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정원의 도시 서울 “사람이 힘이다”

[인터뷰] 오해영 서울시 푸른도시국장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5-03-12

 서울시 공원녹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무엇을(대상)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지금은 어떻게(과정)까지 생각하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 . 물론 그 속에는 시민이 있다.


그런 서울시가 푸른도시국을 중심으로 시민참여 공원녹지 사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그려가고 있다.

 

이미 알려진 서울형 정원박람회, 창의놀이터 사업 이외에도 '손오공프로젝트', '의자프로젝트'사업도 주목할만 하다. 오해영 푸른도시국장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간 푸른도시국의 성과를 짚어보자면?


시민주도와 참여에 방점을 찍고 싶다. ‘서울 꽃으로 피다’로 공원녹지의 조성과 관리에 시민들의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민조경아카데미와 시민정원사로 배출된 마을의 조경리더도 지난해 550명에 이른다.


식목월 운영, 스타숲 가꾸기, 생애주기별 맞춤형 공원 조성 등 같이 서울을 꽃과 나무로 촘촘히 채우기 위한 노력들, 소규모 생물서식공간과 단절된 녹지축 연결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도 있었다.


그간 창조적이고 지속가능한 공원으로의 변화를 시도해왔다. 달려라 피아노를 비롯, 창작거리예술 공연 등을 통해 관리위주에서 시민주도의 생산적 활동의 장으로서 공원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한 점을 짚을 수 있겠다.



이제 서울시는 외국의 선진 대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견줄 정도로 성장했다. 선진 대도시와 비교할 때 서울의 강점은 무엇이며, 앞으로 보완할 부분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서울의 강점은 우수한 자연환경을 꼽을 수 있다. 도심외곽부의 주요 도시자연공원들과 동서를 가로지르는 한강과 그 지천들은 세계의 어느 대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우리의 강점이라 보며, 그러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보존하거나 활용하려 한다.


하지만 현재 서울은 자연 지형에 의해 공원과 녹지가 도심외곽에 치우쳐져 도심지에 공원녹지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는 공원소외지역을 중심으로 버려진공간이나, 자투리땅을 적극 활용해, 10분 생활권 내 소규모 숲과 정원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 운영, 정책 등 제반사항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롤모델이 되어온 만큼, 공원녹지 분야의 향후 정책방향이 궁금하다.


시 공원녹지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시민들의 녹색갈증은 해갈되지 못했다. 걸어서 10분거리나 공원이나 하천이용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세대가 26%에 달한다. 주말과 휴일에는 서울의 공원을 찾는 인구가 상당하다. 노후된 공원도 늘고 있다.


우리는 ‘숲과 정원의 도시, 서울’이라는 큰 흐름 속에, ‘1000개의 숲, 1000개의 정원’을 정책목표로 삼고 사람 중심의 공원녹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큰 공원보다 자투리 땅과 버려진 공간을 발굴해 작은 숲과 정원을 만들 계획이다. 소규모 숲과 정원을 만들어, 서울을 녹색으로 유기적으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 사람들도 절반 이상 줄고, 결국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



도시생생프로젝트


2015년 세부 사업으로는?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 정착을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지난 3, 4년간 총 1237개 커뮤니티가 캠페인에 참여했고, 13개팀이 신규로 단체 등록했다. 시민사회의 참여는 공원녹지 사업이 탄력받는데 큰 힘이 된다. 2013년과 지난해 이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은 70만명에 달하고, 738만 그루의 나무와 1782만본의 꽃이 식재됐다.

아울러 올해는 시민조경아카데미와 시민정원사를 통해 950명의 조경리더를 양성할 예정이다. 


주목할 사업 중 하나가 ‘의자프로젝트’로 주요 공원과 광장에 대규모 의자제작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의자를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처럼 의자를 만드는 과정을 함께 즐긴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개최 시기와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현재 조율 중에 있다.


공원도 도시재생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도시공원도 20~30년 경과된 곳이 많다. 노후된 아파트를 재건축, 리모델링 하는 것처럼 공원도 변화해야 한다. 이에 노후 공원을 재조성하는 ‘지역 맞춤형 공원 재조성 시범사업'이 올해 시민의 숲과 낙산공원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26개 창의놀이터 사업도 오는 5월까지 추진한다. 아이들이 놀기 위해선 특정 시설보다는 놀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시설물을 최소화시키고, 모래바닥을 깔며, 그 지역사람이 놀이터를 운영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러한 생각이 반영된 어린이놀이터 십계명을 오는 5월 5일 발표할 계획이다.

어린이놀이시설을 설치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 창의놀이터에도 시설물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다만 조합놀이대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형태로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울형 정원박람회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다른 행사와 차별화된 개념으로 접근하고자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 의견수렴 과정 위에 있다.
정원박람회는 서울시가 산림청과 손을 잡고 공동주최 한다. 기업과 정원디자이너를 연결하는 파트너정원, 시민 정원디자인 공모, 정원개방 행사 등을 구상 중에 있으며, 개최시기는 가을로 생각하고 있다. 개최장소는 시민의숲, 월드컵공원, 용산가족공원 중 한 곳이 논의 중이다.


