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교수 “조경학도의 꿈과 열정, 응원한다”

[대학조경학과 연구실 탐방⑫] 경북대 조경계획학연구실
라펜트l권서란 통신원l기사입력2012-08-26

담장허물기 사업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다. 전국 최초로 담장허물기 사업이 태동된 도시, 바로 대구이다.

 

대구 서구청 가로공원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현재 전국적으로 퍼져 지역 공동체의 소중한 공간으로 또는 커뮤니티 활성화에 커다란 기여를 해오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시작되어 범 국민운동으로 퍼진 담장허물기 사업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이 사업의 중심에 바로 경북대 조경학과 김용수 교수가 있기 때문이다.

 

김용수 교수는 도시의 부족한 녹지 및 휴식공간을 만들기 위해 10년간 전개한 담장허물기 운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큰 호응을 얻었으며, 조경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철학으로 경북대 학생들을 만나오고 있다.

 

8, 라펜트는 경북대학교 조경계획학연구실의 김용수 교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김용수 교수

 

연구실 소개

경북대학교 조경계획학연구실은 1970~8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30여 년 동안 도시 내 공원녹지, 도로조경, 식물원, 아파트조경, 사적지 정비, 정원, 골프장, 담장허물기 등 다방면에 걸쳐 자연을 최대한 도입하여 보다 아름답고, 쾌적하며,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조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동안 연구실을 거쳐간 졸업생만도 학부, 대학원을 포함하여 200여 명이 넘고, 졸업생들은 공공기관, 시공 및 설계, 감리분야, 학교 등 다방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오고 있다.

 

조경을 공부하게 된 계기와 철학

조경이란 단어가 생소했던 1970년대, 그 당시 신화시대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공부해보고 싶었고,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침 1972년에 그리스 정부초청 유학생으로 조경학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리스에서 신화시대의 꽃과 정원에 대해 공부하며 신화 속의 Adonis Garden을 연구하였다. ‘Adonis Garden’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 속에서 지중해라는 기후, 풍토, 풍습 속에 연출되는 소박한 정원이었다. 식물이 가을에 열매를 맺고 땅으로 떨어져서 봄이면 새 생명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대지에 희망과 기쁨을 주는 영원한 생을 찬미하는 정원인 것이다. 

 

그 후, 많은 나라의 조경유적 및 사례지를 답사하면서 각 나라마다 원론적으로 아름다움()를 추구하는 것은 같으나 자연환경 및 사회 풍속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환경에 맞게 자연이 변화되었다고 생각했다.

 

미국은 미국다운 점, 유럽은 유럽다운 점, 일본은 일본다운 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조경학은 그 나라의 환경, 역사, 문화, 사회, 풍습 등이 총망라되어 연출되는 풍경임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해외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국에 그대로 옮겨놓았을 때, 일시적인 흥미는 유발할 수 있으나 지속적이지는 않다. 도시공원이 미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서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되며 우리나라 남녀노소가 좋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매미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즐기는 풍경이 누구나 좋아하는 한국적인 풍경이라는 것이다.

 

조경학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이며, 인간은 태어나서 자연을 동경하다 자연으로 돌아간다. 또한 자연은 잔재주를 싫어하므로 큰 순리에 맡겨야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자연을 순리에 맡겼을 때, 자연도 행복하고 사람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조경에 대한 나의 생각이고 또 조경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류공원 모습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우리 나라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공원 중 하나인 두류공원을 설계한 것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낀다.

 

일본 교토대학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당시 대구시장이였던 이상희 시장을 만나 두류공원 조경설계 의뢰를 받게 되었다. 이것이 대구의 대부분 공원을 친자연형 공원으로 바꾸게 된 획기적인 동기가 되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 수많은 공원이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이용되지 못했었는데, 이는 국적을 알 수 없는 공간표현과 우리나라의 정서에 전혀 맞지 않는 수목식재로 인해 계절감이 없고 조형적이어서 자연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박한 느낌의 느티나무, 회화나무, 단풍나무 등이 도시민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나무이고, 그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우리에게 친숙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이와 같은 향토수종으로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두류공원은 인위적인 화려함을 배제하고 소박한 우리의 자연을 도심 속에 표현하고자 하는 데서 출발하였다. 직선 길은 곡선화 시키고, 외래수종 대신 우리나라 전통수종을 식재하여 사계절의 변화를 표현하였으며, 주변의 경관과 스카이라인을 고려하여 배식설계를 하였다. 이러한 설계개념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것이었다.

 

어린 시절 주변 산과 들에서 손쉽게 접하던 꽃과 나무들이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지만 항상 기억 속에 남아 고향의 정감을 느끼게 한다.

