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분야가 놓치고 있는 ‘10조’ 거대시장

[조경3.0] 가상현실과 조경
라펜트l김익환l기사입력2014-06-15

과거의 온기가 이 전만큼 포근하지 않다. 경쟁은 심화되고, 유입되는 정보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복잡성까지 높아졌다.  바야흐로 조경 3.0 시대이다.

이제는 기존 방식과 체제만을 고집할 수 없다. 새로운 관계를 통해 다른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문을 두드려야 한다. 

 

앞으로 라펜트에서는 지식정보화 사회에 조경의 실천전략을 생각해보는 '조경 3.0'을 연재할 예정이다.  독자투고와 취재,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이 주제와 관련된 제보와 투고(lafent@naver.com)도 받고있다. 경험과 생각의 공유도 중요한 실천전략이다.   -편집자주

 


가상현실, 조경의 블루오션


글_김익환(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


저는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진행 중인 김익환이라고 합니다. '학부와 석사 모두 조경 설계를 전공한 친구가 어쩌다가 과기원에 적을 두게 되었냐'고 많은 분들께서 궁금해하시고, 한번쯤은 꼭 물어보십니다.

 
이에 "제가 현재 진행하는 연구 분야는 크게 ‘VR(Virtual Reality)에서의 경관 설계 방법론’ 그리고 ‘VR 공간 미적 비율에 대한 탐구’ 등이 있습니다." 라고 답을 드리면 역시 많은 분들께서 심히 갸웃거리시면서 "어찌하여 있지도 않은 것을 연구하느냐, 그것이 과연 장래성이 있긴 하냐, 넌 그럼 게임을 만드는 거냐" 같은 반응을 보이시곤 합니다.

 
이렇듯 평소 많은 분들께서, 특히 실공간 설계를 업으로 하시는 분들께서, VR 공간의 가능성과 시장성에 대해서 무관심하시고 심지어는 과소평가를 하고 계시다는 것을 매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경이라는 학문은, 모두들 아시다시피 유토피아, 즉 낙원을 구현을 해보자는 염원에서 시작된 학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세계는 녹록하지가 않지요. 낙원을 구현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장애물이 있습니다. '식생, 날씨, 자본, 법규...'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 그 장애물들 때문에 모든 이들에게 만족스러운 낙원은 여태 만들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낙원을 조성하고픈 욕망은 비단 조경뿐만이 아닌 다른 다양한 분야에서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소설가는 소설로, 영화인은 영화로, 화가는 그림으로 자신의 이상형을 묘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매체들은 어디까지나 피상적으로 그 이미지만을 전달할 뿐, 사람들이 직접 그 공간 내부에 들어가서 걸어 다니고 만지고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리 화려하게 잘 만든 3D 영화라고 하더라도, 결국 의자에 앉아 가만히 쳐다보는 게 전부였지요.


이에 반해 VR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은 인터렉티비티(Interactivity), 즉 상호교환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해당 공간 내부를 걸어 다니며 물을 튀길 수도 있고, 암벽을 오를 수도 있으며, 나무를 심고 그 잎사귀를 만질 수 있다는 점이지요.


바로 이 점 때문에 VR은 단순히 공간을 묘사하는 기존의 매체와는 달리 하나의 공간을 직접 구성할 수 있다는 크나 큰 잠재력을 지니게 됩니다.


물론 VR 공간을 조성하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공간을 구성하는 픽셀의 한계라던가, 하드웨어의 한계 등 그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이러한 한계들은 기존의 실공간을 조성하면서 부딪쳤던 것들에 비하면 훨씬 탄력적이며 동시에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계속 완화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VR은 실제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는 무한한 장점과 가능성이 있지만 여태 많은 분들께서 외면해 왔습니다. 주된 이유는 그 영역이 현재 ‘게임’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라 함은 뭔가 아이들이 조잡하게 즐기는, 그런 면을 생각하시기 마련이기도 하고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게임이란 결국 유흥을 목적으로 조성되는 매체이니까요.(물론 serious game이나 educational game과 같은 특정 영역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공원과 같은 조경 공간 역시 그러한 유흥과 휴식을 목적으로 조성되는 공간인 만큼 그렇게 큰 차이는 없지 않을까라는 게 조심스러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모든 새로이 개발되어 사회에 소개되는 매체는, 해당 사회의 적극적인 적응과 수용을 위하여 가장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형태를 취하기 마련입니다.


