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수 (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회장

″인공지반녹화, 서비스를 결합해 신산업 창출해야″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6-04-13
인공지반녹화가 주는 서비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미기후조절, 도시열섬 완화, 비오톱 조성 등. 그러나 김현수 (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회장은 “공익적인 가치가 아닌 개인에게 이익이 되는 객관적 가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한 서비스를 상품화하는 것이 조경과 녹화분야가 건축의 후속 공종에서 벗어나 건축 초기단계부터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올해부터 새로운 걸음을 걷게 될 김현수 회장을 만나 인공지반녹화의 비전과 협회의 역점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김현수 (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회장

2016년은 협회장으로서 새롭게 시작되는 한 해가 될텐데, 임기 시작의 소감은?

1998년부터 ‘옥상녹화연구회’를 해오다가 2003년에 ‘(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로 출범했다. 협회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해 9월, 공공부문에서 시범사업 1호 케이스인 서울시 서소문 별관의 초록뜰 시범사업과 공공부분 녹화지원정책 마련이 성장의 토대가 됐다. 초기 성장기에는 기술력을 가진 전문가들과 공공지원정책을 만들면서 정책ㆍ제도 전문가들이 있었기에 소수지만 활발한 협회활동을 했다.

현재 인공지반 녹화시장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조경시장은 건축, 토목시장에 종속이 되어있고, 그중에서도 인공지반녹화는 일부에 불과하다. 더구나 누구나 다 인공지반녹화 공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보니 시장은 생각만큼 커지지 않고, 오히려 경기 위축으로 더 줄었다. 기업이나 협회나 서로가 힘들어진 시기다. 이 시기에 협회 회장직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전기(轉機)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약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전문가들이 세상에 기여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나름의 역할을 찾고, 그것을 실행하려고 한다.

임기 내 역점 사업은?

우선은 조직활성화를 통해 협회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려고 한다. 그동안 협회는 공익을 표방하면서 완전한 학회도 아니고 완전한 협회도 아닌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단체는 회원사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협회’이기 때문에 조직활성화를 위해 구조적인 측면에서 변화를 꾀하려 한다. 여태까지는 회장단과 운영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으나, 올해부터는 운영위원회와 함께 회원사들로 구성된 ‘기술/산업 워킹그룹’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워킹그룹에서는 기업의 요구ㆍ수요 사업들을 발굴하게 되며, 논의된 내용은 운영위원회에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또한 협회는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회원사들이 가성비 높은 서비스를 수요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그들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협회가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기술력을 인증받지 못한 사업자들도 녹화사업에 뛰어든다. 협회는 기술장벽을 만들어, 기술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끔 회원사들의 울타리 역할을 하려고 한다. 진짜 기술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시장에 진출하고, 수익을 창출하며, 다시 기술에 투자하는 선순환을 일으키려고 한다. 시장이 열리고 난 뒤 덤핑만 일어나고, 모두들 단가를 계속 낮추는 현 상황을 타개하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협회는 경험 있고 기술력 있는 업체들의 공사실적을 관리해 수주 경쟁에 보탬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 이미 진행하고 있는 회원사 교육프로그램을 회원사가 아닌 잠재 고객인 조경직 공무원, 발주처, 건축사를 대상으로 확대한다. 실수요자가 인공지반 녹화를 기반으로 콘셉트를 개발하고 안을 만들 수 있도록 인공지반녹화를 알리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인공지반 기술력을 가지고 있거나 일정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을 가진 기업에 인증을 해주는 제도의 도입이다. 협회 내 전문성, 권위, 경륜을 인정받는 고문, 자문 그룹을 중심으로 인증제도를 운영하면 기술력 있는 회원사들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위 세 가지 아이템을 기술/산업 워킹그룹에서 논의를 하고,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2년 내에 이 시스템을 돌려보겠다는 것이 구상이다.

실내조경협회랑 공동단체로 출범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공지반에 실내조경도 포함이 되는 부분이고, 양측 모두 새로운 활로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지의식을 가지고 같은 산업, 같은 방향성을 가지는 입장에서 공동단체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나 회장으로서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러나 초록이 동색인데 어떤 형태로든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우선 실내조경분야 전문가분들을 협회 내에 많이 모시려고 한다. 활동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서로가 이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먼저 협회의 조직활성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차근차근 논의해갈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일본 등에 비해 기후조건이 좋지 않아 기술발굴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 같다. 인공지반녹화기술 발굴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기술발굴에 대한 이야기는 두 가지로 구분해서 설명해야 한다. 우선 기존 건축물에 녹화하는 기술은 상당 수준에 올라와있다. 다만 시장이 받쳐주질 않아 탁월하게 고도화시키기는 어렵지만 웬만한 선진국들이 하는 기술력은 보유하고 있다. 시장만 확대된다면 기술은 문제가 안 될 정도로 발전했다.

