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조몬스기 트레킹 코스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198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18-07-05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198


일본 야쿠시마의 원생림 편

3. 조몬스기 트레킹 코스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야쿠시마에 도착한지 3일째입니다. 오늘은 지구촌 최고령 생명체로 평가받는(추정수령 7,200년) ‘성스러운 노인’을 알현하는 날입니다. 왕복 22㎞를 움직여야 하는 장거리 코스입니다. 새벽 4시 이전에 일어나 서둘러야 하는 일정 때문에 심리적으로 부담이 많답니다. 그래서 인지 평소 약주를 남달리 즐기시던 김광호 박사께서 비록 하룻밤이지만 절주하는 진기록을 수립하였답니다. 이번 답사에서 가장 관심과 비중이 높은 코스라 새벽부터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지요.



새벽에 이동하며 예약한 도시락(아침과 점심)을 찾아갑니다.



숙소에서 40여분을 이동하여 셔틀버스 탑승 장소에 도착하였습니다. 현재시각이 오전 5시인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네요. 도착 순서대로 안내요원들의 통제에 따르면 됩니다. 선진국답게 질서가 확실하네요. 대부분 이곳에서 준비한 아침 도시락을 먹게 되지요. 우리 일행도 여기서 식사를 해결하였답니다.











어제 답사한 야쿠스기 자연관(박물관) 입구 주차장이 셔틀버스 출발지입니다. 이곳에서 아라카와 등산로 입구까지는 버스로 30분이 소요되지요. 이곳은 일반 차량이 통제되는 구간입니다. 우리가 타고 온 렌트카도 문화관 입구에 주차하였지요. 본격적인 트레킹의 시작은 아라카와 등산로 입구입니다. 이곳에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준비운동을 하게 된답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일본인들로 보입니다. 지난해도 궁금했지만 일본 사람들은 현지 가이드를 동반하는 게 상식처럼 보이네요. 복잡한 갈림길도 없고, 위험하거나 난해한 코스도 결코 아닌데... 지역민을 위한 경제적 배려 같기도 하고요. 입산신고서를 작성하고 이곳 분위기에 맞추어 충분한 준비운동을 한 후 출발을 합니다.



지난해와는 달리 이곳에도 침목 사이에 데크를 설치하여 걷기가 훨신 편합니다. 이제 출발시점부터 안전한 데크 포장으로 이어집니다.







철길을 따라 걷다보면 다양한 수종들과 야생화를 만나게 됩니다. 아직 이곳은 신록이라  무척 싱그럽네요. 여러 차례 맑은 강을 건너며 녹색의 향연을 만끽하게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온화하고 부드러운 풍광이 펼쳐집니다. 삶의 현장 고민은 잊은 지 오래입니다. 오직 대자연이 펼치는 파노라마에 동화된 채 걷고 또 걸으며 힐링의 시간을 쌓아갑니다.







작은 계곡의 교량이지만 높이가 5-6m는 되어 보이네요. 그러나 안전시설이나 난간이 없습니다. 스스로 주의하라는 겁니다. 더 높고 긴 교량에서도 마찬가지네요. 각종 시설의 안전책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온천지 사방이 대자연의 싱그럽고 푸름이라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답니다. 기온도 15도 전후라 쾌적함이 최고이지요. 물소리와 새소리 자연의 속삭임까지...

안전하고 상쾌한 평지 숲길에서 자연의 소리를 즐기며 몇 시간을 걸을 수 있는 장소는 결코 쉽지 않겠지요. 지난여름 독일의 함부르크 시내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였답니다. 함부르크 시청 앞에서 시작되는 호수를 따라 평탄한 숲 속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도심에 조성된 자연 속에서 무려 두 시간을 걸을 수 있다니...

우리도 고령사회로 빠르게 치닫고 있습니다. 노약자들도 무리 없이 자연 속에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평지형 녹음수 길이 절실합니다. 도시구간의 하천둔치가 최적지이겠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강이 지나는 도시의 상류에는 대부분 치수용 댐이 건설된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강변둔치는 하천법의 적용으로 나무 한 그루 심는데도 많은 제약이 따르는 현실이지요. 여기도 엄연한 힘의 논리가 적용되나 봅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진주 남강에도 평지 숲길을 조성하기에 적합한 매력적인 둔치가 수십 km는 될 것입니다. 시민 누구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복지공간이지요.

삼나무의 벌목사업이 한창 진행될 당시 이곳에는 학교와 큰 마을이 있었답니다. 그러나 지금은 표석만 남긴 채, 침묵속에 공간과 일부 시설의 흔적만 확인되지요.



울창한 숲속으로 이어지는 철길을 따라 쉼 없이 걷습니다. 곳곳에 이야기가 숨어있는 요소들이 선을 보이지요. 등산객을 위한 길이 있을 따름일 뿐 인간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  숲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답니다. 건강하고 안정된 지속가능한 산림을 유지하기 위한 무육기술이 적용되고 있답니다. 눈에 띄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적용되고 있지요.

협궤철도의 침목 사이에 설치된 데크의 폭은 겨우 40-60㎝입니다. 한 사람이 걷기에 적합한 정도지요. 교행이나 추월시에는 반드시 레일 바깥으로 비켜 통과합니다.

우리 주변의 데크 시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설계로 이해됩니다. 과잉설계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목재 자급률은 10% 내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잉설계에 의한 목재 시설이 곳곳에서 목격되지요.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하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숲속을 걷다보면 공기가 너무 청량하고 상쾌하다 못해 향기롭게 느껴집니다.






















