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기행] 신기자의 호주 탐험기, 케언즈 -1

액티비티의 천국, 케언즈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7-01-22
호주의 마지막 일정인 케언즈에 도착했다. 호주 여행을 시작한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호주는 끝과 끝이 무려 남극과 적도에 인접한다. 한 달간 지나왔던 도시들마다 서로 다른 기후 탓에 문화도, 분위기도, 생활모습도 제각기 다른 모습이다.

이번에 소개할 케언즈는 우수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1년 내내 온난한 기후와 다양한 액티비티가 발달해 있어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다. 케언즈에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색 체험들에 도전했다.

바다 위 14,000ft 높이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기도 하고,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스쿠버다이빙을 도전하게 된다. 다음화에 소개할 유네스코에 등재된 열대 우림에서는 원주민 쿠란다 마을을 구경하기도 하고, 길이 7.5킬로의 세계 최대 규모인 스카이 레일, 수륙 양용 차인 아미 덕, 1915년 세워진 열대우림 기차를 탑승하는 경험들을 하게 된다.

케언즈 편에서는 조경에 대한 설명보다 체험에 중점을 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지 않은, 다시 말해 어딘가에 구속되지 않은 가장 자유로운 상태인 이 순간들을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공유하고 싶다.


액티비티의 천국, 케언즈


케언즈 위치도



케언즈 Cairns

조용하고 평화로운 케언즈 거리 ⓒ신혜정 기자

여러 상점들이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다 ⓒ신혜정 기자

케언즈 갤러리 ⓒ신혜정 기자

타일로 만들어진 벤치가 저녁 노을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신혜정 기자

하늘색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케언즈의 저녁노을 ⓒ신혜정 기자

호주의 마지막 일정인 케언즈로 향했다. 케언즈는 퀸즐랜드주 북동부 해변에 위치해 있으며, 1년 내내 18~28도 정도의 온화한 날씨를 하고 있다. 뛰어난 자연경관 탓에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브리즈번과 마찬가지로 도심지 내에 인공 비치가 조성돼 있다. 인공비치인 라군(Lagoon)은 바닷가 바로 옆에 위치한다. 바닷가를 두고 그 옆에 인공비치를 조성한 이유는 일단 뻘이 있어 바닷물이 탁하고, 수영을 즐길 수 없을 만큼 거친 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바다 악어 출몰 지역이다. 시커먼 바닷물 속에 악어라니.. 생각만 해도 무섭다.

특히, 라군이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있다. 라군 안에 있는 시설물들인 바베큐 시설, 모래사장, 샤워시설 등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군의 이용시간은 오전 6시부터 밤 9시까지이다. 단, 수요일은 정오 12시부터 사용 가능하다.


인조 수영장 라군 ⓒ신혜정 기자

그늘보다 햇볕을 좋아하는 호주인의 모습 ⓒ신혜정 기자

하늘색과 수영장의 색감이 기분 좋게 만든다 ⓒ신혜정 기자

케언즈 시티에 도착하자 후덥지근한 더위가 느껴졌다. 숙소에 짐을 풀고 곧바로 라군으로 향했다. 시원한 물에 몸을 담구니 그새 더위가 가시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래 사장과 잔디밭에 누워 썬텐을 즐기고 있다. 호주라는 나라를 여행하면서 점차 인종의 차이, 기후의 차이, 문화적 차이가 인지되기 시작한다. 이전과 달리 나와 '다르다'는 것은 더 이상 불편한 것이 아니였다. 이제는 새로움으로, 설레임으로, 다양성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호주에 적응할수록 시커매지는 피부 탓에 이제는 한국인이라기 보다는 현지인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래서 일까? 마음가짐도 점차 변해갔다. 한국이라면 생각치도 못한 여러가지를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사고 한번 크게 쳐보기로 결심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Great Barrier Reef

선박장에 고정된 여러 개인 소유의 보트들 ⓒ신혜정 기자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산호초 전경 ⓒ신혜정 기자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로, 매우 아름다운 볼거리로 유명하다. 면적만 35만 55㎢에 달한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산호초를 직접 보기 위하여 이틀날 스노쿨링과 스쿠버 다이빙을 신청했다. 

하필 이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바다 날씨는 워낙 급변하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맑은 바닷 속을 볼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예정보다 일찍 철수해야 했다. 배가 출항하자, 거친 파도가 무섭게 달려 들었다. 괜히 중간에 돌아오는거 아닌가 불안한 마음이 서서히 들었다. 다행히도 목적지에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날씨가 맑아졌다.

산호초를 보기 위해 스노쿨링을 시작했다. 마치 이 날만을 위해 어릴 적부터 수영을 배운게 아니였을까 싶을 만큼 산호초는 아름다웠고, 또 감동적이였다. 깊이 들어 갈수록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였다. 육지에는 나무가 있다면, 바닷 속에는 산호초가 있었다!


ⓒMarc Henauer/Solent News

ⓒMarc Henauer/Solent News

언젠가 한번 호주 슈타이어마르크주(Tragoess)에 세계에서 유일한 수중공원(Green Lake Park)이 있다고 들어본 적이 있다. 마치 물 속 안에 공원을 조성해 놓은 것처럼 보이는 이곳은 원래는 물 밖에 있던 장소이다. 

1년에 한번씩 호숫가 주변에 있는 눈들이 녹으면서 벤치와 다리, 나무 등이 잠기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늘어난 물은 최대 12미터까지 불어나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수중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는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최근에는 다이버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공간들이 좀 더 발전을 한다면 엉뚱한 상상이지만, 바닷 속 테마파크까지도 생겨나지 않을까.


