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디프 플라워쇼 동상 수상자, 신명자 정원작가

″안정적이고 편안한 공간을 디자인하는 좋은 디자이너가 되겠다″
라펜트l신혜정 기자, 김지혜 기자l기사입력2018-05-04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RHS에서 주관하는 올 해 첫 번째 정원박람회인 '카디프 플라워 쇼' 재생정원 부문에서 신명자 작가가 'The Reflection in the Past Garden (과거의 회상)'으로 동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과거의 회상'은 어린 시절 봄꽃과 꽃나무가 흐트러진 앞마당에서 고무 대야에 물을 받아 놓고 친구들과 장난치며 뛰놀던 행복한 기억을 현대의 모던한 정원으로 다시 살린 작품이다. 

“땅은 자연이 새긴 기억, 인간이 새긴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땅의 얘기를 들어야 좋은 designer가 된다” 

신명자 작가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공간을 디자인하는 좋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외국인 최초로 카디프 플라워 쇼에서 수상한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신명자 정원작가

카디프 플라워 쇼 동메달 수상자_신명자 작가

영국 RHS(영국왕립원예협회)에서 주관하는 ‘카디프 플라워 쇼’에서 동메달을 수상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디자이너로서 데뷔라 할 수 있는 작업을 RHS에서 주관하는 카디프플라워쇼에서 시작했다는 게 남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디자인 작업 후 쇼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모험이었고 배움의 단계였던 것 같습니다. RHS의 경험 많은 매니저들과 함께한 작업은 앞으로 제 활동에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경우, 카디프 플라워 쇼에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출전한 것이기도 했지만, 외국인으로도 최초의 참가였습니다. 그 만큼 현지인분들도 관심을 가져주셨고 제 작품을 굉장히 특색있게 생각해 주셨신 것 같습니다.

카디프 플라워쇼에 대해 어떻게 알고 출전하시게 된 건가요? 진출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카디프 플라워쇼'가 RHS 홈페이지에 게시가 되었는데, 당시 다니고 있던 '인치볼드서울 디폴로마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원래 시공 쪽 일만 했었다가 디자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공부하고 있던 과정이였습니다. 최근 재생정원이란 테마도 재밌어 보였고, 디자인공부를 마친 후 공모전에 참여하기로 계획을 하였기에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카디프 플라워 쇼는 RHS에서 주관하는 5개의 플라워쇼 중 하나로, 영국 웨일즈 수도인 카디프에서 1년 중 제일 처음 개최되는 행사입니다. 첼시플라워쇼에 비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RHS에서 전년도보다 투자해서 육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The Reflection in the Past Garden(과거의 회상)‘ 작품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과거의 회상'은 일상을 정원으로 연결하는 구성이었습니다. 여러 소재 중 욕조, 옷걸이, 우산대가 소재로 와 닿았고 그 중 욕조를 중점을 둔 정원을 구상하였습니다.어렸을 때 1970년대인데요 그 당시 욕조는 부유층들이 사용하는 고가의 물건이었습니다. 때문에 서민가정에서는 통상 고무대야에 물을 담아놓고 실내에서 목욕을 하기도 하고, 마당에선 물놀이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욕조가 지금은 누구나 가질 수 있고 또 흔하게 버려지기도 하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이용해보자 생각했습니다.

실내와 외부, 모두에게 사용하던 고무대야처럼, 집안과 정원의 경계를 허물어 자연스럽게 연결하도록 구성했습니다. 어린시절 물놀이의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봄의 상징으로 자목련과 봄꽃을 식재하고, 욕조 내에 관엽식물을 심어 내부에서 즐기던 식물을 외부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욕실의 부속물의 재질이기도 한 스테인레스를 이용한 오브제를 만들어 같이 놀던 친구들을 형상화 하여 디자인패턴의 방식으로 배치를 했습니다. 스테인레스는 미러 가공을 하여 주변 경관을 반사시킬 수 있게 하였고, 이로 인해 조금 더 넓게 보이는 효과와 멋스러움을 더했습니다.

