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가을이 깃든 일본의 정원 - 10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102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16-12-16
강호철 교수의 경관일기 일본편,
아라시야마 명품정원 - 下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천룡사 주변.



교토는 겨울이 포근하여 소철도 정원수로 이용됩니다.



천룡사는 매표소가 너무 복잡하여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할 처지입니다. 그래서 대밭 숲길을 먼저 답사하기로 하였습니다.

천룡사 동측 외곽으로 이어지는 대나무 숲길로 가는 길. 일본원산의 가이즈까향나무 수벽(생울타리)과 대나무 담장.



















이 지역의 대나무는 역사적으로도 유명합니다. 전투용 죽창의 상당수가 이곳에서 공급되었답니다. 대밭 숲길의 연장이 300m 내외이지만 그 인기는 대단합니다. 발 디딜 틈 없는 인산인해가 가장 적합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필자는 20여년 전 이곳을 처음 답사하고 대나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향이자 직장이 있는 진주 남강변의 대나무를 적극적으로 지키고 활용하게 된 계기가 된 셈이지요.

이후 남강변 대밭 산책로는 시민들의 지극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한편 진주시에서도 지속적으로 대숲을 보호하고 관리하여 매력적인 도시숲으로 가꾼 결과 더욱 사랑받는 공원으로 기능하고 있지요.



남강변 대밭 숲길에서 바라본 모습. 진주성공원과 촉석루를 바라볼 수 있는 조망 쉼터(데크)가 2개소 마련되어 있습니다.





필자가 아침마다 산책하며 출근하는 대밭 숲길. 주기적으로 밀도 조정을 위한 솎음 간벌과 지속적인 관리를 통하여 건강한 도시숲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대밭 숲길의 끝자락에 위치한 오코치(대하내)산장과 천룡사가 오늘 답사의 목표입니다. 효율적 답사를 위하여 우선 오코치산장 부터 소개를 하지요.



이 정원은 입장료가 1,000엔 입니다. 결코 싼 금액이 아니지요. 그러나 매표소가 복잡할 정도입니다. 하루에 최소한 수 천명이 입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원 입장료에는 이 찻집에서 즐길 수 있는 말차 한 잔 값이 포함되어 있답니다.







야산을 이용하여 조성한 정원이라 경사지를 이용한 오솔길이 많이 등장합니다. 한편 이 정원을 조성한 오코치는 평소 불교에 관심이 깊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원 곳곳에 불상 등 종교적 의미를 지닌 소재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배우 오코치는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곳 자연에서 해소하며 평생을 지냈습니다. 정원을 조성하고 가꾸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생활이었던 셈이지요.





그가 머물었던 이 정원은 지대가 높아 저 멀리 교토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앞이 트이고 전망이 좋은 곳은 차를 즐길 수 있는 다옥이나 조망을 위한 쉼터가 조성되어 있지요.











자연을 크게 손상하지 않으면서 오솔길을 만들고, 자연스런 분위기의 다옥과 정원을 조성한 것이 이 정원만의 특징이자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자연 지형을 따라 설치된 계단식 오솔길은 편리하고 안전하며 매혹적이입니다. 가장 돋보이는 정원요소입니다.







야산 중턱의 숲속에 위치한 다실 건축물(다옥). 깊은 산중에 들어온 느낌을 받습니다.





다실 주변은 사방이 풍성하고 건강한 자연입니다.



다실을 지나면 곧 바로 숲속의 오솔길로 이어집니다. 정원이래야 자연상태의 숲이고, 정돈된 오솔길이며, 편리한 찻집이 전부입니다. 여기에 지나가는 구름과 솔바람 그리고 물소리, 새소리가 더해지면 정원은 완성됩니다.



오솔길을 오르다 보면 잠시 후 교토시내가 내려다보입니다.



시대극 배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원조성자 오코치(대하내). 이미 그는 세상을 떠난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평생을 바쳐 남긴 정원에는 오늘도 쉼 없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보람된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코치의 일생을 엿볼 수 있는 전시장.