영화 '니모를 찾아서'가 생각나는 바닷 속 모습 ⓒ신혜정 기자

바다거북이 상당히 많다 ⓒ신혜정 기자

부르면 다가오는 거대한 나폴레옹피쉬 ⓒ신혜정 기자

만져주는걸 좋아해서 바다의 강아지라고 한다 ⓒ신혜정 기자

나폴레옹 피쉬와 함께 찍은 사진 ⓒ신혜정 기자

좀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기 위해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했다. 물 속에 들어가기 전 숨쉬는 방법과 기압 차이를 견디는 방법 등 기초적인 것들을 배웠다. 몸을 풀고 본격적인 입수를 시작했다.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 갈수록 특이한 수중 생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거북이부터 니모를 닮은 물고기에 이어 사람만한 물고기까지... 잠깐, 사람만한 물고기?

사진을 찍기 위해 도착한 장소에서 거대한 물고기, 나폴레옹피쉬를 만날 수 있었다. 생긴 것부터 특이한 나폴레옹 피쉬는 크기만큼이나 수명도 50년 정도 된다고 한다. 나폴레옹피쉬는 성격이 온순해 다행히도 다이버들과 친하다고 한다. 운이 좋게도 이 거대한 물고기, 나폴레옹피쉬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바닷 속에서의 진귀한 경험을 끝내고 크루저에 올라타 뷔페식 음식을 즐겼다. 상상이나 해봤는가. 낯선 나라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스노쿨링을 즐기고 있다니. ‘젊을 때 노세노세~’가 귓가에 들리는 듯 싶다. 


미션비치 Mission Beach

스카이 다이빙 대기실 ⓒ신혜정 기자

다음 날, 미션 비치(Mission Beach)에서 스카이 다이빙을 도전하게 됐다. 미션 비치는 약 14km 모래사장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다양한 해양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또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열대우림으로 가는 관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날도 오전 내내 비가 내릴 것처럼 흐렸다. 혹시라도 비가 내린다면 안정상의 이유로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 미션비치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 스쿠버다이빙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에 도착하자 간단한 설문조사와 신체검사를 하고, 약 2시간 가량의 대기시간을 가졌다.

마침 지루하던 탓에 혼자 신청했다는 아시아계 여성과 대화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녀도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걸쳐 여행과 도전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세컨드 비자를 취득하고 좀 더 호주에 머물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호주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 질수록 미래에 대한 고민도 점차 커져간다. 돌이켜보면, 살면서 자신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스카이 다이빙을 하기 위해 비행기로 이동하고 있다 ⓒ신혜정 기자

떨어지기 직전 모습 ⓒ신혜정 기자
14,000ft에서 바라본 모습 ⓒ신혜정 기자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모르겠다 ⓒ신혜정 기자

낙하산이 펴진 다음에야 비로소 한숨을 놓았다 ⓒ신혜정 기자

바다가 제법 가까워져 보인다 ⓒ신혜정 기자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심의 하이파이브 ⓒ신혜정 기자

초조한 시간이 지나자 맑아진 하늘과 함께 강습이 시작됐다. 긴장감에 대기실은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준비된 장비를 메고, 다시 한번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멈춰진 곳에는 작은 항공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항공기에 올라타자마자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바퀴가 돌아감과 동시에 서서히 기체가 떠올랐다.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육지와 거리가 멀어졌다. 어느새 구름 위로 올라간 항공기는 고도14,000ft에 다달았다. 문이 열렸고, 하나둘 기체 밖으로 사라졌다. (우리가 흔히 타는 일반적인 항공기는 30,000ft~40,000ft 고도에서 운행된다.)

'Are you ready?' 상황을 받아들이기 전에 이미 내 몸은 항공기 밖에 있었다. 중력이 없다는 낯설음은 온 몸에 경기를 일으킬 만큼의 공포감을 주었다. 곧 귓가를 울리는 바람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감았던 눈을 떴다. 그 순간 눈 앞에는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황홀한 기분에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나왔다. 길것만 같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고 곧 낙하산이 펴졌다. 

두 다리가 육지에 닿고 나서야 얼마나 짜릿한 경험을 했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날았다. 정말로 하늘 위를 날았다!!"

살면서 꼭 한번은 도전하고 싶었던 이색체험을 성공리에 해낼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 조경기행이 아닌 도전기를 다뤄도 되는지 고민했다. 오랜 고민 끝에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필요하다는 결심을 하고 글을 쓰게 됐다.

당시 필자는 대학교를 졸업해 단돈 50만원을 가지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했다. 며칠간 식당을 전전하며 하루 일당으로 돈을 모아 숙소를 구했고,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일을 늘려나가 평일 12시간, 주말 20시간을 일한 끝에야, 8개월 만에 1,200만 원의 여행경비를 모으게 됐다. 여자라서, 혼자라서,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모두가 안된다고 말했다. 

8개월 뒤, 한 달간 나홀로 호주 여행을 하고 있다. 멜버른, 시드니, 골드코스트, 브리즈번을 걸쳐 마지막 도시인 케언즈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꿈꿔오던 몇몇 도전들을 하나둘씩 이뤄나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한다는 게 부끄러운 감정부터 앞서지만, 이를 통해 다른 청년들 혹은 조경학도들에게 조금이라도 영감을 줄 수 있길 바란다.

다음 편은 호주에서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이후 유럽편이 연재될 예정이다. 그 동안은 최대한 조경지식에 포커스를 맞춰 이야기를 풀어갔지만, 이번화부터 한 명의 청춘으로써, 20대로써, 조경학도로써, 꿈이 많던 한 사람으로써 도전과 경험과 생각에 포커스를 맞춰 더욱 진솔한 이야기로 풀어 나가고자 한다.
글·사진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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