주요 식재인 자목련 아래에 수 공간을 두어 물놀이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하늘을 차경하고 대리석 포장은 매끈한 욕조의 흰색을 연상하게 함으로써, 한국적 정서와 현대의 모던함이 살아있는 감각적 정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카디프 플라워 쇼 동메달 수상자_신명자 작가

정원 조성에 있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식재나 시공)

디자인적인 측면에선 욕조의 패턴을 잡아 전체적으로 두 점을 이어서 라인들을 잡아내고 그 곳에서 패턴을 이끌어냈습니다. 시공시에도 라인을 살려달라는 요구를 계속했습니다. 석재 바닥시공이기 때문에 제 디자인라인을 잡기가 까다로웠습니다. 그 작업만으로도 8일 이상이 소요가 되었습니다. 공간은 패턴의 연관성으로 구조체나 식재를 연속성 있게 배치하여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였습니다. 

또한 바닥패턴을 그대로 오브제의 패턴으로도 사용하여 일관성을 잃지 않고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려 노력했습니다. 또 하나 표현하려 노력한 것이 있다면 재생 소재로도 디자인을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재생정원도 충분히 감각적이고 모던한 정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작가님의 작업방식도 궁금합니다.

저는 노력형입니다. 프로젝트가 결정 되면 자료를 모읍니다. 편집증적 환자처럼 마구 모아서 배열을 합니다. 제가 이 프로젝트를 함으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며 도면 작업을 합니다. 한번 작업에 몇 십장의 도면을 작도하기도 하고 작업한 도면을 비교하여 그중에 제일 나은 패턴을 이끌고 거기에 디자인의 요소들을 배치합니다.

도면 작도를 하다보면 패닉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도저히 끝이 안보이는 겁니다. 그럴 땐 잠시 내려놓기도 하고 머리를 쥐어짜기도 합니다. 미술관의 전시물을 관람하기도 하며 비워내고 또 다시 작업을 합니다. 디자이너들의 가장 큰 고민은 본인의 디자인이 고정화가 된다는 겁니다.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해서 전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항상 되뇌이며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이 아닌 클라이언트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세뇌수준의 생각을 계속 합니다.

이 과정 가운데 한계점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려웠던 점은?

카디프쇼를 하면서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쇼가든 데뷔작을 한국도 아닌 영국에서 했기 때문입니다. 영국을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였고, 시공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말로 다 못합니다. 국내 정원박람회와 달리 카디프 플라워쇼는 지원금이 없습니다. 그나마 처음으로 영국정부에서 재생을 소재로 한 정원에 750만원 상당의 펀드를 차등 지원해 주게 되어 출품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조경업을 하고 있었기에 처음엔 자신만만했지만, 영국의 작업방식과 유통구조가 달라 모든 작업을 직접 해야 했습니다. 영어도 서툴러서 여러번 포기할까도 생각했습니다. 영국은 자기만의 원리원칙이 있어 그 룰을 벗어나는게 용납이 되지 않았고, 미리 준비를 하고 싶어도 전화 한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없었습니다. 시간은 촉박한데 원하는 식물 자재를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였습니다. 현장 내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수나 작업시간도 정해져 있어 공기를 맞추기 위해 철야를 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영국의 기후적인 특성상 비가 많이 내리는 날씨지만 카디프 지역은 더욱더 우천이 많은 지역으로 행사를 준비하는 기간내내 비가 많이 내려 석재를 컷팅하는 작업이 용이치 않았고, 건조한 날씨에만 가능한 작업들이 많아서 공기를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작가님께 정원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작가님의 작품 철학이 궁금합니다.

“땅은 자연이 새긴 기억, 인간이 새긴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땅의 얘기를 들어야 좋은 designer가 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나는 분들께 좋은 디자인이 뭐라 생각하세요?”, 좋은 정원은 어떤거라 생각하세요?라고 묻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들 말씀을 하십니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이요.” 

이번 카디프의 관람객들에게도 여쭤보았습니다. 그 분들 역시 “안정적이고 편안해보이는게 좋다” 였습니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작업을 이보다 더 좋은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좋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정원도 좋은 정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뒤늦게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그 만큼 절실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친구에게 말하곤 합니다. 저의 회사나 이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디자인그룹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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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그룹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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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그룹 단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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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nkija@naver.com
사진 _ 김지혜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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