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창조적 ‘진화’가 필요하다

[인터뷰] 홍광표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라펜트l기사입력2018-01-07
정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정원박람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산림청은 ‘국민이 행복한 정원정책 1,000일 플랜, 10대 과제 추진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해외 저명한 정원쇼 첼시와 쇼몽에도 한국 작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도 정원의 활성화를 위해 발 벗고 뛰는 이가 있다. 홍광표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이다. 도시생활인을 위한 치유 휴식 관상용 정원 ‘가든볼’ 연구 제작부터 울산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정원박람회인 ‘태화강정원박람회’까지 그의 정원을 위한 올 한해 계획은 가득 차있다. 이러한 그에게서 ‘정원의 진화’와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홍광표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2018년이 밝았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조경인들에게 신년인사 부탁드린다.

지난해 조경단체총연합을 비롯해 조경학회연합이 출범하면서 함께 모여 조경의 바닥을 새로 다지는 작업을 했다. 올해는 다져진 바닥 위에 기둥을 세우는 일을 해야 한다. 그 작업을 새로 출범한 조경단체 모두가 힘을 모아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분야의 외연을 넓히는 작업을 해야 한다. 건축이나 도시, 미술분야에서는 공격적인 외연확장작업을 하고 있다. 여태껏 해왔듯 우리 영역을 지키겠다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한다면 우리 영역은 계속해서 잠식되고 말 것이다. 외연확장작업은 상대방을 잘 연구하고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뚫고 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러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노력이 없어 아쉽기만 하다.

이러한 외연확장작업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 학회에서 주시하고 있는 분야는 공공디자인분야이다. 처음 조경공부 할 때는 지금 공공디자인 분야의 몫이 되어버린 게시판, 안내판, 시설물, 정원등까지도 조경의 영역에 속했었는데, 요즘은 조경에서 이러한 일을 하는 업체들이 거의 없다. 이에 따라 공공디자인 영역에 정원이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학회뿐만 아니라 단체총연합에서도 실제적인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와 연관되어 있는 영역들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러한 문제점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서 어떤 작업을 해야 할지에 대해 연구하고 적실한 수단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 분야에 다양한 기둥을 세우는 작업들이 올해는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2017년 3월, 산림청 연구개발과제로 도시생활인을 위한 치유 휴식 관상용 정원 ‘가든볼’이 선정됐다. 현재 진행상황과 올해 계획은?

지난해 12월, 산림청의 가든볼 1차년도 연구 성과 평가 결과, ‘우수’ 평가를 받았고 계속지원 연구과제로 선정이 됐다. 1차년도인 작년에는 사례조사, 특허관련 조사, 가든볼의 디자인 연구, 의장등록, 가든볼에 적합한 식물소재연구 등 기초 작업을 주로 했다. 조사결과 아직 가든볼과 유사한 상품은 확인되지 않아서 개발가치는 충분히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1차년도 연구결과로 미루어 봤을 때, 가든볼은 소비계층이나 설치장소 등에 있어서 확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실내뿐만 아니라 실외까지 확장할 수 있고, 주거용뿐만 아니라 상업용이나 업무용 건물에서도 최적화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이다. 1차년도 연구결과 우리가 목표했던 것을 훨씬 상회하는 성과를 얻은 것은 확실하다.

올해는 기술개발과 모형제작에 대한 일들을 주로 진행하게 된다. 가든볼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한정된 공간 안에 정원식물을 도입하는 환경(식재기반, 온도, 조도, 습도, 공기유통 등)적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을 조성하기 위해 작년말 일본 오모테산도 수직정원과 신야마구치역사에 있는 패트릭 블랑의 작품을 시공한 업체 parkERs와 기술이전 계약을 했다. 1월 중 일본에 가서 기술이전을 받고, 서울시립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는 식재기반이나 식물재료와 비교한 후 실제 시제품에 적용할 기술을 선택한 다음 ㈜디자인파크개발에서 개발하고 있는 실제 모형에 적용하게 된다. parkERs가 우리들에게 좋은 기술을 이전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기술이전을 받고 식재기반까지 우리가 제작할 수 있게 된다면 완전히 국산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가든볼의 모형 또한 방의 벽면, 베란다, 로비 등 공간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 대안을 찾고 있다. 크게는 선이 아름다운 볼 형태와 공간 손실률을 최소화할 수 있는 큐빅형태가 될 것이며, 입구를 제외한 3면에 식재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 대안을 가지고 올해는 실제 모형을 플라스틱이나 나무 등으로 만들어서 디자인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환경조건을 만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을 하여 디자인적으로 더불어 환경적으로 최적화된 가든볼을 연구하고, 내년에 완성품을 만들어 특허를 낼 계획이다.

