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기행] 신기자의 호주 탐험기, 브리즈번 - 1

이구아나가 터전을 마련한 로마 스트리트 파크랜드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6-11-02
골드코스트에서 전철로 2시간 떨어진 브리즈번은 호주에서 3번재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연평균 기온 20℃로 독특한 자연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로마 스트리트 파크랜드는 풍경식 정원, 유럽식 정원, 열대우림 등 다양한 풍경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원 곳곳에는 방문객을 맞이하는 집주인이 있다. 바로 이구아나다. 수십마리의 이구아나가 수변가에 모여 가만히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공원을 방문한 사람들과 함께 교감하면서 사람도 이구아나도 새도 모두 그저 자연의 일부분이 된다.

여행이 길어 질수록 한국의 조경과 애초에 비교할 수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기후와 환경에 따라 도시도 조경도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이구아나가 터전을 마련하고 있던 로마 스트리트 파크랜드는 어떤 모습일까. 

이구아나가 터전을 마련한 로마 스트리트 파크랜드


브리즈번 위치도




골드코스트로부터 전철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브리즈번에 도착했다. 골드코스트에서 출발 직전 숙소를 알아보다 로마 스트리트 파크랜드 (Roma Street Parkland) 앞에 위치한 장소로 당일날 구할 수 있었다. 호주는 전 지역적으로 쉐어하우스가 잘 발달돼 있어 숙소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단기 쉐어하우스를 이렇게 잘 구할 수 있다는건 사실상 운이 따라준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브리즈번은 호주 탈옥수를 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도시이다. 1859년부터 점차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해 갔다. 호주에서 3번째로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그렇다한 특징이 없어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브리즈번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감명깊은 장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로마 스트리트 파크랜드 Roma Street Parkland






로마 스트리트 파크랜드는 브리즈번 로마 스트리트 역 인근에 위치해 있다. 파크랜드는 2001년 조성된 시내 중심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열대 공원으로 다양한 테마 정원과 레크레이션 공간이 위치해 있다. 광장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형 극장이 조성돼 있다. 이곳은 오케스트라 콘서트로 사용되기도 한다.

입구에서부터 흐린 날씨에도 휴식을 취하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로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많다. 호주의 공원은 생각 이상으로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해 있는 것 같다. 매번 공원을 방문할 때마다 커다란 잔디밭마다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새들을 만나게 된다. 비둘기가 날개 짓을 하는 것만으로도 비명을 지르고 도망치기 바쁜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넓은 잔디 사이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오묘한 형태와 생감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리를 따라 배치한 붉은 색 계통의 벽은 푸른 잔디와 대비돼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사로잡는다. 강한 색채대비는 방문객들의 동선을 유도하는 기능도 있다.

조경은 예술적 감각이 많이 필요한 분야이다. 설계도면과 시공만 잘한다고 좋은 공간이 탄생될 수 없다. 동선 하나까지도 이용객들의 편의를 고려해야 하고, 각 공간에는 이용객들의 시각적, 촉감적 감각들을 고려한 자재 및 시설물을 적절하게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간 안에 도입되는 식재도 기후, 토양, 강수량, 풍향 등 모든 자연적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

호주를 여행하고 한 도시씩 방문할 때마다 색감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공간과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적절한 색감과 재질이 없다면 그 공간은 무척이나 초라해질 것이다. 조경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색채디자인도 함께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은 자체만으로도 심적인 안정감을 준다. 최초의 문명이 발달했던 곳에는 반드시 물이 있었다. 생태계가 형성되는데 있어서도 물은 가장 핵심이 된다. 사막에도 작은 생명체들이 사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비가 내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인류와 생물체의 DNA 속에는 물에 대한 욕구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조경에서 물은 시각·청각·후각·촉각을 자극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공간은 동적인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정적인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파크랜드도 수로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분수같이 인위적으로 물을 올려 보내는 시설물부터 독특한 형태의 포장 디자인이 눈에 띈다. 아이들은 바닥이 신기한지 아빠의 손을 꼭 붙잡고 수로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동선을 따라 걷다보면 풍경식 정원에서부터 인위적인 토피어리 정원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풍경식 정원은 주로 어두운 색 계통의 초본류와 밝은색 계통의 수목으로 색채대비를 주고 있다. 이런 대비감은 협소한 공간도 풍성한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 풍경식 정원은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했다. 수목이 뺏뺏해서인지 근처에 앉아 있으면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도 이 주변에 벤치가 많았다. 의자에 앉아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서양식 정원은 미적이고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전형적인 유럽식 스타일이다. 주로 시선을 가리는 수목보다는 낮은 지피식물과 관목을 사용하고 있다. 브리즈번의 기후는 연평균 기온 20℃에 해당해 식생이 자라기에 무척이나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화려한 정원 양식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은 대부분의 날씨가 매우 어둡고 침울하기 때문에 화려한 꽃을 재료로 하는 정원이 발달하게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지가 많아 정원이 발달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정원이 다른 방식으로 형성됐다. 우리나라의 전통 정원은 대체로 집 밖 풍경을 집안으로 끌어오는 식이였다. 이를 차경(借景)이라고 부른다. 





유럽식 정원이 국내에 도입된건 최근에서야 일이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성공리에 개최되고, 이후 2015년 수목원·정원법, 2016년 정원문화진흥조례가 잇다라 시행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정원 붐이 일기 시작했다. 올해 산림청에서는 2020년까지 정원산업을 1조 6000억 원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정원의 형식도 다양화 됐다. 올해 정원박람회는 순천시, 서울시, 성남시, 고양시에서 개최됐고, 규모도 조금씩 늘어났다. 늘어난 규모와 예산만큼 볼거리도 풍성해졌다. 시민들에게 정원 참여의 기회가 늘어나자 아파트 조경까지도 정원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에도 첼시나 쇼몽과 같은 수준 높은 플라워쇼를 기대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식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다. 식물의 생체리듬과 패턴을 분석해 식재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조경가들은 계획가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수목은 단기간에 크게 자라기도 하고, 어떤 수목은 장기간에 걸쳐 느리게 자라나기도 한다. 수형의 변화에 따라 지표면의 상태는 양지가 되기도 하고 음지가 되기도 한다. 식물의 생리를 완벽히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관리자의 역할도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원 곳곳에는 유니폼을 입은 봉사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의외로 상당히 많은 시민단체 소속의 전문가들이 자원봉사자들로 참여하고 있다. 공원을 관리하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인근 주민들이다. 공원이 잘 가꿔지면 결국 자신들의 생활의 질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터득한 것이다. 

이렇게 관리된 공원에는 다양한 생태계가 형성된다. 특히 로마 스트리트 파크랜드의 경우에는 유난히도 이구아나가 많이 보였다. 물가 주변에는 수십마리의 이구아나가 보였다. 공원 안에는 인간도 이구아나도 새도 모두가 자연의 일부분이 된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열대우림으로 우거진 장소로 이어진다. 높은 수목 사이로 데크 길이 이중으로 설치돼 있다. 지상에 설치된 데크 다리에서는 전경을 감상할 수 있고, 중간중간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새 소리가 들린다. 도심지가 아니라 완전히 동떨어진 열대우림으로 온 것 같았다. 

브리즈번은 아열대성 기후를 갖고 있어 공원의 전반적인 풍경이 이국적이였다. 멜버른과 시드니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여행이 길어지고 다양한 경관을 볼수록 한국의 조경과 애초에 비교할 수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기후와 환경에 따라 도시도 조경도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는 말처럼 어디가 좋고 나쁜 것은 결코 없다는 것을 조금씩 배워나가게 된다.
글·사진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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