중요한 것은 신축부분에 대한 기술이다. 기존 건축과 조경을 구분 짓는 범위 내에서의 기술은 넘쳐난다. 그러나 같은 비용으로 콘크리트 지붕을 녹색 지붕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부 기업들은 이러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녹색 지붕은 콘크리트 지붕보다 가격이 낮을 수는 없지만 건축주가 수용한 범위 내에서 완전히 새로운 녹색 지붕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인공지반녹화는 보다 활성화될 것이다. 협회가 제공하는 교육을 통해 건축가와 설계사들에게 이러한 기술을 제안할 수 있다면 시장의 판이 달라질 것이다. 건축과 조경을 하나로 묶어서 새로운 신상품을 만들어내는 측면에서의 융합기술과 시스템 개발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세계 시장을 보면 이미 기술이야기는 끝났다. 이제는 녹화의 편의와 서비스를 이야기한다. ‘녹화가 어떤 가치를 가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건물주는 인공지반녹화가 기후변화에 도움을 주고, 도시열섬을 완화시킨다는 공익적인 가치에 개인의 돈을 투자하진 않는다. ‘영업공간에 옥상녹화를 하고 직원들을 쉬게 했더니 매출이 올라가더라’, ‘직원들이 힐링을 하고나면 생산성이 높아지더라’하는 개인적으로 얻는 객관적인 가치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인공지반녹화의 비전은?

녹화만 고려한 조경과 서비스를 고려한 조경은 시장이 다르다. 부가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것이 상품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직원들에게 힐링, 안정, 휴식을 제공함으로 인해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도구로써의 조경이라면, 건축주는 서비스를 목표로 건축 초기단계부터 조경업체를 찾게 된다. 조경중심의 영세한 기업들에 녹화와 결부된 서비스를 장착해 건축 공정의 앞단으로 접근하면 시장은 커진다. 더 이상 건축의 후속 공정이 아니게 된다.

최근 공중파 뉴스에 눈에 띄는 해외사례가 보도됐다. 일명 ‘숲 빌딩’이라고 하는 것인데 건물전체가 나무로 보이게 설계한 사례다. 건축설계단계부터 녹화할 공간을 고려하고 설계했다. 녹화가 주는 서비스를 목표로 조경가와 건축가가 협업해 탄생한 건물일 것이다. 우리도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옥상이라는 공간에 어떤 이는 드론이 착륙할 것이라 하고, 누구는 정원을 만든다고 한다. 누구는 도시농업을 하겠다고 하고, 누구는 도시홍수 때문에 저류옥상을 한다고 한다. 누구는 도시열심 해결을 위해 빛 반사를 위한 하얀 칠을 한다고 하며, 누구는 태양열 집광판을 설치한다고 한다. 이렇다면 계속 녹화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  모든 서비스를 감쌀 수 있는 생각과 방향, 시스템을 제시해줘야 한다. 이것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 특히 자연을 활용하는 인공지반녹화기술을 기반으로 다른 영역의 기술들을 수용한다면 효율적이다. 녹화를 제외하곤 전부 기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열린 정기총회서 발표자 중 한분이 옥상, 벽면, 바닥의 인공지반, 도로, 저류시스템, 에너지 모두를 포함한 ‘생태순환사업’을 제안했다. 전통적인 녹화기술을 기반으로 다른 영역의 기술을 융합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산업 창출에 기여하는 것이 비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분야에 몸담고 있었는데, 앞으로 조경단체와의 내부적 공조체계 구축에 대한 계획은?

건축분야에 몸담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추구하던 것이 ‘생태건축’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건축, 조경, 부대토목, 토목, 도시 영역에서 폭넓게 일 해왔다. 그동안 영역간의 공조, 협력을 쭉 생각해왔기 때문에 조경단체와의 내부적 공조체계 구축은 당연한 것이다. 햡회가 인공지반녹화를 기반으로 고객과 미래사회가 원하는 수요들을 받아서 서비스로 제공하고, 신산업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에 필요하다면, 건축사협회, 실내조경협회, 응용생태공학회, 생태환경건축학회 등 다양한 단체와 협력할 것이다.

조경인들에게 한 마디.

‘조경’이라는 업역을 자꾸 구분 지으려고 하는데, 공공발주가 사실상 생존의 바탕이 되며, 법 제도에 규정이 없으면 발주를 하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 같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업역의 구분이 반드시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전통적 조경기술을 바탕으로 타 분야로 역을 확장해가는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조경을 중심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공간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기획특집·연재기사

관련기사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