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공 4개업체 부도, ‘업계 긴장감’

조경관련 제도개선 시급 ‘한목소리’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3-09-10

8월과 9월 사이, 조경시공업체 4개사의 부도로 업계에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조경시설물설치공사 시평액 1위를 6년동안 고수해온 청우개발과 업계 매출 순위에서 수위를 차지해온 동의종합조경, 청하도시개발이 기업회생 수순에 들어갔고, 가야랜드는 기업정리 절차에 들어갔다.

 

이들 시공업체 대부분이 높은 실적을 보유한 중견 기업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이 더 크다. 특히 청우개발은 조경시설물설치공사 시평액 부동의 1위를 수성해 왔다. 4개사 부도로 하도급업체의 정확한 피해액 추정이 쉽진 않지만 몇 백억대 규모가 될 것이란 것이 업계 관계자의 예측이다. 최소 50개 이상의 업체가 협력사로 관계를 맺고있으며, 채무액이 6억 넘게 걸려있다는 업체 관계자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중견 기업의 부도사태는 건설산업 구조상 하도급 업체, 특히 규모가 영세한 조경시공과 자재 업체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더 큰 문제는 경기불황에 더해져 업계 내부의 거래심리가 위축되는 등 보이지 않는 폐해도 상존한다는 점이다.

 

이에 지난 4일 한국공원시설협동조합(이사장 노영일)은 4개 조경시공업체의 연이은 부도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고, 자리에서 최저가 낙찰 배재, 직불제 등에 관해 논의를 가졌다. 이 중 최저가 낙찰제로 인한 과당 출혈경쟁이 쟁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발표한최저가낙찰제 적격심사제 등의 성과분석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최저가낙찰제의 하도급 비율이 높을 수록 하도급업체의 부도율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원도급업체가 수주한 금액이 상대적으로 실행금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하도급업체에게 전가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이다.

 

한편 지난 해 조경건설공사액은 4 8천억원으로 그 전년도에 비해 4400억원(-8.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도 역시 마이너스 성장율을 기록했다. (-3.1%)

 

그러나 정부의 정책사업인 4대강 개발과 혁신도시개발사업 등의 영향으로 높은 신장율을 보였던 2009년과 3 6천억원 가량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조경공사, 조경식재공사, 조경시설물공사업체는 2009 7 2천억(계약실적) 규모였을 때의 숫자보다 크게 증가했다.

 

조경공사업체

396(2009 8) → 452(2013 8)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체

1902(2009 8) → 2432(2013 8)

조경식재공사업체

 3137(2009 8) → 3882(2013 8)

 

이처럼 전체 공사액이 줄어드는 가운데 업체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역진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시공사는 실적을 쌓기 위해 저가 출혈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그에 따라 자재업계는 원가 수준의 가격으로 시공사에 납품하는 악순환 구조의 약자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영세 업자를 배려한 최저가 낙찰제의 개선과 직불보증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업계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이다.

 

비단 구조적 문제뿐만 아니라 건설경기 불황도 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이다. 업계관계자들은 대규모 토목공사와 신도시 개발사업이 끝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건설분야의 위기가 생각보다 깊고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미 많은 수의 토목업체가 부도처리로 사라지게 되었다. 건설산업 변동의 직접적인 파급이 늦게 도달하는 조경건설업의 특성상, 후폭풍이 머지않아 가시화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SH공사 등을 중심으로 수목유지관리비용을 조경공사비에 반영하기로 한 것과 ()한국조경학회 및 ()한국조경사회 등 조경단체 중심으로 2014년 적용 품셈에 유지관리 부문 제개정을 추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불어닥치는 위기감은 조경설계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9년 정점을 찍었던 공동주택단지 등 중소규모 프로젝트가 미분양의 늪에 빠져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정당한 용역 대가를 받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조경설계용역비가 설계회사의 사업추진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하고 있다.

 

“건축이나 전기, 정보통신 등은 전문 분야별로 국토해양부에서 정한 설계대가 기준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나, 우리 조경 분야의 대가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아서 지자체의 경우 대부분 엔지니어링 대가기준을 적용하거나 별도의 자체 조례 기준에 의해 설계 대가를 정하고 있고, LH공사(조경계획 및 설계용역대가 산정기준, 2009.9) SH공사(택지 및 도시개발분야 조경 용역비 산정 기준,2007.9)의 경우는 근래에 조경 설계용역 대가 산정 기준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시행하기도 한다.

고시된 대가 기준이 없다 보니 민간 발주의 경우는 더더욱 설계비에 대한 대가적용이 애매할 뿐만 아니라 설계업체들은 지나치게 낮은 금액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마지못해 수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 박명권(한국 조경설계업의 현안과 나아갈 방향)“

 

건축설계를 포함해 건축물과 공간환경 등의 연구에서 유지관리 등을 건축서비스로 규정한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이 지난 6월 공포됐다. 이와 같은 시기 국토부는 LH주택설계 용역대가 산정기준을 국토부 기준에 맞도록 개정하였다. 공공부분의 건축설계대가를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국토부의 판단이다. 이에 LH는 총 공사비의 1.3%수준인 설계대가를 2.8%정도가 되도록 기준을 바꾸게 된다. 국토부는 LH에 이어 SH공사와 경기도시공사도 건축설계비가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법률의 제개정같은 제도적 변화는 관련업계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일부 조경업체 관계자들은조경산업진흥법’과 '도시숲법'과 같은 현안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당장 먹고 사는 현실적인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럴 때일수록 조경관련 제도가 하루속히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제도적 기반이 갖추어져야 조경산업에 대한 지원도 안정적으로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조경의 공공성 강조와 나눔을 통해 쌓여진 국민적 공감대도 단순히 입법활동 뿐만 아니라 조경분야 전방위에 든든한 지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또 그동안 국내 먹거리에 안주하며, 소홀했던 해외시장 개척도 생존을 위해서라도 미뤄선 안된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이번 부도 사태는 직접적으로 표출되지 않았던 조경산업의 어려움이 표면화되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번 뿐만 아니라 그동안 조경분야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잘 극복해 왔다. 앞으로 범조경계가 조경관련법 제개정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시민사회의 공감대와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면, 이번 위기 역시 능히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와 관련한 다양한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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