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식물학자 ‘린네’의 발자취를 찾아 - 1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140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17-08-02
강호철 교수의 경관일기 독일&북유럽편,

식물학자 ‘린네의 발자취를 찾아 - 1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이번 독일과 북유럽의 답사 일정에서 가장 기대하며 바라던 곳 중 하나가 식물학자 린네의 발자취를 살피는 것이었습니다.

‘식물분류학의 아버지’로 통하는 린네(Carl von Linnaeus, 1707-1778)는 스톡홀름 근교 작은도시 웁살라에서 태어나 웁살라 대학에 재직하였습니다.

웁살라(Uppsala)는 인구의 15%가 대학생이고 도시 전체가 캠퍼스로 이루이진 분위기입니다. 유럽의 대학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대학의 경계나 울타리가 없고 대학건물들과 기능들이 도시 곳곳에 산재되어 있습니다. 모든 도시의 체계와 기능들이 대학과 연계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웁살라는 대학도시로 불립니다.

필자가 식물공부를 시작한 것은 1972년입니다. 당시 수목학은 김영두 교수(진주농전과 진주산업대 산림자원학과에서 정년 퇴임 후 작고. 월간 ‘환경과 조경’지에 조경소재를 장기간 연재)님께서 맡으셨습니다. 우리나라 식물분류의 큰 틀을 정립한 서울대 임학과 이창복 교수의 후배이자 제자이시지요. 그래서 당시 식물의 분류체계와 2명식 학명에 관한 설명과 함께 린네의 업적에 관한 구체적 설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후 필자가 조경수목학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서울의 홍릉 앞에 위치한 중앙임업시험장(현, 산림청 산림과학원)에서 실습생으로 임할 때  김이만 나무할아버지도 뵙게 되었답니다. 당시 제가 소속된 부서의 장이 조무연(80년대 작고) 선생님이셨고, 실습생을 통제하고 지도하신 분이 초대 국립수목원장을 역임한 이원열 선생으로 기억되네요. 20대 초반 추억의 린네를 떠올리다 보니 여러 기억들이 스칩니다.




평소 식물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좋아한 저는 식물의 분류체계와 학명을 정립한 린네를 잊을 수가 없었답니다. 필자가 1980년대에 직접 스크랩하여 보관하고 있던 일간지 신문기사. 답사 떠나기 수 개월 전부터 이 기사를 보고 또 살피며 답사의 그날을 즐기며 기다렸지요.











마침내 웁살라 중앙역에 도착. 이 도시는 13만 규모의 소도시이자 대학생들의 세상이지요. 역전광장이 온통 학생들의 발이나 다름없는 자전거로 가득하네요.

도시 규모나 여건이 보행이나 자전거 등 녹색교통이 적합한 분위기입니다. 이를 잘 실천하고 자연스레 정착되어 있는 모습이 너무 반갑고 좋습니다. 역시 수도 스톡홀름보다는 한결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대학도시답네요.



버스정류장 유리 칸막이에도 식물 문양이네요. 린네의 도시답군요.









중앙역 주변이 자전거와 문화예술품이지요. 도시는 고풍스런 분위기에 맑고 깨끗한 작은 하천이 흐릅니다. 한편 도시 곳곳이 여유로운 자연이요, 젊음으로 활기가 넘친답니다.



첫 방문지는 ‘린네뮤지엄’인데 걸어서 10분 정도랍니다. 걷기에 참 좋은 환경이네요. 여기서도 차량은 보기 힘들고 자전거와 행인들뿐이랍니다.









편안하게 걷고 싶은 도시랍니다.



이 도시의 상징과 정체성은 식물학자 린네로 귀결되지요.



매력적인 거리에 푹 빠져 걷다보니 벌써 뮤지엄에 도착. 그러나 11시부터 개장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15분정도 주변을 살펴봅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작은 하천이 너무 아름답고 예쁩니다. 이곳이 시민들의 뜰 같습니다.









아름다운 강변 모습은 물론, 벤치 하나 까지도 디자이너의 고민한 흔적이 읽혀지네요. 정말 여유롭고 매력이 넘치는 도시환경이 부럽습니다.



드디어 기대하던 ‘린네 뮤지엄’의 문이 열립니다. 뮤지엄이라 하지만 실제 이곳은 ‘린네 기념관’으로 표현함이 좋을 듯 싶습니다.



‘린네 뮤지엄’의 공간 평면도. 실제적인 뮤지엄은 숙소를 개조한 3번 건물이지요. 출입구 좌측에 위치한 4번은 매표소와 기념품 판매장, 1번은 체험학습 기능과 화장실, 그리고 A-G Zone은 식물 표본원이자 정원입니다. 넓은 면적은 아니지만 깔끔하게 정리정돈 되어 있네요.