산림청에서 일자리창출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는데, 가든볼이 설치된 장소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해 식물을 갈아주거나 환경을 점검해주는 코디네이터를 활용한다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산림청에서도 기대가 크다.


태화강정원박람회 조직위원장으로서 박람회 소개 부탁드린다.


태화강 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회의 ⓒ울산시

태화강정원박람회는 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 학회에서는 이것을 정원문화 확산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보고 있다. 

정원박람회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정원의 ‘진화’를 견인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과거 전통정원들의 질적 수준은 풍류를 즐기고 자연을 완상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해외의 정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는데 조선시대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지금까지 정원문화뿐만 아니라 디자인이나 시공의 발전 또한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정원의 상태를 진화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정원조성비가 적으면 예산 범위 내에서 정원을 조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원의 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태화강정원박람회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작가들이 운용할 수 있는 정원조성비를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잡았다. 쇼가든의 경우 조성비 최소 5천만 원, 상금 1천만 원으로 잡았고, 작품조성 경력이 없는 신진작가들에게도 조성비 2천5백만 원에 상금을 5백만 원을 지원한다. 기업 후원이 가능해지면 더 올릴 수도 있기 때문에 울산시와 함께 스폰서를 다각도로 찾고 있다.

정원박람회가 정원의 진화를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전시성 행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최근 발표된 바에 따르면, LH 가든쇼도 6천만 원의 조성비를 지원하고, 경기정원문화박람회도 조성비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점차‘제대로 만든 정원’을 가지고 정원박람회를 할 수 있게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태화강정원박람회의 가치는 한국정원의 진화와, 정원문화의 확산, 그리고 공공정원의 대중화를 위한 전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각각 1억 2천만 원의 조성비를 투입해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조성한다. 이들의 정원을 통해 한국의 정원작가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었다. 우선 첼시플라워쇼에서 6년 연속 골드메달을 수상한 일본의 이시하라 카즈유키의 정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2017년에 그는 펠시에 출품한 ‘Gosho No Niwa No Wall, No War’에서 그는 유리정자를 통해 일본정원을 현대화시키는 작업을 했다. 이 작품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일본의 다원 즉 노지정원을 보면 깔끔하고 명쾌한 일본정신이 엿보이는데, 지난해 선보인 정원에서는 세련된 유리정자에 찻상을 차려놓아 일본의 전통적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고, 정원의 현대적 해석을 시도하였다.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식재 또한 자연적으로 형성된 식생경관을 그대로 연출한 디테일을 볼 수 있어서 경이적이었다. 올해 하우스텐보스에서 열린 가든쇼에도 이시하라의 작품이 출품되었는데, 이 작품도 일본의 전통정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수준 높은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이시하라가 작업하고 있는 일본정원의 진화를 위한 시도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의 조경인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이다. 일본 근대정원의 작풍(作風)을 이끈 시게모리 미레이라는 걸출한 작정가 역시 일본정원의 현대화를 위해 자신을 던진 사람이다. 

프랑스 북부의 랑스(Lens)에 지은 루브르뮤지엄 전면의 정원을 조성한 프랑스의 권위 있는 조경가 꺄뜨린 모스박의 정원 또한 볼 수 있게 된다. 꺄뜨린 모스박은 정원박람회에 출품해서 유명해진 사람이 아니라 프랑스 최고의 조경가로, 프랑스 전통조경이 가지고 있는 정신과 철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다. 이밖에도 영국의 권위있는 정원작가도 섭외 중에 있다.