야외에 마련된 다실.



다실에서는 울창한 대숲이 가득합니다.



다실.



매표소 입구.



대밭숲길 끝에서 보면 ‘대하내산장’ 간판이 보입니다.



산장을 나오면 번잡한 대밭숲길.



이곳에서 천룡사 동문은 가깝습니다. 혼잡한 대밭길을 200여 미터 지나면 매표소가 나타납니다. 이곳까지 대나무 숲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토의 정원에서는 대나무 소재가 많이 활용되지요. 간벌된 죽재는 가공되어 주로 울타리용이 되고, 대나무는 정원수로 즐겨 이용됩니다. 상록성인데다 줄기는 녹색을 지녀 더욱 인기랍니다. 키가 작은 조릿대 종류는 지피식물로 활용되지요. 지하경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부분 지중에 차단벽을 설치한답니다.









천룡사는 일본정원사에 큰 영향을 끼친 소게지(조원지)를 비롯하여 경내에 여러 가지 식물들과 정원이 매력적인 곳입니다. 식물원을 방불케 하는 백화원의 봄은 화사한 화목류들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지요. 가을 분위기도 좋아 많은 관람객이 보입니다.





어린이를 동반한 젊은 엄마들도 많이 목격됩니다. 오래전 겨울에 핀 노란색 꽃이 매혹적이었던 납매를 또 만났네요. 마침 열매가 아직도 매달려 있어 반갑게 동행을 하게 되었답니다.



백화원 뜰에는 지금도 꽃이 피어나고 향기가 가득합니다.







녹지보호를 위한 가장자리 처리도 기능적이고 아름답네요. 일본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탐방객들의 관심을 끌기위한 아이디어 같네요. 펜스 바깥에서 녹지내의 복기(복을 담는 둥근 그릇)에 동전을 던지는 놀이랍니다.



이곳에서도 연못에 동전을 투입하는 놀이가 한창입니다.



건물을 서로 연결하는 통로(장랑). 정원을 산책하듯 이동할 수 있지요. 중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시설입니다.











잘 다듬어지고 관리된 정원산책로(원로). 맑은 물이 흐르는 실개천에는 석창포 등 수변식물들이 보입니다.



나무 아래 그늘진 녹지에는 대부분 이끼로 피복되어 있습니다.



겨울 채비에 들어간 벚나무. 지난 봄날 그렇게 밝고 화사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물가에서 잘 자라고 어울리는 상록성 다년초인 석창포.



숲속의 오솔길을 따라 실개천이 함께 흐릅니다. 그래서 더욱 정감 있고 매력적입니다.













무소국사가 1343년 조성한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는 소겐지(조원지). 언제 찾아도 자연스럽고 평온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되고 오랜 시간 머물게 됩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연못은 오랜 세월이 지나며 모가 삭고 숙성되었습니다. 지금은 자연에 더 가까운 모습입니다. 정원은 결코 시간이 흘러야 멋과 향기를 뿜게 되는가 봅니다.





정원 작품에 몰두하는 작가 지망생들의 진지한 모습.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방장건물 뒤편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빕니다. 참선하기에 적합한 고요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아쉽기만 합니다.



해질녘의 차분한 분위기.





정원이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움과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인공적인 요소가 조화를 이룹니다.



방장건물 앞뜰의 소나무.



방장건물 입구의 고산수정원.







매표소 바깥이지만 사찰 경내. 적송의 붉은 피부와 애기동백 꽃이 눈길을 끕니다.



경내를 빠져나왔습니다. 아라시야마에는 업소들도 꽤 매력적인 정원을 자랑합니다.





시내서 잠시 걷게 된 뒷골목. 주차된 차량이 전무합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우리나라 도시의 뒷골목. 보행환경 개선을 통한 녹색교통 생활화는 요원할까요?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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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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