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사막에서 루브르 박물관을 만나다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177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18-02-06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177


강호철 교수의 경관일기 UAE 아랍에미리트편

사막에서 루브르 박물관을 만나다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이번에 UAE를 다시 찾게된 이유 중 하나가 지난해 11월 11일 개관한 루브르 아부다비(Louvre Abu Dhabi) 박물관입니다. 10년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분관이 탄생한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2012년 문을 연 랭스 분관이 있지요. 파리를 여러 차례 답사하여도 루브르 박물관에 머물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습니다. 또한 입장하여도 수많은 인파와 전시물에 주눅이 들어 제대로 감상할 처지가 못 되었던 게 사실입니다. 조경학을 전공한 필자 역시 그림이나 예술에 관한 해박한 지식도 없기에 항상 겉핥기식 관람을 하지요. 오히려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내부보다는 외관이나 주변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니까요. 그래서 이번 아부다비 분관을 더욱 기대하게 되었답니다.







이곳에 대한 관심과 기대로 아침 일찍 도착하였답니다. 해안지대라 그런지 짙은 안개가 끼었네요. 한편 입장 시간이 10시라 한참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박물관 주위는 넓은 녹지대와 공원이 에워싸고 있지만 안개의 시샘이 만만찮네요.





박물관 부지 주변 바다와의 경계면은 수직옹벽으로 쌓지 않고 계단식으로 처리하여 보다 안정감이 있네요.



우리 세 가족 입장권의 모습이 모두 다르네요. 요금은 인당 60디람(한화 약 18,000원). 그동안 해외 답사를 다니며 수없이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둘러보았지만, 이번만큼 긴장하고 애타게 기다리다 입장한 경우는 없었답니다.









아침부터 꽤 많은 방문객들이 찾네요. 하기야 암스테르담 시내의 고흐미술관은 세 번 방문 했는데 모두 1시간 이상을 뙤약볕에서 기다렸던 아픈 추억이 있지요.













전시관은 1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별도의 어린이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는 규모는 물론 내용면에서 비교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열악한 환경의 사막도시에서 세계적인 미술품을 운영한다는 발상 자체가 가히 파격적이라 생각됩니다.

















이곳에는 UAE 정부가 소유한 유물과 루브르에서 대여한 작품 등 6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앞으로 구겐하임 박물관과 자이드박물관을 연이어 개관시켜 명실상부 세계적인 문화도시로의 원대한 변신을 꿈꾸고 있답니다. 매장된 석유와 가스만으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다는 판단이겠지요. 최근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의 큰손들은 대부분 아랍에미리트와 손이 닿아 있답니다. 이곳에서 경제(돈)의 위력과 문화의 힘을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여러 사람들이 이곳에서 발길을 멈추고 기념 촬영을 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이지요. 저도 그림의 진품을 여러 번 감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여기처럼 복잡하지 않고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경험은 처음입니다. 촬영에도 아무런 제약이 없어 오히려 훼손될까봐 걱정이 됩니다. 제가 고흐 작품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참고로 이 작품은 최근 UAE에서 구입했답니다. 거래 가격이 한화로 약 5천억이랍니다. 그래서 돈과 문화의 위력을 생각하여 보았답니다.





















전시장은 넓고 여유롭네요. 관람객도 복잡하게 밀려다니지 않아 좋았답니다. 제 기억으로는 가장 오랜 시간을 실내에서 머물며 감상했다고 자부하고 싶네요. 자욱하게 낀 해무(바다 안개) 덕분에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순로를 따라 전시장을 돌다 나오면 광장처럼 넓은 로비네요. 아주 높은 천장은 밤하늘의 별빛 같은 느낌을 주네요. 시시각각 빛의 분위기가 변한다고 합니다. 한편 정면은 바다로 연결된 트인 공간입니다. 실내의 전시공간에서도 천창을 이용한 자연광의 도입이 특이하였지요. 어둡고 높은 천장 틈새에서는 이상한 새소리가 들리네요.

루브르 박물관의 본관 면적이 150,000㎡, 랭스 분관이 28,000㎡, 이곳 아부다비관이 24,000㎡입니다.











실내와 연결된 로비에서 주변의 바다가 보입니다.





