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수의 자연예찬] 한국인은 자연을 사랑하는가 [1]

글_정정수 오피니언리더(JJPLAN 대표)
라펜트l정정수 대표l기사입력2022-03-02
정정수의 자연예찬
한국인은 자연을 사랑하는가 [1]



_정정수 JJPLAN 대표,
ANC 예술컨텐츠연구원 원장



한국적인 정체성 ‘우리’

언제부터인가 많이 접하게 되는 ‘정체성’이라는 단어는 내가 남과 비교해서 나다움을 지켜가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 비교되는 본질적인 특성위에서 나타나는 확고한 인식과 행동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 처럼 우리의 문화를 앞세운 K-POP 등 K~로 시작되는 많은 문화적 콘텐츠가 국제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문화는 모두에게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의 근간은 무엇이기에 우리만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만드는지 함께 찾아보자.


봄. 새싹이 땅을 비집고 나와 세상을 처음 봄. 흰금낭화는 세상을 어떻게 보았을까? / 벽초지, 2003년 작업


자연환경과 우리

‘우리’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우리국민들을 보자. 결혼한 주부들이 남편을 지칭하는 표현에서 조차 ‘우리남편’이라고 말한다. 자기만의 남편을 ‘동네남편’으로 만들 정도로 ‘우리’라는 표현을 자신도 모르게 많이 애용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환경은 우리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성향으로 나타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의외적 성향을 자주 보여준다.

2002년 월드컵 기간 중에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거리응원문화를 만들어냈다든가, 1997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에서 보았듯이 커다란 위기에 부딪치게 되면 현대생활에서 발생하는 이기심 속에서도 ‘우리’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리민족성’이다.


여름. 매미소리 들리는듯 한 여름이 다리너머로 보이는 폭포와 호수의 물과 함께 싱그럽다. / 벽초지, 2003년 작업 

우리민족이 살고 있는 장소가 지구상에서 어느 곳에 위치해 있는가는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위도상에 있는 터키, 포르투갈, 일본 등 많은 나라가 사계절을 갖고 있지만 우리만큼 기온의 차이가 크고 뚜렷한 사계절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섬나라 또는 내륙에 위치한 나라들에 비해 우리는 내륙의 기후변화와 해양성 기후변화 모두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반도에 위치한 국가이기 때문에 뚜렷한 사계절을 갖는다.


가을. 일교차가 클수록 단풍이 곱고 화려하다. 무질서하게 식재된듯한 단풍나무 밑으로 고운 단풍잎이 쌓여있다. / 벽초지, 2003년 작업 

연중 여름철 최고기온 35°C 이상의 더위와 겨울철에는 최저기온 -18°C를 경험해야 하는 등 연간 50°C가 넘는 계절의 기온차는 물론 일교차 또한 15°C를 넘나드는 매서운 겨울 날씨도 자주 접하는 나라에서 우리민족은 반만년을 견디며 살아 왔다.

평균온도로 살펴봐도 최한월 평균기온 -2.4°C 최난월 평균은 25.7°C로 연교차는 28.1°C나 되는 기후환경은 우리민족을 담금질하기에 충분했다.

극지방은 춥기만 하고 적도에 가까운 지방은 덥기만 하다. 그러나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극심한 차이의 환경을 극복하며 살아야 했다. 사람은 물론 동식물들 모두가 참고 견디어야만 했고 그 인고의 결과로 지금까지도 죽지 않고 살아남게 되었다.

이러한 자연환경은 개인보다는 ‘우리’를 중시할 수밖에 없었고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도 끊임없이 수탈과 침략을 당하는 결과로 도출되어져 왔기에 더욱 그렇다.


겨울. 인간이 만든 조경도 결국에는 자연이 완성하는 것이다. / 벽초지, 2003년 작업 


말과 글

많은 나라들이 유사한 말과 글을 쓰면서 소통하는 데 비해 우리말과 글은 어느 나라에서도 사용하지 않으며 우리민족 끼리만 사용하고 있다. 말과 글이 그리고 의, 식, 주가 오롯이 우리민족의 것으로서 다른 국가들과 확연히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끼리라서 가능했던 것이고 그래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주거형태

침실, 거실, 주방, 식당, 서재, 응접실 등 서양의 주택구조는 기능별로 각각 나뉘어져 있다. 우리는 방 하나를 가지고 다락에서 침구를 꺼내어 펴면 침실이 되고 밥상을 차려서 들여놓으면 식당이 되는 방법으로 하나의 공간을 다양한 기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에서 서양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의 공간을 활용하면서도 옛날 한옥 구조의 주방만큼은 부엌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구분되어 있고 그 공간도 넓게 할애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시골부엌의 한 켠에는 농사일을 돕는 소가 여물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소를 식구(食口)로 생각하는 ‘우리’라는 사고로부터 만들어진 행습이다.

단편영화 ‘워낭소리’는 이러한 ‘우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펄벅은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당시 “무엇이 가장 한국적인가?”라는 질문에 소 등에 등짐을 지우고 그 짐의 일부를 자신의 지게에 나누어 메고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가리키며 저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부천에는 펄벅기념관이 있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과 대화할 때 “밥 먹었어?”, “언제 밥 한 번 먹자.”라는 말로 인사하는 게 일상이다. 그만큼 밥이 일상에서 식구(食口)라는 단어로 ‘우리’를 표현한다.

부엌 공간에서 온돌을 만들기 위한 부뚜막은 지금의 보일러실을 겸하고 있어 부엌 공간이 커진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주거환경(링크: 온돌1, 2)은 가옥 구조와 기능이 ‘한옥’이라는 형태로 남아서 우리에게 고귀하게 전해지고 있다.

이런 우리의 생활방식으로 미루어봤을 때, 만약 우리나라에서 골프가 만들어졌다고 가정한다면 아마도 한 개의 골프채만으로도 전 경기를 마칠 수 있도록 경기 룰이 만들어졌을 것이란 상상을 해본다.
_ 정정수 대표  ·  JJPLAN
다른기사 보기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