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조경의 분야별 단상] 민간건설 분야 조경, 마이너에서 작품이 되기까지

조영철GS건설㈜ 건축주택부문 건축주택디자인팀 팀장
라펜트l기사입력2018-08-03

민간건설 분야 조경, 마이너에서 작품이 되기까지



_조영철GS건설㈜ 건축주택부문
건축주택디자인팀 팀장



졸업 후 거의 백지수준의 조경빵점인 지식상태로 엔지니어링 회사에 입사하였다. 왕초보 조경담당으로 시작한 후 6년 정도의 엔지니어링, 조경계획 및 설계관련 실무적 업무 경험을 하고, 1996년 가을에 현재 재직 중인 건설회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하였다. 당시엔 회사내 조경담당이 필자 포함 단 두 명이다 보니 설계, 예산, 현장공사 관리뿐아니라 준공정산 등 아파트 조경 全업무에 대해 총괄 관리하였다. 내용적으로는 법규에 따른 최소한의 조경공사가 업무의 대부분이었던, 이는 90년대 이후 신도시 개발 전까지의 물량위주 단순 조경이 대부분이었던 공동주택 건설시장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아파트관련 조경트렌트를 살펴보면 90년대 중반이후 부분적으로 나타났던 테마 공간이 담긴 아파트(1995년 분양했던 ‘수원LG빌리지’는 칠보산(七寶山)의 의미를 아파트 한 동을 뺀 중앙공간에 7가지 조경테마공간으로 적용한 첫 사례이며, 이후 많은 분양 아파트에서 조경 테마공간이 광고 문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가 조성되 건설사내에서 조경분야(조경담당)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도 했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까지 ‘생태’란 개념(엄밀한 의미에선 생태란 표현이 과장되었던 내용이지만 유행처럼 사용했던 시기였다.)이 아파트단지 내 투영되었고, 이 시기 이런 경쟁적인 현상은 조경 특화공사란 이름으로 설계-시공에 집중적으로 투여되었던 것 같다. 필자 회사도 조경분야의 위상이 조금씩 자리매김하던 시기였던 2003년 이후 조경이란 아이템이 매력적인 분양요소로 급부상했다. ‘건강’, ‘숲’, ‘감성’, ‘고급화’, ‘차별화’, ‘힐링’, ‘가든’이란 개념에 스토리텔링이 되는 ‘지상주차가 없는 공원같은 아파트‘를 지향하며 조경공간 창출이 트렌트로 유행되었던 시기였다.


시기별 조경 트렌트 변화 장표

2005년 社名변경 이후 2007년 처음으로 회사의 조경방향에 대한 체계적인 정립을 하게 되었다. 당시 조경컨셉은 다층식재 개발에 따른 “숲”이였고, 매년 공간개발과 체계화 과정을 거쳐 ‘조경전략수립과 품질기준’을 마련해왔다. 2008년엔 ‘가든자이’, 2009과 2010년 ‘그린스마트 자이, 2011년 ’엘리시안 가든‘, 2012년 ’자이 팜가든‘, 2013년 ’자이 펀그라운드’, 2014년 ‘자이 힐링가든, 2015년 '리빙가든, 자이 홈캠핑'등과 함께 '자이 갤러리가든', 2016년 이후 매뉴얼과 품질기준 마련 및 특화공간의 리뉴얼 작업 등 지속적인 조경공간 개발과 구현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표2 참조). 


자이 조경 발전방향 장표

민간 건설사에서 진행되어 온 아파트조경에 대한 인식은 주류 조경계에선 천박한(?) 이윤창출과 상업적이고 영업적인 늬앙스로 진지한 접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부분적으로 학문적인 검토와 조사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어 큰 위안을 갖게 되었다. 90년대 이후 양적이나 질적으로 급속도로 성장해 왔던 민간 건설사의 조경현황 통계자료조차 전무한 상태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속한 조직에서 한해 발주되는 조경공사물량은 주택부문만 집계하면, 2018년 실행기준 26개 현장 1,075억원이며, 회사전체의 물량은 개략 1,500~1,800억원 가량 추정된다(건설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1군 건설사의 조경공사 물량은 한해 개략 1천억원 이상 예상된다). 개략적인 추정치이긴 하지만 한해 민간 건설사 전체 조경공사 규모를 유추해 볼 수 있고, 규모로 볼 때 엄청난 물량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필자의 회사에서는 조경만 별도 통계하지 않고, 건축공사물량으로 합산해서 집계하고 있다.