어린이를 위한 특별관.





지붕 사이 틈으로 투과되는 빛의 조각들이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시간에 따라 빛의 강도가 다양하게 변한다네요. 어린 시절 시골 밤하늘을 수놓았던 은하수 같습니다.





로비와 복도에는 자연 채광이 잘 되어 있네요.







기념품숍은 아직 특별함이 없어 보이고 가격은 매우 비싸네요.





나오는 복도와 출구.



실내에서 무려 2시간 정도를 버텼네요. 이제 안개가 걷히고 제법 시계가 확보되나 봅니다. 주변의 공원이 꽤 넓은 편이나 시공된 지 오래지 않아 아직 허술합니다. 녹음수로 식재된 야자수들도 아직 활착이 되지 않아 기둥이나 다름없네요.

























박물관을 에워싼 주변 녹지와 정원의 주(골격) 수종이 야자수이지요. 지금은 다소 삭막하고 멋 적어 보입니다. 그러나 사막지역에서 야자수만큼 잘 자리고 품위 있는 수종은 없지요.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빨리 활착되고 수형을 회복한답니다. 그래서 비슷하고 반복된 이미지 같지만 소개를 합니다.





샤르자의 팜 가든입니다. 10여 년 전의 식재 초기 모습이 꼭 저랬답니다. 앞으로 2-3년 지나면 저런 모습으로 수형이 회복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야자수는 가지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잎이 나오면 정상 수형으로 곧 회복되지요.

















박물관의 전시장에서 나와 주변을 살펴봅니다. 안개가 걷히며 햇살의 위력이 느껴지네요. 특히 건물과 구조물들이 밝은 색상이라 더욱 눈이 부시고 덥네요. 그러나 습도가 없어 직사광선만 피하면 쾌적합니다. 주차공간도 여유롭고 주변 공간이 웬만한 도시공원을 방불케 하네요.

아직은 어색하고 녹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삭막한 상태라지만, 머지않아 멋진 명품 숲으로 변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옥외 통로의 해가림 시설. 여름에는 45도까지 오른답니다.













대부분의 구조물들이 밝은 흰색 계통이네요.



본관을 감싸고 있는 해안선 처리가 멋지네요. 곡선형의 계단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잔잔한 호수처럼 위요되어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된답니다. 













프랑스가 낳은 천재 건축가 Jean Nouvel이 설계를 맡았다고 하네요. 야자수를 모티브로 한 돔 모양의 아랍건축 양식을 추구하였답니다. 지붕에 난 7800여 개의 틈(구멍) 사이로 조각난 햇볕이 들어오는 재미난 구조이지요. 바다에 우뚝 떠 있는 지붕이 인상적입니다. 주변이 바다이고 낮은 사막 지대라 멀리서도 쉽게 보입니다. 꼭 제주도의 오름을 닮았네요. 지붕 돔의 지름이 180m이고, 활용된 금속재의 무게가 무려 7500ton 이랍니다. 단순하면서 중후한 매력이 돋보이지요. 그래서 지붕모습만 수 십 컷을 남겼답니다.





















조경은 아직 볼품이 없지요. 그러나 모든 녹지에 관수시설을 이미 갖추었고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수반되므로 곧 안정되리라 봅니다. 특히 야자수 대경목을 많이 식재하였기에 생각보다 빨리 녹화가 예상됩니다. 지피식물과 우드칩 등 멀칭재도 적극 활용하네요.











사막에서의 박물관 체험은 기대 이상의 수확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수 년 전 암스테르담에서의 경험입니다. 국립공원 깊숙한 곳에 멋진 미술관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먼 길을 물어물어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유명한 ‘크롤러 뮐러 미술관’이지요. 잘 보존된 국립공원의 울창한 숲속에서 고흐 작품을 비롯한 교과서에서 봤던 명화들을 만났던 감동적인 추억이 너무도 생생하네요. 모래 폭풍이 몰아치는 사막의 도시에서 문명의 향기를 접할 수 있음은 실로 파격이지요. 이는 곧 미래도시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됩니다. 네덜란드 국립공원과 UAE 사막에서 다시 만나게 된 고흐를 오래토록 추억해야겠네요.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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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hul@gn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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