이러한 작가들을 모시는 것은 단순히 유명하기 때문이 아니다. 박람회의 주제인 ‘태화강의 역사, 문화, 생태’를 가지고 정원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에 대한 그분들의 해법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일본의 디테일, 프랑스의 정형성과 규범성, 영국의 자연성 등을 설계언어로 하여 울산에서는 어떠한 작법(作法)을 동원할 것인지 보고 싶다. 이들의 정원을 통해 한국정원의 진화에 대한 방향과 대중화에 대한 배우고자 한다.


 2017년 첼시플라워쇼, ‘Gosho No Niwa No Wall, No War’ ⓒRHS


2016년 첼시플라워쇼, ‘Senri-Sentei - Garage Garden’ ⓒRHS

그리고 대상지와 주자창을 연결하는 ‘십리대숲교’라는 다리를 리모델링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2017년 미국건축가상을 수상한 영국 건축가 앨런 파워(Alan Power)가 리모델링 설계를 하고 창조건축과 교량전문 업체가 시공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1월 중 앨런 파워와 함께 울산을 방문하여 그동안 진행해온 설계에 대한 검토를 할 예정이다.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에 정원을 조성해 정원문화 확산과 대중화·생활화를 기하고자 하는 이번 태화강정원박람회를 통해 정원의 진화를 견인하고 정원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는 작업을 하고자 하는 것은 올해 한국정원디자인학회에서 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업이다. 박람회는 4월 13일(금)부터 21일(토)까지 9일간 태화강대공원의 4만㎡ 면적의 정원박람회 부지에서 개최된다.


이밖에도 2018년 역점 사업은?

올해 학회지를 연구재단에 등재하려고 한다. 또한 정원조성을 하는데 있어서 작가들이 힘들게 생각하고 있는 열악한 부분을 개선하고자 한다. 정원조성 시 단가를 현실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품셈에 관한 연구와 정원표절의 범위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특히 표절에 대해서는 예술작품이기에 기준이 애매한 측면이 있어서 분명한 기준이 없으면 지속적으로 논란의 대상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원과 관련된 분야들, 조경, 원예, 건축, 산림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라운드 테이블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산림청이 정원정책 10대과제를 내놓았고, 내년에는 첼시와 쇼몽에 한국 작가들이 이름을 올리기도 하는 등 순풍이 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성화가 어려운 상태다. 정원이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신다면?

우선 정원이 대중화되고 정원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으로 그것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제 정원은 과거처럼 프라이빗가든이 아닌 퍼블릭가든의 성격을 가져야 하며, 도시 내에서 작동하여야 한다. 지난 달 우리 학회가 주관한‘도시정원의 조성과 작동 전략을 모색하는 국제학술회의’에서 기조발제자인 코시미즈 하지메 일본 도시녹화기구 이사장과 만프레드 뉴브란덴부르크대학의 쾰러교수도 도시에서의 정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 자리에서 정원과 공원의 차이점을 여러 차원에서 논의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정원은 건물과 상관하는 것이고, 공원은 길과 상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정원의 개념을 명확히 하면,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나 「건축법」이 「정원법」과 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그렇게 될 때 정원의 활성화가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민간부문에서 인공지반에 정원을 조성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점차 법적, 제도적으로 정원이 도시에 조성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 조경계가 직면한 공원일몰제, 환경복원 등 다양한 당면문제를 정원이라는 공간개념을 통해서 풀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적으로는 ‘전통의 현대적 계승’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작금의 정원을 보면 한국의 전통정원에서 보였던 사상이나 철학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아파트에서 시도하고 있는 정원의 조성을 봐도 서양식 정원을 흉내 내는 작품들이 많다. 이렇게 되어서는 한국성을 가진 정원의 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전통의 현대적 계승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통정원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에서 어떤 요소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 재료의 사용에 대한 문제, 공법의 전환문제 등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사용하였던 정원요소인 정자, 못 등을 별다른 노력 없이 그대로 모방한다면 그것은 현대정원가들의 창조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한 지금은 재료의 선택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전통정원에서 사용하였던 재료들을 현대적으로 바꾸어 연출하는 노력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식물재료는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다. 물론 그러한 재료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신공법, 신기술에 대한 전문성도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이 없이는 전통의 현대적 해석은 꿈꾸기 어렵다. 