아라카와 등산로 출발점이 해발 700m. 이 코스는 평지나 다름없는 곳으로 철도로 8.5㎞입니다. 주변을 살피며 걸으니 3시간이 걸렸네요.

하루 종일 걸어도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너무도 매력적인 풍광과 자연환경이 부럽답니다. 일본인들은 대부분 10-15명 정도의 그룹이고 가이드가 동반하네요. 안전수칙과 산행예절을 주지시키고 자연해설과 지역역사를 두루 설명한답니다. 가이드의 하루 비용은 대체로 3-4만엔 수준이라네요.

평탄했던 철길 구간이 끝나고 지금부터 조몬스기를 향한 경사진 산악지대랍니다. 계단과 데크 디딤돌이 등반을 도웁니다. 주변은 노거수들이 즐비하지요. 오늘 코스에 야쿠시마의 가장 많은 명목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윌슨 그루터기, 대왕삼나무, 3대삼나무, 부부삼나무 등이 유명세를 떨친답니다. 

산길은 험난하고 좁은데, 주변의 거목들은 서로 눈길을 유혹하지요. 지구촌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이 아니랍니다. 천년 이상을 살아온 초고령의 노거수들이라 함부로 대할 수가 없네요.

엄청난 몸체와 수령에 압도되네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은 울창합니다. 이곳의 1년 강수량이 8,000-10,000㎜라지요. 그러니 경사지 표토가 온전할 수가 없답니다. 흙이 유실되고 뿌리가 노출되어 등산로가 되어줍니다.











윌슨 그루터기랍니다. 미국의 식물학자 이름을 딴 명목이지요. 400여 년 전 벌채된 그루터기의 내부는 시냇물이 흐르고 수 십 명이 들어갈 수 있답니다. 이곳에서 올려본 하늘이 하트를 연출하지요. 그래서 이 나무가 더욱 유명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월슨 박사는 이 나무를 1914년 처음 발견하였고, 이후 야쿠시마 삼나무와 원생림을 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그루터기는 둘레가 무려 14m에 이른답니다.





























장엄한 숲은 계속 이어집니다. 거목을 보는 감각이 점점 둔해지네요. 수 없이 등장하는 초노거수들이 이제 평범하게 다가옵니다. 계곡과 능선을 반복하여 넘고 건너며 조몬스기를 향하여 전진합니다.



‘대왕송’입니다. 조몬스기가 발견되기 이전에 가장 큰 야쿠스기로 한 때 그 명성이 대단했던 유명인사랍니다.










2000년이 넘게 해로하는 부부송 주변에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머물며 부부애에 관하여 많은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곳에서 고유한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지요. 이천 그루가 넘는 야쿠스기(1000년 이상된 수령의 삼나무) 중에서 1%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희소성을 갖는답니다. 크고 장엄한 자태를 뽐내는 무명의 노거수들이 늘려있는 셈이지요. 가수나 탤런트 뺨치는 숨은 고수들이 늘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되네요. 인간사회나 비슷하답니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을 알현하게 됩니다. 두 곳의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지요. 이곳에서 30여 분 동안 머물며 마음의 예를 올리고 기를 받지요. 신령스런 존재임에 숙연한 마음이 듭니다. 오늘 코스는 올라왔던 코스 그대로 복귀하는 원점산행이지요. 지난해에 이어 알현하고 인사 올리게 되어 더욱 마음 뿌듯합니다. 또 언제 오게 되려나... 


못내 아쉬워 기념사진을 남깁니다.





삼나무 거목의 옹이.









야쿠시마 섬 전체면적의 약 21%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었답니다.



일행은 하산길 부부삼나무 앞에서 점심 도시락을 챙깁니다. 쉼터 분위기가 지상낙원을 연상케 합니다. 이곳의 환경도 압권이지만, 김광호 박사님이 농장에서 빚었다는 숙성된 매실주가 내뿜는 천상의 맛과 향기는 누구도 쉽게 잊지 못할 것입니다. 부부삼나무 앞에서 식사하는 단란한 부부의 모습도 예사롭지 않네요.
















드디어 철길이 있는 평지까지 하산하였습니다. 등산로에 설치된 계단과 사닥다리 등 안전시설들이 아주 기능적이고 운치 있네요. 시각적인 요소에만 치우치지 않고 디자인의 본질에 충실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장소와 환경에 걸맞는 맞춤형 시설이 돋보이네요. 일본인들 특유의 섬세함이 담겨있습니다.













지난해 왕복을 걸었고 오늘 아침에도 통과한 길이지만 숲이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아 걸음을 멈추게 한답니다. 카메라와 휴대폰을 번갈아가며 반복된 동작이 이어집니다. 울창한 숲이 주는 형용할 수 없는 황홀한 분위기에 매료되고 흠뻑 젖어봅니다. 행복한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심정이지요.



















행복했던 하루가 아쉽게 저물어갑니다. 강변에서 홀로 자라는 삼나무는 지난해에도 소개하였지요.



이곳에서 새벽에 출발한 시각이 오전 6시, 하산하여 오후 3시 반에 도착하였으니 9시간 반이 소요되었네요. 출발 전 부담을 느끼며 긴장했던 일행들이었는데, 저는 한 번도 추월하지 못한 채 꼴찌로 귀환하였답니다. 유비무한은 실로 중요하지요.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돌보지 않은 듯 손길이 미치는 원생림 관리의 숨은 묘법이 어렴풋이나마 읽혀집니다. 체계적이고 세심한 관리를 하되 흔적이 드러나지 않은 게 비법이지요. 이번 답사의 가장 기대되고 힘든 코스를 잘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366일 비가 내린다는데, 하늘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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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hul@gn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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