그 밖에 기존의 경관위주의 계획에 생태계 건전성을 조화시킨 ‘서울형 URBIO INDEX'개발, 한 마을을 특정한 꽃으로 테마를 연출하는 마을만들기 사업 등이 올해 추진된다.



결국 시민참여로 흐름이 모이는 듯 하다. 이러한 움직임을 활성화 시킬 복안이 있는가?


공원을 찾는 연간 이용자는 정확한 통계수치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개략적인 조사숫자를 보면 이용인원이 생각 이상의 높은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여러 사업이 있지만, 시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공원녹지 사업이다. 새로 공원을 조성하는 하드웨어적 접근보다는 프로그램과 콘텐츠 확충을 통해 공원문화를 활성화 시키는 것에 우리의 할 일이 많다.


지난해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 중, 서울시의 각종 공원이용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은 400만명을 상회한다. 이들에게 특별한 동기를 부여한다면 단순참여를 넘어 공원문화를 만들고 협력하는 한 차원 높은 적극적인 참여의 모습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손잡고 오늘도 공원으로’의 약자인 ‘손오공 캠페인’이란 이름으로 시민소통의 전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공원의 최종목적 중 하나가 시민의 문화생활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원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문화사업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공원 브랜드화, 공원과 놀자, 공원과 걷자, 지역공원문화 활성화가 이들을 아우르는 큰 카테고리이다. 공원문화 확산을 통해 시민을 공원녹지 정책에 우호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 시민조경아카데미


골목길 녹화사업 등 시민 참여형 위주의 사업에 대해 일부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앞으로 큰 공원을 만드는 일은 줄어들게 자명하다. 새로운 부지확보가 힘들 뿐만 아니라, 도시재생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조성보다는 관리와 운영, 즉 소프트웨어로 흐름이 전환되는 과도기적 시기이다. 우리 푸른도시국이 조경분야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시민의 지원이 필요하다. 공원의 주인은 시민이기 때문이다.


푸른도시국이 서울시 전체 예산의 4%를 차지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금년도는 1.6% 수준이다. 전체 파이로는 확연히 줄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 사업비로 계산하면 그렇지도 않다. 당시에는 보상비로만 3500억원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는 675억이다. 질적인 측면을 놓고 본다면, 그 때와 현재 예산이 크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다.


시민주도의 조성방식으로 조경회사의 역할이 줄었다고 보는 분도 계신다. 그래서 해당 사업의 비중을 조사해봤다. 푸른도시국 전체 예산의 0.2% 수준이었다. 조경회사에게 크게 영향을 주는 액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꾸어 생각하면, 0.2%의 예산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고 볼 수 있다. 최소의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 것이다.


올해 서울시에서는 총 31명의 조경직을 선발한다. 25명을 뽑는 산림자원직보다 많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단순히 사업비 비중으로 놓고 보기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결국 시민의 수요가 그만큼 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보이지 않는 효과에 주목해 주길 바란다.



행당동 마을숲 만들기


상징적인 공원 프로젝트에서 조경의 입지가 줄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서소문 역사공원은 문화체육관광부(50)와 서울시(30), 서울시 중구(20)의 예산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사실상 푸른도시국에서 의견을 전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건축사사무소로만 참가자격을 제한한 마포석유비축기지 설계공모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오일 탱크의 건축적 해법이 중요한 대상지이기도 했지만, 이와 연계된 외부공간에 대한 비중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마포석유비축기지의 기본 및 실시설계는 조경을 포함한 각각의 전문분야가 병렬 형태로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운영방식까지 고려한 설계가 이 곳에서 이루어 진다는 점이다. 기존 행정청이 주도했던 방식에서 탈피해, 보다 효과적인 공원 운영을 위해 별도의 워킹그룹을 구성해 이들의 의견을 설계에 반영시킬 예정이다.



우리나라 조경은 괄목할 성장을 이뤘지만, 지금은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다. 단순히 건설경기 하나로 한정짓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침체의 근본원인은 무엇이며, 조경인들은 앞으로 극복해 가야 할 지 대안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지금까지 조경은 건설경기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여왔다. 다시 말하면 건설분야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좋은 기회가 왔다.


조경 영역에 새로운 시장발굴과 개척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


복지나 문화분야에 조경을 적극적으로 응용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것이다. 정원문화를 확산시키거나, 꽃이나 소재를 사용해 향기 산업에 진출하는 것 등 확장법은 무궁무진하다.


이를 위해선 업계와 학계가 손을 잡고 R&D 투자를 보다 활성화 시키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도 서울시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조경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경의 역할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왜 그런지 명확히 진단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처방전을 산학관이 합심해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아지면, 자연스럽게 조경의 영역도 확장되리라 생각된다.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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