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지에 식물이 없다. 왜?

[어쭙잖은 조경이야기②] 양재동 oo빌딩 공개공지
라펜트l이대영 녹색기자l기사입력2014-07-11

아침 출근길, 서초18번 버스를 타기위해 641번을 내리면 마주치게 되는 곳에 눈에 띄는 공개공지가 있다. 디자인도 훌륭하고 시공의 완성도까지 높다. 비가 오는 월요일 아침. 이 공간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경계석 없는 에지(Edge)의 디테일이다. 최근 에지의 재료들이 많아졌고 시공수준도 높아진 탓인지 깔끔한 포장과 경계부에 눈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식물에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수호초와 상록패랭이로 보이는 이 곳 주변부를 자세히 보니 생육상태가 좋지 못해 보였다. 일부러 식재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에지부분에는 유독 식물이 보이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부족한 식견으로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에지부분에는 식물이 자라지 않고 있다.

 


(좌)판석포장과 경계부에 턱을 만들지 않은 이 곳은 시공과 디자인 모두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부분마다 흙의 침하가 발생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우)여기 에지에도 식물은 없었다.  

 



그래서 콘크리트가 식물 생육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지에 대한 가설을 세워보았다.



1. 콘크리트 자국
2. 모르타르 자국
3. 침하가 되니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콘크리트나 모르타르 자국은 침하가 작게 일어나더라도 마감이 까다로워,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상하게 에지에 식물이 없었다. 그래서 상상을 한다.

 


판석 에지. 화강석 경계석보다 깔끔하지만 결국 식물 뿌리들이 콘크리트와 모르타르에 오염되기 쉬운 구조이다. 하지만 이것이 원인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경계석 에지. 판석보다는 덜 하겠지만, 콘크리트 오염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았다. 시공 중 그것이 충분히 양생되면 좋았겠지만 바쁜 조경현장에서 보이지도 않는 바닥버림 콘크리트를 제대로 양생하였을까? 시공초기, 비라도 왔다면 에지주변은 콘크리트물로 가득차진 않았을까?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다.


 



만약 콘크리트가 엣지부분의 생육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었다면, 초기 목재같이 오염이 덜 한 소재를 깊게 묻히도록 경계를 해주고, 나중에 미관을 고려해 파내어 버렸다면 어땠을까? 식물이 자리잡힐 때까지 만이라도.


 


1. 보기에 좋은 것(판석의 날선 디테일...) / 비워진 흙
2.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이 좋을 것(식물 등) / 꽉 차있는 식물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이유가 콘크리트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정확히 알기가 쉽지 않다. 다만 단순히 눈의 행복보다는 보이지 않지만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행복해지는 그런 공간이 많아 졌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그러나!

 

이렇게 맺음하려는 찰라,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문제가 따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자세히 살폈다. 배수형태를 보았다.

경사진 방향으로 빠른 유속이 발생할 수 있었고, 그 물은 식물을 향해 흐르는 형세였다. 배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이 떠올랐다.

 


경사진 방향으로 빠른 유속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물길은 식재된 곳을 향해 있었다. 배수에 문제가 있지않을지 생각 해본다.

 


1번 방향으로 나가주면 좋은데...
2번으로 향하면서 경사에 의한 세굴로 식물생육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자세히 살피면 정말 물의 방향으로는 식물이 없었다. 완전히 쓸려서 세굴난 곳도 보였다.

 

물의 진행방향이 보이는 듯 하다.

 


작은 입자들을 자세히 보면 배수도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이 식생에 문제가 될 확률이 높다. 즉, 빠른 배수와 적절한 관수, 이 두 요소가 맞아야 할 듯 하다.


물길은 내어주고 그 옆에는 아예 호습성 수종으로 빗물정원(RAIN-GARDEN)을 만드는 것은 어땠을까?

 


폭 100mm의 자갈 배수로를 만들어 흙의 침하를 방지하고, 모르타르 및 구체 노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경계부에는 호습성수종을 식재할 수 있겠다.

 



광화문에 레인가든의 사례를 보자. 물을 받기위해 턱을 일부러 낮추었다.

 



최근에 만난 멋진 배수로


식물은 정말 어려운 존재이다. 물은 더 어려운 존재이다. 우리 삶은 더 어렵고...

글·사진 _ 이대영 녹색기자  ·  조경설계사무소 스튜디오 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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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daee0@hotmail.com

네티즌 공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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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의 문제는 고려해보셨나요 가장큰 이유는 보행자의 답압문제가 아닐까생각.....식생이 활착되지않은 상태에서 또는 휀스가 없는 장소에서 자주 일어나....
201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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