조경직 인원에 대해서는 처음 조경담당 2명에서 출발해서 2018년 5월 현재 19명(본사 9명, 현장 10명)으로 규모로 보면 성장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전체 공사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부족한 조경직과 비례하여 조경위상도 현장직의 잦은 이직(25~40%정도 되는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고용문제와 연계된 현상이지만)과 건축공정 중심의 프로세스에 따른 마이너한 분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전체공정상 조경공정이 최종단계다 보니 선행공정과의 협의 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른 건설사의 경우도 일부 차이는 있겠지만 필자회사와 비슷하리라 본다. 2018년 4월 현재 주요 건설사의 조경직 현황은 삼성물산 15명, 현대건설 28명, 대우건설 30명, GS건설 19명, 대림산업 43명, 포스코건설 26명, 현대엔지니어링 10명, 현대산업개발 17명, 롯데건설 15명 정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파트의 품격은 내부 마감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외부공간인 조경과 건축외관, 색채 및 공용시설인 커뮤니티센터 등에서 형성된다는 제안이 회사 의사결정권자에게 공감되어 예전과는 또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필자 회사의 경우 변곡점이 2007년 조경컨셉과 방향성 정립시기였다면 2014년 조경전략 수립 및 2015년 이후 조경품질 확립 및 디자인 매뉴얼 구축시기 인 것 같다. 이 시기와 맞물려서 조경설계사 선정 프로세스 정립, 단계별 조경업무 프로세스 개선, 설계-시공 협의체 구성 등 조직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과정을 정비 구현하고 있다. 그리고 2016년 전사 조직개편 시기에 회사 내 ‘건축주택디자인팀’이 신설되었고, 여기에 조경, 인테리어, 익스테리어(건축외관 특화, 색채) 디자인 업무를 묶어 회사 브랜드와 일관된 Total Design이 되도록 하였다. 신설 디자인팀의 팀장이 조경담당을 맡게 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판단된다. 조경분야 포함 디자인 全분야의 독자적인 팀구성으로 전사적인 관심과 함께 Total Design 차원의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최근 대외적으로 기술제안이나 정비사업 수주경쟁 시 건축외관 특화 및 조경 디자인과 색채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는 현상도 예전엔 드문 모습이었다. 조경설계비의 현실화와 해당분야 설계사와 직접계약하는 시스템 마련도 바람직한 결과이다. 공사과정에서 타공정과 협업도 시행착오과정을 거치며 디자인중심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디자인적인 설계 디테일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았던 시공현장에서 오히려 디자인 협조요청이 증가되는 현상은 소비자(입주자)의 디자인 품질 욕구 상승에 대한 반증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1996년 건설사별로 소수의 조경담당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건설사 조경협의회”(이하 “건조회”)를 구성하는데 당시 20개사 116명이였던 조경직이 2018년 2월 현재 56개사 382명으로 성장했다.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앞서 언급한 많은 건설사들에서 나름의 조경이란 아이덴티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여러 곳에서 의미있는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조직내 조경팀으로 많은 활동을 하는 건설사(현대건설, 삼성물산,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등)도 있고, 조경관련 정보와 인적 교류도 하며 협력하기도 한다. 때론 서로 경쟁하기도 하면서 각자의 영역 확보와 나름의 자리매김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작년 20년을 맞았던 청년의 “건조회”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직면한 과제와 숙제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된다.

먼저 민간 건설사가 갖는 자본주의적인 조경분야의 영역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자기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조경설계와 식재시공 및 조경만의 특수한 영역(놀이시설, 휴게시설 등)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와 토대 마련이 필요하다. 전문가적인 소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기존의 학계와 공공분야의 축적된 노하우 공유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예를 들면 최근 인공지반 녹지의 방근층에 대한 대응이나 현실적인 조경기준, 조경포장구역의 집수시설 기준, 장식옹벽의 타입별 구조단면 등이 있다. 두 번째는 토건중심의 오래되고 거대한 조직 내에서 연대하고 연계하는 지속적인 모색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영역의 확대일 수 있는 접점이지만 피로티내부, 토목포장과 연계되는 영역, 전기 및 설비배선분야와 연결되는 수공간과 경관조명, 공용건축물의 옥상, 야간경관의 이용, 썬큰의 공간 활용 등 조경분야가 접근하기 용이한 공간은 언제나 열려있고 우리들의 숙제가 될 수 있다고 느낀다.마지막으로 조경관리의 측면에 너무 업무적인 치우침이 발생하면 설계-시공의 어느 것도 우리들의 안정적인 장점이 아닌 단점으로 되돌아 온다는 자기성찰이 중요하다. 졸업 후 바로 민간 건설사에 입사한 경우에 많이 발생할 수 있는 현상 중 설계적인 독창성이나 디자인 개념이 개인적이고 때론 주관적인 무지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 현장시공의 구체적인 노하우와 효율성이 탁상공론처럼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며 겪는 기형적인 조경관리자가 되는 현상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발전적인 자기변혁 프로세스 시스템 마련이 필요할 듯 하다(이런 현상은 비단 민간 건설사에서 나타나는 기우적인 현상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분야에서 다양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며 몸으로, 마음으로 부대끼는 조경인들에게 어쩌면 넋두리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몇 해 전 외환위기때 원가절감과 효율적인 조직 구조조정이란 명목으로 기업의 생존전략 수립 시 제일 먼저 조경(예산이든 인력이든)에 손대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연대하고 경쟁하는 멋진 건설사 조경인을 그려본다.



글·사진 _ 조영철 팀장  ·  GS건설㈜ 건축주택부문 건축주택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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