비디오 테이프의 경우 소위 말하는 빨간 비디오, 음란물 배포에 힘입어 사회에 배포가 되었으며, 인터넷 회선의 보급은 야동과 스타 크래프트에서 큰 힘을 빌렸지요. 그렇게 매체가 사회에 확산, 보급이 되고 나면 점진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사회적 수준이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인터넷으로 강의도 듣고 연구도 활발하게 하듯이, 지금 VR을 적극 활용하는 게 게임에 한정되어 있다는 우려는 조만간 사라지리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조잡한 게임'이라고 명하기에는 이제 그 수준이 너무나도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이 사실이지요. 근래에 들어 개발되는 게임, VR 환경은 그 장면을 부가설명 없이 보고 있으면 실사인지, 만들어진 공간인지 잘 감이 안 잡힐 정도입니다.

 


 

또한 수동적인 상호교환(Interactive)만 가능했던 수년 전의 게임과는 달리 이제는 해당 공간 내에 배치되어 있는 모든 오브제와 배경 요소들에 대한 실시간 액션과 리액션이 가능하며, 난해한 각종 자연현상들마저 물리 엔진을 활용, 모두 자동적으로 구현이 됩니다.

 
그럼 이러한 영역의 그 시장성은 어떻게 될까요? 많은 분들께서 궁금해하시리라 믿습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게임 업계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해당 시장의 규모는 매년 날로 커지기 때문에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2011년 기준으로 국내 사업은 18.5% 성장, 8조 8천억원의 규모에 있습니다. 재작년 수치가 그러하고, 2014년은 10조에 근접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출처: 2012 대한민국 게임백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 컨텐츠 진흥원


우리나라에서 현재 가장 많은 수출 흑자와 매출을 올리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자동차도 아니요, 반도체도 아닙니다. 게임이 석권하고 있지요. 이렇게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을 하는 만큼 게임 회사의 수와 그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시장성을 가지고 있고 규모가 커지는 게임이건만, 해당 게임들에 조성되어 있는 공간의 질을 보면 그리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물론 묘사되어 있는 오브제와 캐릭터 하나하나의 조형미는 압도적이지요.


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계획하여 설계하고, 배치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게임 업체에서도 마땅한 수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VR 공간을 설계하던(설계라기보다는 ‘묘사’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성 싶습니다.) 인원들은 모두 그래픽 디자이너, 혹은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입니다. 공간에 대한 이해, 설계에 대한 개념을 찾기는 힘들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분야에 어느 다른 전공보다 조경이 발 빠르게 움직여 그 영역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조만간 이러한 영역에서 실공간 설계자에 대한 요구가 공식적으로 나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 때가 되어서 준비를 하고 영역을 확장시키고자 한다면 이미 다른 무수한 경쟁 분야들 때문에 힘들 수가 있지요. 어쩌면 지금이 가장 적기이고, 가장 공격적인 자세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저 같은 경우에는 게임 회사에서 공간 설계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는데, 항상 매번 느끼는 것이 조경을 배우고 훈련 받은 인원이 조성하는 VR 공간을 보고 싶다는 점입니다. 물론 제가 부분적으로 조금씩 설계를 해보고 진행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홀로 나아가기에는 많은 아쉬움을 느끼지요. 보다 많은 분들께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그영역을 넓혀갔으면 하는 욕심이 듭니다. 

 

 

김익환

 

(현)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박사 과정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학부 졸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 졸업

 

신화컨설팅 설계팀(2012~2013)
XL게임즈 자문위원(2014~ )

_ 김익환  ·  한국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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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kimss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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