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마드리드의 명물, Arganzuela 보행교와 쌍둥이 빌딩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21-08-19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239


스페인 편 - 25
마드리드의 명물, Arganzuela 보행교와 쌍둥이 빌딩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오늘은 시내를 살짝 비켜 지나는 마드리드의 젖줄, 만사나레스(Manzanares) 강변을 시작으로 발길 닿는 대로 최대한 걷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이 정도의 도시 규모라면 부담 없이 산책하며 즐길 수 있자요. 어제 하루는 종일토록 Retiro 공원에서 머물다 보니 운동량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네요. 그래서 오늘은 마음껏 걸어봅니다. 하루에 3~4만보는 걸어야 땀이 흘러 몸이 가볍고 하몽(돼지고기 훈제)과 맥주 맛을 제대로 느끼고 즐길 수 있지요.













숙소가 구도심 중심부라 강으로 이동하는 동선이 엊그제와 중복되지요. 마주하는 광장과 거리와 공원이 모두 생소하지 않고 정겹게 다가옵니다.













드디어 만사나레스 강변에 도달하였습니다. 지난번 소개했던 강변녹화 모습들입니다. 숙소에서 이곳까지 1㎞ 남짓할 텐데 30분이 소요되었네요. 저는 이미 답사했던 곳도 중복하여 기록하는 습관이 있답니다. 이동하며 곁눈질하는 재미도 즐기는 편이지요. 빛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느낌과 분위기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수위의 변동이 많은 하천변 녹화용으로 플라타너스가 가장 많이 식재되고 있네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양버즘나무나 단풍버즘나무가 아니라, 동양이 원산인 버즘나무(Platanus orientalis)입니다. 수생식물들도 용기에 식재되어 있네요. 홍수의 피해가 심각하지 않은가봅니다. 교량과  접한 인공지반에도 건조에 강한 소나무를 식재하였네요. 도시녹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손바닥 모양의 잎이 좁고 길며 열매가 3~4개 연결되어 달리는 버즘나무.







숲으로 울창한 둔치에는 카페와 간이쉼터가 있어 도시공원이나 다름없네요. 시원하게 트인 투시형 보행교를 건너며 하천의 상하류를 살펴봅니다.























개성이 넘치는 여러 개의 인도교를 건너봅니다. 만사나레스 강의 둔치공원과 동서 양안을 살피며 오늘은 하류쪽으로 이동하지요. 지난번은 상류쪽을 답사하였습니다. 프로 축구팀의 홈구장도 강변에 있네요. 혹시 유명한 ‘레알 마드리드 구장’이 아닐까 하고 궁금해 했는데, ‘AT 마드리드 구장’이랍니다.

지금은 둔치가 말끔하게 정비되고 눈길을 끄는 보행교가 설치되는 등 강변이 녹색의 여유로운 공원으로 변신하였습니다. 정비 이전의 모습은 자동차 전용도로가 강변을 따라 통과하여 교통 체증과 공해가 심각하였고, 강에는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곳은 2004~2007년에 한화 5조원의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여 강변도로를 지하화 했습니다. 그래서 강을 중심으로 동서가 녹지와 보행교로 연결되었다고 하네요. 이후 이곳은 더 없이 매력적인 마드리드의 새로운 쉼터이자 명소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도로가 지하로 들어가고 하천주변이 공원으로 정비되며 하천의 교량들은 보행전용교로 탈바꿈하며 이곳은 새로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아르간수엘라 인도교는 국제현상공모로 채택되었습니다. 이 다리는 프랑스 건축가 Dominique Perrault(1953~ )의 설계작품으로 2011년 건립되었답니다. Arganzuela인도교는 이제 마드리드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현대건축물로 평가받고 있지요.











강변의 도로를 지하로 옮기고 공원으로 정비하게 된 것은 2003년부터 시작된 ‘Madrid Rio’ 프로젝트의 하나랍니다. 이 권역에는 11개의 인도교와 27개의 어린이놀이터를 조성함으로써 강변과 도심을 보행환경으로 연결시킨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도시재생 사업의 긍정적이고 성공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실제 도심에서 도보권이며, 지하철로 연결되어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리는 하나로 보이지만, 두개(128m, 150m)의 원통형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2011년 완공된 이 다리의 중간에는 외부로 열려있으며 둔치 공원으로 연결됩니다. 이 다리의 설계자 도미니코 페로는 이화여대 캠퍼스센터(ECC)를 남겼고,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국제공모에도 당선되었지요. 그의 작품들은 ‘자연과 빛’ 그리고 ‘필터’라는 콘셉트로 귀결됩니다.

마드리드를 방문하면 꼭 이 다리를 건너보고, 다리 아래 둔치공원에서 조형미를 감상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원통형 다리 내부는 비행기 기내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라 강바람을 쐬며 쉬어가기에 좋습니다.

빛의 변화나 산책하는 모습과 배경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발길을 놓아주지 않네요. 덕분에 50여 컷의 이미지를 남길 수 있었습니다. 호주 멜버른의 조형물로 승화시킨 인상적인 보행교와 함께 교량의 으뜸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경관조명이 일품이라는데 아쉽지만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룹니다.







강변 공원에는 다양한 모습의 물놀이 시설들이 마련되어 인산인해입니다. 주변의 도시숲과 어우러져 더욱 멋진 풍광을 자아냅니다.



















강변에서 머물다 다시 도심으로 나왔습니다. 광장과 골목 거리를 지나며 또 걷습니다. 지난날 이미 만난 풍경들이 반갑기만 합니다.















도심 골목길을 누비다 보니 조형물과 작은 쉼터도 만납니다. 다시 큰 길을 마주하니 며칠 전 다녀온 왕립식물원 가까이 있는 도심 속 문화공간 Caixa Forum이 나타났습니다. 외관이 독특한 녹색으로 피복되어 쉽게 눈에 들어오네요. 높이 25m 벽면에 250여 종 1만5,000본으로 피복했습니다. 프랑스의 전위적 조경가 ‘패트릭 블랑’의 수직정원입니다.

















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무료 개방되며 바르셀로나 몬주익에도 2002년 개관하였답니다. 회화와 고고학, 조각 등의 전시는 물론, 콘서트와 각종 공연이나 학술발표나 강연회도 이곳에서 열립니다.

카이샤 포럼은 스페인 은행(La Caiva)이 설립하여 운영하는 사회 환원 사업이랍니다. 총 4층이며 1층은 다큐멘터리, 2~3층은 아트와 조각, 사진이 전시되고, 4층은 카페테리아로 활용됩니다. 기능을 상실한 화력발전소 건물을 활용하여 새로운 문화의 전당으로 탄생시킨 도시재생 사례입니다.

















기울어진 트윈타워가 멀리에서도 눈길을 끕니다. 세계 최초의 설계된 기운 건물이랍니다. 쿠웨이트 투자청의 약어인 KIO 타워로 불리며, 스페인 은행과 부동산 회사가 입주해있다고 하네요.

마드리드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카스테야나 거리의 북단에 위치합니다. 이 빌딩은 1989년 착공하여 1996년 완공되었으며 26층으로 높이는 114m, 기울기는 14.3도라네요. 중앙의 황금색 오벨리스크는 2009년 건립되었답니다.















유럽의 여름 하루는 푸짐한 시간이지요. 21시가 넘어도 답사는 가능하지만 가족과의 저녁식사와 체력안배 때문에 해가 중천에 있어도 일찍 귀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곰이 있는 광장에서 호텔까지는 5분 거리이지요. 오늘도 변함없이 퇴근길에 즐겨 찾는 단골집에서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킨 후 일과를 종료하였습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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