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구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속으로!

김홍렬 오피니언리더(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라펜트l김홍렬 박사과정l기사입력2016-06-10
옛사람들이 집을 짓고 정원을 조성하는 방법을 기록한 
“서유구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속으로!



글_김홍렬 오피니언리더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건축/조경/생태복원기사│궁궐길라잡이 종묘


정원 조성에 대한 욕구와 정원 향유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시민들도 정원에 대한 관심이 깊어가고 있음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부터 2016년 고양국제꽃박람회에 이르기까지 지난 4여년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도시, 조경, 문화, 관광 전분야에서 정원은 가장 이슈가 되었다. 

매년 정기적으로 정원 관련 세미나 및 토론회, 학술심포지엄, 코리아가든쇼 개최는 물론 지난해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정원이 대세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국가정원 순천만정원에 한국정원 조성, 2015년 10월 서울정원박람회에 전통 개념을 차용한 한국정원이 선보였고, 올해 2016고양국제꽃박람회 코리아 가든쇼에서는 다채로운 한국적 정서를 반영한 정원이 조성되었다. 한국정원 디자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흥미를 보이는 것 만큼이나 옛 사람들은 삶 속에서 어떻게 정원을 조성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 한다는 것을 정원박람회 현장에서 발견했다. 그래서 전통정원에 대한 콘텐츠를 제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한국정원, 2015 한국정원디자인학회 학술발표대회

조선시대에 정원에 관한 책은 강희안 ‘양화소록’과 유박 화암수록’, 홍만선 ‘산림경제’, 서유구 ‘임원경제지’ 등이 전해진다. 그 중에서 조선시대 백과사전이라고 일컫는 ‘임원경제지’ 에서 소개하는 정원 조성에 대한 방법을 소개한다.


‘임원경제지’의 저자 서유구는 어떤 사람인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내용을 살펴보기 앞서 저자인 ‘서유구(1764~1845)’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함께 알아보자. 서유구는 조선 후기에 해당하는 영조와 헌종 임금 때의 문신으로 다산 정약용과 같은 시대를 살았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농업에 대한 연구를 남긴 것을 이어받아 농학을 집대성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그의 나이 35세가 되던 해에는 순창군수로 있었는데, 정조가 농서를 구한다는 소식에 각 도 단위로 농학자를 한 사람씩 배치하여 지방마다 농업 기술이나 현황을 조사하게 하여 종합하자는 제안을 했다. 아쉽게도 그의 제안은 성사되지는 못했다. 비록 그의 제안이 실현 되지는 못했지만 농학을 집대성하고 체계화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서유구 ‘임원경제지’에가 담고 있는 콘텐츠
임원경제지는 18~19세기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떤 자리를 집을 짓기 좋은 곳으로 선택했는지, 어떤 건축재료를 마련하였으며, 정원이나 생활은 어떻게 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고 복을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반영되어 있는 책이다. 강희안 ‘양화소록’, 유박 ‘화암수록’은 화초에 대한 내용에 집중했다고 하면, 임원경제지는 홍만선 ‘산림경제’ 보다 체계적이고 꼭 알아두어야 할 지식을 16가지 분야로 나누어 정리했다. 책의 내용은 은자가 사는 집에 대한 기록은 ‘이운지’로, 터잡기와 집짓기는 ‘상택지’로, 집짓는 법과 재료는 ‘섬용지’로 각각의 챕터를 마련하여 정리하고 기타 풍년과 흉년을 예측하는 천문학, 가축 기르는 것과 양봉하는 법, 향촌의 의례와 행사,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법 등 농업, 생물학, 원예, 예술, 천문 등 건축과 조경에 관한 내용을 전면적으로 풍부하게 저술한 책으로 유일하며 그 가치는 어떤 것과 견줄 수 없다.