뮤지엄 입구광장. 크게 성장한 마로니에가 좁은 통로 양측에 짝을 이루고 있네요. 답답해 보일 정도랍니다.



린네와 만나다. 2017. 7. 25
린네 동상은 뮤지엄 건물의 입구 좌측에 있답니다. 저와는 이번의 만남이 초면이지만 결코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반갑네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린네 선생님과 손잡고 기념촬영을 했답니다.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을 지낸 최재천 교수는 진화론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연구업적을 기리는 한편, 인간적 그리움과 존경심을 담은 다원의 상징물과 공간을 조성하였지요.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답니다. 앞으로 국내의 수목원이나 식물원에도 린네를 상징하는 기념물이나 공간이 마련되길 기대해봅니다.



린네의 초상화(1753년). 보존가치가 높은 기념물로 등재되어 관리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 뮤지엄과 야외의 뜰(식물 전시포장)은 그가 1743년부터 1778년 까지 오직 식물을 수집하고 관찰 연구하며 학생들을 교육하던 곳입니다. 살던 집은 개조하여 전시공간으로 전환되었고, 뜰은 옛 모습 그대로라고 합니다.

이 식물원은 스웨덴 최초의 식물원으로 1745년 당시 린네가 재정비한 상태를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린네는 이곳에서 이명식으로 구성된 학명 등 식물의 분류체계를 정립하였지요. 이곳에는 그 당시 린네가 직접 수집하여 가꾸던 식물 1,300 여종이 온전하게 보존 관리되고 있다고 하니 실로 감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린네의 활동 모습의 그림과 뮤지엄 운영에 관련된 1935년 당시에 작성된 서류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린네의 자필 노트. 경기도 포천군(광릉)에 위치한 국립수목원 표본실에는 이창복 교수님이 기증한 수목 표본과 노트가 퍽 인상적이었는데...



기존의 식물원을 재정비한 평면도. 린네가 설계하였고 현재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가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며 연구하던 서재와 거실 침실 복도에는 많은 유품(즐겨 감상하던 그림, 다양한 다기류, 기타 수집품 등)들과 기록물들이 수수한 모습으로 진열되어 있습니다.











식물을 스케치한 모습도 보입니다. 작은 침대도 망가진 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가 오르내리던 돌계단을 내려오며 아쉬운 작별. 다음 코스는 그가 고뇌하며 설계하고 일군 정원(식물 관찰 표본원)입니다.



기념관 앞의 동상.







하루에 몇 차례 가이드투어가 있다고 합니다. 이곳은 연중 개장하지 않고 4-10월만 개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문시에는 반드시 개장 일정과 시간을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목본과 초본식물이 두루 재배되고 있네요. 여름이라 화사하게 핀 꽃들이 눈길을 끕니다.





Sunken 처리된 연못공간.







습지식물을 위한 공간으로 유수지 기능도 부여된 듯.



간이 보온시설.



땅 가름용 생울타리는 주목을 비롯하여 회양목과 가문비나무가 주로 이용됩니다.





이 뜰은 경관이나 생태, 디자인이나 시각적 의미보다는 분류를 체계화시키고 학명을 창시한 식물학자 린네라는 인물의 상징적 관계성 때문에 보다 세세하게 살펴보게 됩니다. 다소 과민하게 반응하는 필자의 집착에 독자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바랍니다.











모든 표찰은 학명으로 표기되어 있지요.





표본원의 전경









필자에게는 실로 중요하고 의미가 충만한 곳이기에 보고 또 되돌아보고, 느끼고, 기록하며 2시간 이상을 이곳에서 머물렀습니다. 아직도 웁살라 대학과 식물원 그리고 성을 살펴볼 시간이 남았습니다. 또한 웁살라를 떠나 스톡홀름에도 답사할 곳이 기다리고 있다. 마음이 더욱 바쁘고 쫓깁니다.

오늘 린네와의 만남이 꿈만 같습니다. 일생의 숙제를 시원하게 해결한 홀가분한 기분도 드네요. 한편으론 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도 발길을 무겁게 한답니다. 어떻든 20대 초반 김영두 은사님으로부터 소개받은 린네 선생님을 뵙게 됨은 일생의 영광이요 추억으로 기억하리오.

저의 답사 기록물인 ‘경관일기’는 우리 제자들도 즐겨 보고 있지요. 그러나 린네에 관한 이번 편은 아마 반응이 반반으로 나눠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조경수목학 강좌에서 학명에 대한 많은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있지요. 중간이나 기말고사 불문하고 수십 개씩 반복하여 출제되니까요. 그렇지만 학명을 창시한 린네는 미워하지 않길...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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