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산 파우 병원과 바르셀로나 거리 산책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206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18-09-05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206


스페인 편 - 8
산 파우 병원과 바르셀로나 거리 산책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한 도시에서 일주일을 머물며 하루 10시간이 넘도록 걷습니다. 이제 시내의 웬만한 건물과 거리들도 생소하지 않고 스스로 다가오네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정들고 낯익은 간판들의 인사도 받게 된답니다. 오늘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고 즐기는 행태인 ‘도시의 방랑자 또는 나그네’ 모드로 배회하며 인연 맺은 결실입니다.



곳곳의 자투리 공간에도 나무들이 가득합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 했나요? 결국 작은 요소들이 모여 도시의 녹색이미지를 만들겠지요.








도시의 분위기와 이미지를 구성하는 작은 요소들 하나하나가 참 건실하고 알차다는 느낌이 듭니다. 재료나 디자인은 물론 기능과 배치, 주변과의 조화까지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되네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세련됨이 묻어납니다.






이곳을 목표로 나선 게 아닌데, 우연하게 대물을 만나게 되었네요.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산 파우Sant Pau 병원입니다. 1902년 현대식으로 설계된 이 병원은 기존의 병원 이미지를 탈피하여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최대한 추구하였답니다. ‘예술에는 사람의 병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확신과 신념을 바탕으로 병원 설계에 임했다고 하네요. 당시 이러한 생각과 여유가 부럽습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실내 관람을 꺼려하지요. 그러나 오늘은 왠지 입장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이곳 특유의 마력을 감지하게 됩니다. 뭔가 모르게 고상하고 고풍스런 병원 입구 분위기가 있네요. 실내 복도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단순하면서 밝은 색상과 은은한 조명이 마치 저(사후)세상으로 진입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주네요. 사진 상으로는 그 분위기를 읽을 수 없어 아쉽네요.

















이곳은 미술관이나 공예품전람회장 같은 매력 넘치는 문화공간입니다. 이미 입장료가 아깝지 않네요.















실내 전시장을 거쳐 병원으로 들어왔습니다. 역시 병원과는 거리가 먼 문화예술촌 분위기네요. ‘깔끔하다’, ‘고풍스럽다’, ‘조용하다’, ‘매력적이다’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세상에 이런 병원도 있네요.





















병원 안팎을 종합검진 수준으로 살펴봅니다. 섬세한 건축물과 새겨진 문양, 벽화나 실내에 장식된 회화와 조각은 물론, 바깥 담장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뒤졌답니다. 어느 한 구석도 흐트러짐 없이 특별 사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발길 닿는 대로 이동하며 무차별 기록을 하게 됩니다. 어족을 말리는 저인망식 고기잡이와 비슷한 수준이랍니다. 지도는 휴대하였지만, 조난 직전의 비상시에만 활용하게 된답니다. 오늘은 시간이나 계획, 목표에 제약받지 않는 자율학습이라 너무나 여유롭고 마음이 가볍습니다. 만약 용역 사업으로 출장 나온 처지라면 마음의 여유는 분명 한계가 있을 테지요. 이런 처지가 비록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마음은 항상 부자랍니다.



도시의 이면도로까지 가로수를 조성하거나 아니면, 그늘시설을 도입하여 시민들의 안락한 여가 쉼터로 제공됩니다. 곳곳이 자동차 보다는 보행공간이 우선이지요. 앞으로 서울시도 강북의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차량보다 보행과 녹색교통이 우선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정책을 펼친다니 얼마나 기대되고 다행스런 일인지요.






















익숙한 광장과 거리를 또 만나게 됩니다. 분수가 매력적인 카탈루냐 광장과 보행자들의 천국 람블라스 거리는 자꾸 만나도 지겹지 않고 즐겁답니다. 젊음이 넘치는 역동적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열대성 기후라 소철이 개화했네요.









뒷골목을 배회하다 오래된 모습의 자전거 그림과 벽화를 만났습니다.


















이면 도로를 따라 정처 없는 방랑은 계속됩니다. 또 익숙한 모습이 나타났네요. 개선문이지요. 1888년 세계박람회 때 환영하는 의미로 건립되어 박람회장 정문으로 이용되었다네요. 다소 작지만 화려하고 정교하여 여성스럽다는 평을 받는답니다.
















울창한 가로수 숲길, 공용 자전거 시설, 넓은 도시 광장, 도시의 품격을 가늠케 하는 조각품과 거목들 모두가 제 자리에 반듯하게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배려한 경사로의 모습도 형식보다 기능입니다.



도로 중앙부에 위치한 자전거 도로도 특이합니다.





걸출한 모습의 건축물이 궁금해서 한참을 걸어왔습니다. 와서 보니 바로 앞이 전철역이네요. 그러나 새로운 거리를 살피며 수 천보에 달하는 알찬 운동을 했습니다. 이 특이한 건물은 덤으로 발견했네요. 지하(정확하게 표현하면 Sunken 광장) 공간이 온갖 물건을 취급하는 벼룩시장입니다. 그 규모와 열기가 대단합니다.



광장의 용기식재.







광장에 설치된 그늘 구조물




아그바 타워Torre Agbar. 야경이 매혹적인 건물인데, 새로이 떠오르는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랍니다. 프랑스 건축가 장루벨의 작품인데, 가우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하네요. 바르셀로나는 중세건축과 화려한 현대건축이 함께하고,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 풍광을 담고 있습니다.








글로리스 쇼핑몰 지역과 아그바 빌딩 주변을 가볍게 살펴봅니다. 갈 길은 멀고 해는 저물어갑니다. 그래도 걸어서 숙소로 향합니다. 1시간 정도면 숙소에 도착하겠지요.













다시 날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목적지 사라고사로 떠나게 됩니다. 시외버스 정류장 주변이 며칠 전 늦은 오후에 들렸던 근린공원이네요. 아침에 보니 또 다른 분위기랍니다. 16년 만에 다시 찾은 바르셀로나는 역사와 문화의 향기로 가득한 멋진 도시네요. 이 도시는 머지않은 훗날 꼭 다시 오고 싶습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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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hul@gn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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