정원산업은 정원문화가 활성화되면 자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산림청에서는 미래 정원산업규모를 1조3천억까지 내다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3조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수만 가지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원산업의 발전은 ‘수출’을 통해야만 역동적으로 키울 수 있는 것이다. 한국성을 가지고 있는 정원 산업, 이것은 세계의 정원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정원을 그린인프라로 바라보는 것이다. 도시는 이제 빈 땅을 찾기 힘들다. 과거 가지고 있었던 면적인 공간들은 거의 없어졌다. 이제는 선적이나 점적인 공간을 가지고 도시를 연결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린인프라는 지면뿐만 아니라 인공지반까지 연결해야 하며, 옴스테드가 얘기했던 그린시스템과도 연결이 되어야한다. 이제는 그린인프라뿐만이 아니고 블루인프라까지 연결되는 입체적 인프라스트럭춰를 형성하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그린인프라는 녹지공간이고 물의 공간인 블루인프라가 이것에 연결될 때 비로소 정원이 도시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비가 오면 빗물이 전부 사라지는 도시환경에서는 블루인프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그린인프라와 블루인프라의 결합은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부각되는 스마트 시티를 위한 기본적인 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린인프라와 블루인프라를 결합시키고, 분절·중첩시키는 과정에서 도시정원은 도시환경에 매우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박람회를 통해 많은 신예 정원작가들이 탄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의 행보가 불투명한 문제들도 많은 정원작가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다. 이에 대한 해결법이 있다면?

새롭게 탄생하는 신예 작가들, 정원전문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전문가들이지만 제대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없고, 전문가로서 충분히 대접을 하지 못하는 사회적 환경으로 인하여 그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향후 도시정원이 활성화되고, 정원과 건축, 원예, 공공디자인분야와 정원이 융합시킨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폭발적인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정원가를 단순히 국가정원, 지방정원, 공동체정원, 민간정원에 필요한 가드너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지금까지 조경분야에서 생각한 정원은 이제 그 속성이나 성격을 달리하여야 하며, 그러한 전문성을 얻기 위한 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져야한다. 그렇게 될 때, 정원은 조경가가 중심이 되는 분야가 될 수 있으며, 지금처럼 어려운 조경분야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에 마치 조경과 정원이 서로 다른 분야이고 조경과 정원이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정원은 공원처럼 분명히 조경가의 영역이다. 


정원을 오랫동안 연구해오셨고 조성하셨으며 정원을 대표하는 학회의 장이신 만큼, 정원의 매력을 꼽아보자면?

우리가 생각해온 한국의 정원은 풍류의 장이고, 자연을 완상하는 공간이 분명하다. 그러나 과거의 정원은 조성하는 이와 향유하는 이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조성하는 이와 향유하는 이가 다를 경우 향유하는 이는 정원의 참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드러난 모습만을 보는 나그네일 뿐이고 조성하는 이는 아무 생각없이 정원을 조성하는 노동자일 뿐이다. 이 시대는 그렇게 겉모습만 존재하는 정원의 경영자를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LH 동탄 여울공원 내 정원을 조성하면서 ‘직접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이러한 즐거움이 곧 정원의 매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정원에서는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고, 식물이 도란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꽃이 초대한 나비와 벌의 웅성거림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다. 자연을 잉태하는 이가 바로 정원사이고, 그것을 키우고 만들어가는 이가 바로 정원사인 것이다. 과거에는 정원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재력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로 제한되어 있었지만 공공정원이 활성화되고 도시정원이 대중화된다면, 모든 사람들이 정원을 소유하는 정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정원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인간본연의 자세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새해를 맞이한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린다.

올해는 황금개띠의 해인 무술년입니다. 조경인 모두 풍요로운 한 해를 보내시고,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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