기능자) 적극 활용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과 같은 국립자연유산공단 신설 등을 제안했다.


전통조경분야 육성 방안으로는 ▲국가유산청에 ‘전통조경과’ 신설 ▲국립자연유산원에 전통조경 관련 연구조직 및 인력 추가 배치 ▲문화재수리법 개정으로 ‘조경실측설계업’ 신설 ▲재료, 설계, 수리 등 전통조경산업 육성 ▲전통조경분야 수리기술자협의회 구성 ▲전통조경분야 수리기술자의 정기적 전문교육 실시 ▲정책 활성화 등을 꼽았다.


윤익준 대구대 법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자연적인 요소와 인위적 요소만 가지고 있어도 명승이 되고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있어도 복합명승이 된다. 자연유산법에서 다루고 있는 명칭은 순수한 자연경관에 대한 부분보다는 역사적 전통적으로 연계된 부분들을 많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인위적인 요소가 많이 감미된 명성의 경우가 자연유산법 속에서 들어가 있을 때 과연 체계정합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덕수 한국전통문화대 초빙교수는 “자연유산법에는 기존 규제 위주의 자연유산 보전 정책에서 지속가능한 활용의 개념을 적용해 관광자원으로 활성화하는 동시에 관련 기술을 보급하고 육성하는 진흥 정책이 신설됐다. 따라서 4차 산업기술을 활용한 자연유산의 디지털 콘텐츠 구축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자연유산 원천데이터 구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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