자연스러워 보면 볼수록 싫증나지 않는 것이다. 화려한 것은 처음은 좋아도 반복하여 접하면 싫증나기 때문에 우리 공원은 한국적 정서 속의 풍경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계절 변하는 나무들의 모습을 도심 속에 표현하였더니 자연을 그리워하던 도시민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시민들은 도심 속에서 잃어버렸던 소박하지만 그리운 자연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두류공원은 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공원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잡지 ‘LANDSCAPE DESIGN’ 200510월호에 소개된 담장허물기 사업

 

전국 최초 담장허물기 사업

그리스 아테네의 유학시절 당시, 고대 올림픽의 근원지인 올림피아경기장을 답사했을 때, 자연스런 구릉지역을 활용하여 특정한 경계 없이 경기장과 관람석이 구분되고 주변의 풍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공간이 스타디움에 펼쳐져 있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것을 계기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대구시에 건의하여 종합운동장 주위의 흉물스러운 철조망을 제거하면서 본격적으로 담장허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계획과 설계시 담장을 배제해 왔었다.


공공기관 가운데 최초로 서구청의 담장개방을 시작으로 대구 시민운동장, 가창파출소, 경상감영공원, 경북대학교병원, 경북대학교 의치과대학, 김천의료원 및 주택의 담장허물기를 추진하였다.


이제는 공공에서 주도하는 담당허물기 사업을 넘어 시민이 주체가 되는 담장허물기운동이 담장허물기 운동과 아울러 담장안하기운동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담장허물기운동담장안하기운동은 시민들에게 명칭 및 표어 공모를 한 결과 담장너머愛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기도 했다.

현재는 이 새로운 운동, 담장너머愛의 추진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지방도시인 대구의 한 대학연구실에서 시작된 담장 허물기가 대구시 시정사상 가장 잘된 행정사업으로 손꼽히면서 서울,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각 도시에서 대구시를 벤치마킹하여 담장허물기에 동참을 하고 있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

 

조경은 액자 속에 갇혀 있는 그림과 같은 것이 아니라 공간과 자연의 변화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므로 기술이기 이전에 자연관의 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조경가는 기술이 아니라 보다 더 큰 차원, 즉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어떻게 규명할 것인가에 소명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실 제자와의 추억
방학이 되면 한 달씩 산에 가서 자연식생조사를 하며 그 곳에서 된장을 끓여 호박잎과 함께 밥을 먹었던 그 시절이 그립다고 하는 제자도 있다.

 

또 연구실에 불을 피우기 위해 1층부터 5층까지 제자들이 연탄을 나르던 그 시절, 그 연탄불에 고구마와 감자를 구워 먹으며 설계를 했던 기억, 이런 기억이 지금 생각하면 모두 뜻 깊은 추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해온 설계 및 프로젝트들은 우리 계획학연구실 제자들과 함께 이루어낸 것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  

 

10년 전부터 산골짜기에 집을 지어 놓았는데, 그 집은 우촌회 제자들이 설계와 시공을 하였고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약용식물, 전설이 있는 식물 및 유목들을 집 주변에 심어주고 있다.

 

내가 자연을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제자들은 나에게 자연을 만들어주고, 나는 항상 그 속에서 생활하며 제자들을 생각하고 있다. 이번 정년퇴임 또한 그 집에서 많은 제자들과 자연을 즐기며 정을 나누기로 하였다.

 

제자들이 심어주는 작은 나무들, 그 나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제자들을 생각하는 이 소박한 생활에서 행복함을 느낀다.




김용수 교수의 호 우촌을 따서 지은 우촌회모임. 김용수 교수의 제자들은 우촌회를 통해 오랜기간 김 교수와 소통을 해오고 있다.

 

조경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학생들이 인생, 장래에 관한 걱정과 고민을 가지고 자문을 구하러 오는데, 그런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라.”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자신의 꿈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대로 살아갈 줄 알아야 한다.

 

나 또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공부를 했고, 교수가 되었다.

학생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있고, 그것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 지도 교수로서 응원을 해주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학생들의 꿈과 열정을 응원해 주는 것은 지도 교수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세라 생각한다.

 

20대에 읽은 책 중 Jacques Monod‘Chance and Necessity(우연과 필연)’라는 책에서 진화라는 현상의 원인은 미시적 세계의 교란이며, 이는 어떠한 법칙이나 예측 가능한 방향성을 지니지 않고, 이런 우연성이 진화의 근본적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 의하면 우리는 ‘0’에서 태어난 것이다. , 우리는()’에서 창조된 것이다. 따라서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소중하기에 나뿐만이 아니라 상대방도 소중한 존재이다. 이를 가슴 속에 새기고 살아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우촌회는 조경계획학연구실을 졸업한 학생들의 모임이다. 여기서 우촌(又村)’은 김용수 교수의 호를 따서 지은 것인데, 자연에서 태어나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김용수 교수가 아테네, 일본, 미국으로 유학 길을 걸었던 것도 우촌이란 그의 호와 중첩되는 행보이다. 무엇보다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담을 허물고, 제자를 아끼는 그의 모습에서 참스승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글·사진 _ 권서란 통신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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