임원경제지 정원조성 팁(tip) : 나무, 울타리, 연못·우물, 담장
주택 주변에 정원을 조성하면서 나무를 심는 경우에 어떤 점이 좋은지, 좋지 않은지에 대한 기록들이 있는 그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나무심기 : 나무를 심어 사상을 대신하는 법
  - 사상은 집의 왼편에 물이 흐르고, 오른편에 큰 길이 있고, 앞에 연못, 뒤편에 구릉이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이 없다면, 동쪽에는 복숭아나무와 버드나무를 심고, 남쪽에는 매화나무와 대추나무를 심으며, 서쪽에는 치자나무와 느릅나무를 심고, 북쪽에는 사과나무와 살구나무를 심는다.

2) 인가에는 반드시 수목이 푸르고 무성해야 한다.
 - 주택의 가장자리 네 곳에는 대나무와 수목이 푸르러야만 재물이 모여든다. 
 - 인가는 벌거벗어 붉게 드러나게 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수목이 깊고 무성하게 자라서 기상이 중후하도록 해야 한다. 하천변에 나무를 줄지어 심어 놓으면 수재를 막기에 적합하다.

3) 나무의 향과 배치
 - 나무는 주택을 향하는 것이 길하고, 주택을 등지는 것은 흉하다.

4) 나무를 심는 데 기피해야 할 것
  - 주택의 동쪽에 살구나무가 있는 것은 흉하다. 주택의 북쪽에는 배나무가 있고, 주택의 서쪽에는 복숭아나무가 있으면 사는 사람 모두가 음탕하고 사악한 짓을 행한다. 주택의 서쪽에 버드나무가 있으면 사형을 당한다. 주택의 동쪽에 버드나무를 심으면 말이 불어나고, 주택의 서쪽에 대추나무를 심으면 소가 불어난다. 가운데 문에 회화나무가 있으면 3대 동안 부귀를 누린다. 주택 뒤쪽에 느릅나무가 있으면 갖가지 귀신들이 접근하지 못한다.
- 뜰 앞에는 오동나무를 심지 말라. 주인이 하는 일을 방해한다. 그리고 집안에 파초를 많이 심는 것은 안 된다. 시간이 흐르면 재앙의 빌미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대청 앞에는 석류를 심는 것은 좋지 않다. 그늘을 드리운 곳에 꽃을 심어 화단을 만들면 음탕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손해를 불러들이니 음양이 꺼려하는 바다.
  - 마당 한가운데 나무가 있으면 한가롭고 곤궁하다고 한다. 나무가 오래도록 마당 한가운데 심어져 있으면 앙화를 주관한다. 큰 나무가 난간에 가깝게 서 있으면 질병을 불러들이는 경우가 많다. 문 앞에 두 그루의 대추나무가 서 있으면 기쁜 일과 상서로운 일이 생긴다. 문 앞에 푸른 풀이 있으면 근심스러운 일과 원한에 찬 일이 많아진다.
  - 문 밖의 수양버들은 사람을 방해하는 일이 많다. 주택 안에 뽕나무를 심고 아울러 무궁화와 복숭아나무를 심으면 종내 평안하게 지낼 수 없다.
다음은 주택 주변 즉, 정원의 울타리 세우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따라 직접 실행해도 될 만큼 울타리를 만드는 방법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울타리를 만들고자 하면, 먼저 대지의 사방 가장자리에 깊이와 폭이 두 자씩 되게끔 구덩이를 판다. 메대추(산대추나무)가 익기를 기다렸다가 그 씨를 많이 채취하여 파놓은 구덩이에 심고, 싹이 튼 다음에 잘 보호하여 손상을 입지 않도록 한다. 1년 후에 높이가 세 자 정도로 자라면 봄에 가로 자란 가지의 가시를 제거하고, 겨울을 지내고 난 다음에 새끼가 엮어서 울타리를 만든다. 이때 적당하게 묶어서 엮는다. 그 다음 해에 나무가 더욱 높이 자라면 도적을 방지할 수 있다.
예부터 물은 우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물이 어디에서 어느 쪽으로 흘러 가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물이 고이는 자리에 따라서 좋고, 좋지 않음을 구별해서 공간 조성에 활용했다. 임원경제지에서 연못과 우물에 대한 기록 중 몇가지 내용을 소개한다.

