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놀이, 놀이터, 놀이도시

놀이가 놀이터가 궁금한 나와 당신에게 던지는 26가지 질문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2-05-13

김연금
│ 발행일 2022년 5월 5일
신국판(150x210)
184쪽│ 정가 14,000│출판사 한숲

놀이와 놀이터에 진심인 디자이너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의 ‘놀이, 놀이터, 놀이도시’가 발간됐다.  놀이가 일어나는 모든 장소와 순간을 바라보고 조사한 기록이다.

어린 시절, 천생 몸치라 공놀이며 고무줄놀이며 뭐든지 못했다. 항상 깍두기였다. 하지만 언제나 재미있게 놀았던 그는 놀던 곳을 떠올리며 ‘커뮤니티 디자인’을 연구하여 박사가 된 뒤 다시 놀이터로 돌아왔다. 

이 책은 잘 안다고 여겼던 놀이 언어를 새로 익히고, 놀이터의 디자인 언어를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작은 실험을 거듭하며 정리한 기록물이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놀이터만으로는 어린이 생활의 근간인 놀이를 제대로 담을 수 없다는 한계를 통감했고, 관심은 스멀스멀 놀이터를 넘어 도시로 확장됐다. 그 여정에서 만난 질문과 답을 26개의 글로 추렸다. ‘놀이를 위한 단 세 가지의 조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놀이 방해꾼들, 스스로 구르는 놀이 사이클’처럼 26개 제목만으로도 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모든 놀이터가 비슷비슷하네. 재미없어요.” 
“놀이공간 포장재로 고무포장과 모래 중에 어떤 것이 좋을까요?” 
“시설물로 채우지 말고 공간을 비워두세요.”
“우리 어릴 때는 골목길에 뭐가 있었겠어요? 아무것도 없었지만 신나게 놀았습니다.”
“좋은 놀이터는 어떤 놀이터인가요?”
“흔들다리가 무서운 건 괜찮은데, 다치는 건 안 돼요.”

마지막 말은 서울 중랑구의 놀이터를 디자인 할 때 만난 은호의 이야기다. 저자는 이 말을 듣고 놀이터 안전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은호의 말은, “흔들다리 위에서 많이 흔들거리거나 그물로 된 다리 아래로 바닥이 보이면 무섭우면서도 재미있다. 하지만 그물에 큰 구멍이 있거나 나사가 잘 고정되지 않아 갑자기 발이 그물 아래로 빠지거나 바닥으로 떨어지면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호의 바람과는 달리 놀이터에서 만난 많은 어른들은 흔들다리가 ‘위험해 보인다’며 바닥도 보이지 않게, 흔들리지도 않게 해달라고 주문한다.

이 책은 현장에서, 어린이 눈높이에서, 바라보고자 한 놀이터 디자이너의 솔직한 고민을 가감 없이 담았다. 그렇다고 어린이 참여를 미화하지도 않았다. 저자는 “원하는 놀이터를 그려보라고 하면, 어린이들은 테마파크에서나 봄직한 놀이터나 자신이 경험한 놀이터를 그리기 십상이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없었다. 설계안을 보여주며 의견을 물을 때에도 신선한 반응을 얻지 못했다”며, 참여 디자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과 노하우를 담담하게 풀어 놓았다. 

책은 크게 세 장으로 이루어졌다.

1장 ‘놀이’는 저자가 디자이너로서 이해한 놀이의 의미, 놀이를 위한 조건, 놀이의 사이클과 종류를 다루었다. 놀이 조건으로 시간, 공간, 친구라는 충족 요건을 제시하는데, 이중 가장 쉬운 조건이 공간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공간으로 논의를 확장시켰다. 

2장은 ‘놀이터’이다. 앞부분은 놀이터 역사와 외국의 놀이터 이야기이고, 뒷부분은 놀이터를 만들며 만났던 여러 현장들이 무대다. 놀이터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경로로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는지, 다른 나라의 놀이터는 어떤지 궁금해서 조금씩 자료를 찾고 답사한 놀이터 추적기가 다큐처럼 펼쳐진다. 저자가 이국에서 만난 놀이터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2장 후반부에 담긴 놀이터 디자인 실무자로서 현장에서 만난 꺼끌꺼끌한 현실과 저자가 갖고 있는 놀이터, 놀이터 디자인에 대한 입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3장 ‘놀이도시’에는 저자의 바람이 듬뿍 담겼다. 어린이들이 놀이터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 놀기를 바라며, 그러한 도시를 어떻게 만들지를 여러 연구자의 작업과 해외 사례를 재료 삼아 정리했다. 

“놀이터를 보는 시선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 놀이터를 단지 어린이들이 노는 곳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세상에서 제일 처음 만나는 그들의 도시공간으로 보았으면 한다. 양천구의 한 놀이터 시설물 아래에서 컵라면을 먹는 애들을 만났다. 좁고 모래 먼지 날리는 그곳에서 굳이 라면을 먹어야겠냐고 물으니, 더 맛있다고 한다.” 책 속의 이 대목처럼 저자는 우선 다르게 바라볼 것을 권한다. 

놀이터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이 책이 가리키는 것은 어린이와 놀이, 도시 환경 그리고 우리의 관점이다. 영국에 최초로 모험놀이터를 도입하고 확산에 평생을 바친 영국 놀이터 대모 매저리 알렌은 보이는 안전만을 챙기는 어른들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했다. 우리도 한 번 들어보자.
“부러진 영혼보다 부러진 팔이 낫다(Better a broken arm than a broken spirit).”


차례
책을 펴내며 

놀이
놀이, 그 자체로 충분한 단어
놀이를 위한 단 세 가지의 조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놀이 방해꾼들
스스로 구르는 놀이 사이클
놀이의 종류여 무한대로 확산해라
MBTI로 보는 놀이, 놀이로 보는 MBTI

놀이터
반전이 필요한 놀이터의 역사
정크놀이터·모험놀이터·플레이파크, 어린이들을 믿어봐
미워만 할 수 없는 공공의 적 3S
조합놀이대의 아버지 조경가 폴 프리드버그
신문 기사로 만나는 우리나라 놀이터 역사
다른 나라 놀이터에서 확인하는 놀이터 방정식의 변수와 상수
어포던스, 숨기는 디자이너 찾아내는 어린이
무서운 건 괜찮은데, 다치는 건 안 돼요
통합놀이터에 대한 나의 질문, 당신의 질문
모래포장이냐 고무포장이냐가 아니라 루즈파트
어린이와 함께 만드는 놀이터
뻔한 놀이터에 대한 이유 혹은 변명
그렇다면 좋은 놀이터란

놀이도시
어디든 가고, 어디에서든 놀고
암스테르담의 난데없이 나타나는 놀이터와 건축가 알도 반 아이크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의 ‘잘 노는 동네’ 만들기
스웨덴 스톡홀름의 어린이가 결재하는 통합아동영향평가
동네별 놀이터 계획이 필요해요
놀이길, 가까운 미래이길
이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도시야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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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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