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좋은 조경설계사를 만나는 방법

GS건설, 갑을관계 벗고 조경설계사무소와 소통 넓혀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3-12-15

 
 

대형건설사가 조경설계사무소 대표들을 초대했다. 조경설계분야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건설사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위해서다. GS건설은 11일 오후 2시부터 서교 자이갤러리 1층에서 '제3회 조경설계사 간담회'를 개최했다.

 

조영철 부장(건축설계팀)은 서두에딱딱한 형식을 벗어나, 기획자와 조경설계자가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개최 목적을 밝혔다. 특히 그는건설사 조경담당자로서 관련 사업을 추진하다보면, 막히거나 고민되는 부분이 생긴다.”며 조경설계자의 의견을 낮은 자세로 듣겠다고 밝혔고,  혹여 자만하는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주길 바란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간담회의 첫번째 화두는  기술제안 입찰이었다. 조 부장은내년부터 설계시공 일괄입찰로 불리는 턴키 방식의 발주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기술제안 입찰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조경설계사는 물론이고 시공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발주 형태라고 운을 띄우고, 조경설계사의 생각을 물었다.

 

이에 대해 A 조경설계사 대표는기술제안은 설계사를 죽이는 방식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조경설계에서의 기술제안은 실시설계로 나오는데, 용역비는 설계변경비 정도로만 책정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조경설계만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있었다. 건축은 설계된 내용을 바꿀 수 없는 제약이 존재해 변경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조경은 외부공간 재설계로 전체변경이 이루어진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비용산출 기준을 건축에 준용하다보니, 실제 하는 일에 비해 용역비(턴키의 절반 수준)가 턱없이 부족해, 영세한 조경설계사로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A사 대표는 건설사에게 발주처(공공)의 무리한 설계변경 요구를 완충하고 협상하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 발주처의 무리한 요구로 처음 업무량은 2~3배까지 늘기도 하고, 감독관이 바뀌면 또 다른 설계를 요청하기 때문에 중간의 건설사가 업무 프로세스를 정립해 조절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조영철 부장은기술제안 방식의 업무 프로세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정립되어 가는듯 하다. 하지만 실제 조경설계사가 수행하는 업무에 비해 받는 용역비가 적다는 데에는 십분 공감한다. 이러한 점은 시공사와 설계사가 발주처와 꾸준히 이야기 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건설사 등이 주체가 되는 민간공사에서, 조경 직접발주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 조경설계사 대표는조경은 대부분 건축사사무소를 거쳐서 계약을 하고 있다. 그래서 계약도 건축사사무소가 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조경설계 용역비가 크게 줄고 디자인 퀄리티까지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밝히며, 직접발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건설사가 전체 설계용역비의 3%를 조경으로 책정했다 하더라도, 건축사사무소가 조경설계사무소에게 3%를 주지 않고 있다. 금액 문제 외에도 절차의 발생으로 결제까지 지연되기 때문에 조경설계사는 3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GS건설은 조경설계 회사가 발주처로부터 직접 설계비를 받을 수 있는 직발주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지만, 그 외에 다른 건설사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의 설계시장은 처음 경쟁에 무리하게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뒷부분에 가서는 힘이 빠지는 형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B조경설계사 대표는 독일의 사례를 통해 발주자와 설계자의 신뢰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 업체선정을 위한 경쟁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설계사와 발주사 사이에 구축된 신뢰관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처음 경쟁에 힘을 빼지 않는 대신 독일의 설계와 감리는 5~10년동안 대상지 유지관리 등 실질적 부분에 책임 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한국은빨리 정확하게외형적으로 보이는 것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B사 대표는디자인의 디테일과 데이터 축적이 우리 설계시장의 과제라며 설계산업 발전을 위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설계사 간담회 이외에도 황광일 과장(건축설계팀)의 진행으로 건설분야 주요이슈와 과제를 짚어보는 시간과 김태훈 소장(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의 스토리텔링 특강도 마련됐다.

 

황광일 과장은 대한건설협회 자료를 토대로올 전반기 국내 건설수주가 지난 해와 비교해 73.6%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해외수주는 오히려 13% 늘었다.”고 밝혀 침체된 국내 건설경기를 활성화 시키는 새로운 돌파구로 해외시장 확대를 제안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MENA), 아시아 중심으로 짜여진 해외 건설시장 성장세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외 건설시장 전망도 밝지만은 않았다. 공공 SOC 예산의 감소로 2014년 국내 건설경기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인터뷰]조영철 부장(GS건설 건축설계팀 조경)

 


 

건설사 입장에서 설계자간담회를 공식행사화 하기에 어렵지 않았는지? 

주택파트에서 건축으로 자리이동을 했었다. 당시 혼자서 조경업무를 맡다보니, 업무 외적으로도 회사에 표현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었다. 그 때 많이 도와주신 분들이 바로 조경설계사무소 대표님들이었다. 사업적으로도 이들의 도움은 수주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 때 '좋은 설계사를 만나는 방법은 오히려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데 있다'고 느꼈다. 처음 설계사 간담회는 우리회사와 함께 해온 업체를 대상으로 하였지만, 2회부터는 전 조경설계사무소 대표들을 모시고 실질적인 사업방향을 함께 아우르며 풀어가고 있다.

 

소통 강화로 이룬 성과는 무엇인가?

이러한 간담회 개최이후 회사에 조경직이 충원되는 등 조경의 역할이 강화됐다. 조경에서 발주도 직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조경을 바라보는 사내 타분야 사람들의 시각이 달라졌다. 행사에 참여한 담당 임원분들도 "조경에 대해 몰랐던 부분이 많았다"며 간담회에 좋은 반응 보여주셨다. 전기나 설비쪽에서도 자체적으로 설계사 간담회를 개최할 정도로 조경에 대한 이해 폭이 넓어졌다.  

 

조경설계사가 소통하고 만나는 자리로서도 의미를 두고 싶다. 그동안 이렇게 설계사가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설계사들도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됐다.

 

건설사 조경직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갑이라는 형태, 즉 '계약했으니까 이렇게 해야 합니다'가 아니다. 이런 자리를 통해 서로의 업무를 객관적으로 응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건설사 담당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참여해 주신 설계자분들이 아픈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신다. 그 부분을 외면하기에는 지금 너무 힘든 상황이다. 그런 부분을 서로 아우르면서 보다듬어야 한다. 어느 일방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도 각 건설사마다 간담회가 진행되는 줄 알고있다.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자리가 많이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계획은?

조경설계사 간담회를 지속화 하고 싶다. 특히 그동안 조경인들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인문사회 등 전혀 다른 분야의, 하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특별강좌를 준비하여 설계자 분들께 도움을 주고자 한다.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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