1) 우물
  - 자좌(북쪽)의 땅에 우물을 파면 반드시 우물에 빠져 죽는 사람이 있다.
  - 묘좌(동쪽)에는 우물을 파지 않는다. 물맛이 좋은 샘물이라도 향기가 없기 때문이다.
  - 집 앞에는 우물을 파서는 안 된다.
  - 인(寅)방에 샘을 파면 부귀하게 되고, 묘(卯)방에 샘을 파면 현명한 사람이 그치지 않고 나며, 진(辰)방에 샘을 파면 술과 음식이 끊어지지 않고, 사(巳)방에 샘을 파면 자손이 번성하고, 오(午)방에 샘을 파면 손녀가 음탕하고, 신(申)방에 샘을 파면 관리가 재앙을 입어 병사하고, 축(丑)방에 샘을 파면 부부가 헤어지고, 자(子)방에 샘을 파면 자손을 잃거나 팔다리가 꺽인다.

2) 연못
 - 집 뒤편에 동산을 만들어 과실나무를 심고, 집 좌우에는 남새밭을 만들어 채소를 심는다. 집 남쪽 한 면을 비워두고 위아래에 연못을 파되 하나는 작고 하나는 크게 만든다. 작은 연못에는 연꽃을 심고, 큰 연못에는 물고기를 기른다.
 - 물이 맑으면 순채를 심고 물고기를 기르며, 물이 흐르면 연꽃을 심는다.
 - 연못이 집의 왼편이나 오른편, 또는 뒤편에 위치하는 것을 모두 꺼린다. 문 앞에 세 개의 연못을 파는 것을 절대 꺼린다. 집의 앞뒤에 2개의 연못이 있는 것을 꺼린다. 또 연못의 형상이 돼지 배나 돼지 허리와 같은 것을 꺼린다. 문 앞에 한 쌍의 연못이 있는 것을 꺼리는데 곡(哭)자의 머리 모양이기 때문이다. 집의 서편에 연못이 있는 것을 일컬어 백호(白虎)가 입을 열었다고 하는데 모두 꺼린다. 주택 앞에 둥근 형태의 연못을 훤하게 내고 흐르는 물을 끌어들여 통하게 한다. 물이 혼탁하면 좋지 않다.
마지막으로 담장에 대한 기록이다. 담장도 기초를 조성하는 방법, 흙담인 토담쌓기, 돌담쌓기, 중국 민가 담장인 영롱장, 담장지붕 쌓기까지 담장 전체의 조성 방법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 조경공사 시방서 못지않다.

1) 담장 기초
  - 담장을 쌓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기초에 유의해야 한다. 기초를 석 자 이상 파내려가 굵은 모래를 부어놓고 물을 뿌리면서 달구로 다져, 지면에서 아래로 한 자쯤 떨어진 곳에서 쌓기를 그만둔다. 그리고 그 위에 돌을 쌓아 기초를 만든다. 여기에 쓰이는 돌은 크기, 두께와 관계없이 위아래 면이 평평하고 반듯하여 겹쳐 쌓아도 무너지지 않으면 된다. 이렇게 돌을 겹겹으로 쌓아 올려서 땅 아래로 들어간 깊이가 한 자, 땅 밖으로 나온 높이가 두 자가 되면 그 위에 담을 쌓는다. 벽돌담이거나 돌담이거나 토담이거나를 막론하고 기초는 모두 이 방법을 사용한다.

2) 토담쌓기
 - 우선 자갈을 이용하여 지지할 자리를 만든다. 그곳에 흙을 쌓아올려 달구로 다져 그 형상을 지붕 마룻대처럼 만든다. 다시 진흙을 사용하여 굵게 썬 볏짚과 섞어 그 위에 다져 쌓는다. 높이가 서너 치가 되면 바로 중단하여 쉽게 마르도록 한다. 완전히 말라 굳은 다음 또 앞의 방법으로 다져 쌓는다. 이때 진흙이 차진 정도를 적절하고 일정하게 유지한다. 그런 뒤에라야 앞뒤에 쌓은 것이 한결같아서 차이가 없을 것이다. 담장을 쌓는 데 쓰는 흙은 누런 모래가 가장 좋고, 황토가 그다음이요, 흑토(검은 빛깔의 흙)이 가장 나쁘다.

