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간 연구로 ‘우리의 도시공간’에 대한 납득되는 설명을 제시할 때″

[인터뷰] 박소현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 소장
라펜트l기사입력2018-11-15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 이하 연구소)는 건축, 도시, 공간에 대한 전문 연구를 통해 튼튼한 정책과 시스템, 구체적 실현 방법을 마련하는 국책연구기관이다. 

2007년 문을 연 연구소는 30여 명의 연구원으로 시작해 10년 안에 116명으로 몸집이 커졌다. 전에 없던 ‘건축’을 콘텐츠로 하는 최초의 국책연구기관으로 건축 정책을 제도화하는 데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건축기본법」,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등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양한 국가와 지자체의 계획 수립을 지원하여 이를 구체화시켰다. 

연구소는 10년을 채운 시점에 박소현 소장(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과 3년간의 인연을 맺었다. 이제 연구소는 우리의 도시환경, 지역환경이 좋아지는 것을 목표로 지난 10년을 성찰하고 미래 10년을 구상해나가려 한다.

그녀는 “압축성장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우리의 건축도시공간이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탐구보다,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 개발행위에 치중해왔다. 이제는 건축도시공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에게 어떤 건축도시공간 서비스가 필요한지 치열한 성찰을 통해 대다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설명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한다.

박소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


다학제 그리고 융합

박소현 소장이 도시를 바라보는 시야는 넓다. 다양한 전공과 끊임없이 소통해온 박 소장의 그간의 발자취를 미루어본다면 짐작할 수 있다.

연세대에서 건축공학 학석사를 취득하고, 유학을 가서 역사보존, 도시보존 석사를 하나 더 취득했다. 출산 이후 워싱턴대에서 도시설계, 도시계획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때 박사과정이 학제 간 학위였기에 지리학, 도시설계, 조경, 건축 등 여러 학문 분야의 교육을 받은 것이 도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해외에서 교수생활을 하다 2004년 9월부터 서울대 건축학과에 부임하여 도시 관련 과목을 가르쳤다. 서울대에는 또한 ‘도시설계협동과정’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환경대학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도시건설환경공학부, 건축학과 4개가 협동으로 가르치는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전공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부임 당시 경관법 통과를 준비하는 즈음이라 우리나라 경관법이 진화해가는 과정도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한다.

올 1월 연구년을 맞아 적을 두고 공부햇던 콜롬비아대학 도시설계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이미 그들은 조경, 도시, 건축을 구분짓지 않았으며, 벽이 허물어지다 못해 경계가 없었다고 소회한다. 일련의 일들은 박 소장으로 하여금 건축, 도시, 조경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도록 했다.


도시라는 것은 여러 학문들이 모여서 함께할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특징이 있다. 이것은 딜레마이기도 하고 가능성이기도 하다.

연구소 내 조경분야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박 소장은 “맞는 질문이지만 조금은 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환경, 도시환경의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거나 조금 더 낫게 하기 위해 여러 정책, 사업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경계는 허물어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소만 하더라도 재생, 서비스산업, 공공건축 등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연구와 사업이 진행되며, 내용으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건축, 도시, 조경이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


연구자들이 아무리 우아한 관념을 이야기해도 마지막 발주시스템으로 가면 또 갈래잡이를 하게 되니 부인할 수는 없다. 현실이 그렇다 할지라도 지향점은 달리 잡아야 하고, 다음 세대는 질문이라도 다르게 던져보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도시공간이란

그녀는 세종시에서 넉 달째 살고 있다. 그동안 한 번도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었기에 세종이라는 도시, 그리고 아파트에 대한 궁금증이 무진하다.


2002년 균형발전을 어젠다로 내건 대통령을 뽑았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 균형발전 어젠다를 승인하겠다는 것이었다. 균형발전에 의해 세종시라는 도시를 짓고, 10년 안에 인구 50만을 채워 넣는 것을 곧 초과달성한다. 우리는 이렇게 도시를 짓는다. 세종뿐만 아니라 그동안 서울시 주택 200만호 건설, 1기 신도시, 2기 신도시, 3기 신도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도시모델로 빠른 도시짓기를 해왔는데, 우리의 도시에 대해 우리 스스로 차분한 설명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아쉽기만 하다. 세종시를 폄하하는 많은 건축가들이 있고 문제가 많지만, 무엇이 문제라고 지적하기 이전에 이 도시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다.