3) 돌담쌓기
 - 중국의 담장은 대체로 벽돌을 이용하여 쌓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벽돌이 귀하기 때문에 장만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 경우 자갈을 취하여 반듯하게 다듬어서 진흙과 서로 번갈아가며 쌓아올린다. 어깨 높이 이상 쌓고서는 깨진 기와를 이용하여 쌓아올린다. 자갈과 번갈아 쌓은 진흙은 자갈을 쌓은 켜와 면을 나란하게 하지 않고 조금 움푹 들어가게 한다. 다시 석회와 백토를 섞어 반죽하여 움푹 들어간 곳을 바르면 흰 무늬가 종횡으로 나서 볼 만하다. 세상에서 이것을 분장(粉牆)이라 부르는데, 상당히 내구성이 좋다.

4) 담장지붕 쌓기
 - 담장의 지붕은 석판을 쓰는 것이 알맞다. 석판의 길이는 담장 두께와 비교하여 한두 자 정도 길게 한다. 석판의 양 끝을 나란하게 하여 담장 위에 가로로 설치한다. 먼저 한 겹을 깔고 다시 한 겹을 까는데, 석판이 맞닿은 부분이 서로 어슷비슷 교차되고 어긋나도록 하여 빗물이 새어드는 것을 막는다. 다시 석회, 가는 모래, 황토를 짓이겨 반죽한다. 두 손으로 진흙을 쳐서 진흙 덩어리를 만들어 석판 지붕 위에 계속 눌러 덮는다. 다시 손으로 비벼서 가지런하고 둥글게 만들어서 마치 요즘의 성 위에 쌓은 낮은 담장 위에 석회를 바르는 법과같이 한다. 이것은 내구성이 가장 뛰어나다. 또 햇빛이 돌을 달굴 때는 뱀이 담 위를 기어 넘거나 서리지 못한다.

조경과 건축, 정원을 아울러 삶을 담은 생활백과 ‘임원경제지’
임원경제지에서 기록하고 있는 정원에 관한 것이 민속에서 전해지는 미신 같은 요소도 보이는 것 같고, 풍수에서 언급하는 내용과 접목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건축을 공부하던 학부생 시절부터 대학원 석사과정 때까지 전통건축 및 조경을 공부할때 서유구 임원경제지를 읽으며 ‘에이~ 이런게 어디있어~ 이건 미신인 것 같아’라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관련된 논문을 읽으며 삶의 지혜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전통정원에 관한 문헌 연구가 풍성해 질 수록 오늘날의 전통조경의 재해석과 활용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데 확신이 생겼다. 옛 문헌이나 기록들을 좇아서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공간을 조영하는 사상과 방법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정원문화를 형성하는데 또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담양 소쇄원’, ‘보길도 세연정’, ‘영양 서석지’, ‘강진 다산초당’, ‘구례 운조루’, ‘강릉 선교장과 활래정’, ‘논산 윤증고택’, ‘달성 삼가헌과 하엽정’ 등은전통가옥과 정원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곳들을 직접 찾아가 몸소 체험해보길 추천한다. 이와 병행하여 조선시대 조경과 정원 문화를 담은 강희안 ‘양화소록’, 유박 ‘화암수록’, 홍만선 ‘산림경제’, 서유구 ‘임원경제지’에 대한 인문 콘텐츠에도 관심을 가져 보면 전통 공간에 대한 이해와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정원 문화에 대한 콘텐츠 다양화를 위해 전통 정원의 인문학을 기초로 하는 연구와 세미나 활성화, 전통 정원 활용에 관한 제도와 지원 시스템을 잘 갖추고 관리해 나가는 것이 우리나라 정원문화의 경쟁력 강화에 기초가 됨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전문가들이 전통 조경 문화 확산에 힘써야 한다. 시민들이 옛사람들 남겨준 삶의 지혜를 이해하고, 정원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토대 구축 또한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히는 전라구례오미동가도(구례 운조루)의 주택과 정원
글·사진 _ 김홍렬 박사과정  ·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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