그녀가 요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도대체 우리 도시공간은 무엇인가’이다. 우리 도시공간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있어야 비로소 좋은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흔히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생각의 구조 안에는 서구 지식으로 정리된 근거를 두고 있다. 교과서적으로는 좋은 도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걷기가 좋아야 하고, 흥미로워야 하고, 격차 없이 동등해야하고. 그러나 그전에 우리도시는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이런 걸 좋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을 보면 그들의 수많은 담론과 연구들이 조금씩 오랫동안 축적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조금씩이라도 쌓을 수가 없었다. 우리 이전 세대는 전쟁 치르고, 가난했고, 인구는 서울로 물밀 듯이 몰려왔고, 도시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밖에 없었으니 성찰의 부재가 당연하나 지금 우리에게 성찰 없음은 무죄가 아니다.


올해 초 연구소를 방문한 OECD 관계자를 맞이하고 있는 박소현 소장 ⓒ건축도시공간연구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물밀 듯 쏟아지는 스마트기술을 활용하는데 있어서도 ‘우리의 도시’를 차분하게 성찰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변화’라는 것으로 치환을 해본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기이자 도전이자 기회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 등이 만들어졌고 많은 이들이 고민을 하지만, U-시티와 같은 전처를 밟지 않으려면 우리 현실문제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쓰면서 편해진 많은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대개 우리 생활에 필요한 부분들을 구현해준 것들이었다. 기차표를 그 자리에서 예매하고 취소하는 것, 편한 시간에 TV보는 것, SNS를 하는 것 등 예전에는 누리지 못했을 편안함이 스마트기술 때문에 가능해졌다. ‘이 기술들을 우리 공간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는 곧 ‘이는 공간의 문제점에 대해 얼마만큼 치열하게 고민했기에 기술로써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절박하게 풀고 싶은 우리의 당면과제가 있어야 새로운 기술과 변화가 약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절박한 도시의 문제인가. 따분하겠지만 원론적인 질문을 다시 한 번 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이 첨단시대라 생각한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결국 박 소장의 모든 이야기는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생산해내는 지식의 순환, ‘건강한 지식생태계’에 방점이 찍힌다. 그동안 우리는 항상 해외로부터 지식 패키지가 들어온 다음에 우리문제를 고민해왔다. 우리에게도 지역쇠퇴가 있었지만, 쇠퇴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조차도 누군가 알려줘야 문제로 보게 되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물론 서양의 연구자들이 어떻게 연구하는지는 치열하게 공부해야 함과 동시에 우리는 우리의 길을 봐야 할 필요도 있다. 좋은 도시는 분명히 있는데, 우리 상황에서 ‘무엇’ 때문에 ‘왜’ 좋은가 하는 기승전결의 설명이 따라붙을 수 있을 만큼 지식생산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우리 스스로 눈 뜨려는 연습을 해야 하며, 기왕 해외의 사례를 들여왔으면 좀 더 치열하게 ‘지역화’ 해 우리 실정에 맞게 변주해야 한다.

연구소, 미래 10년을 향한 첫 걸음

10년간의 노하우와 지식과 데이터를 쌓은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이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매력이 되지 않는다. 축적된 결과들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박 소장은 그것이 연구소의 숙제라고 말한다.

국책연구소는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정부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립하도록 하는 연구를 한다. 박 소장은 국가 전체 인구의 1/4이 몰려 사는 서울과 수도권에 안테나를 켜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밖의 지역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쇠퇴현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가 역시 ‘쇠퇴’가 문제라 인식하고 도시재생을 국정과제로 두고 있다. 이제 연구소는 치열한 지역베이스로 지역의 문제를 살피고 지역공공건축, 지역경관, 지역자산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녹여내려고 한다. ‘우리 도시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의 답을 내리기 위한 노력이 지역학 기반으로 연구되는 것이다. 그녀는 도시, 건축, 조경 경계 없는 다학제간 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 어바니즘, 대한민국 지역학에 있어 각 분야가 보다 건강한 목소리로 지식생태계를 마련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것이 다음세대들에게 넘겨줘야할 과제라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일반 대중과의 소통에 대한 고민도 있다. 연구소로서 연구결과를 브리프로 내지만, 일반인들이 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보다 친근하고 친근한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경관이나 도시, 장소에 대해 연구자들과 일반인들이 느끼는 것에는 간극이 있다. 이를 좁혀나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조금씩 쌓이면 하다보면 우리의 새로운 도시론이 발견될 것이다. 그 후에는 훌륭한 은퇴계획을 세워보려고 한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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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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